지난달 26일 제주시 일도1동에서의 주민과의 대화 때 '산지천 축제' 예산문제를 놓고 면박을 줬던 우근민 제주지사가 이번에는 이호동 테우축제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축제를 통해 분명한 성과를 요구한 것이다.
우근민 지사는 17일 제주시 외도동을 방문한데 이어 오후 5시 이호동주민센터에서 자생단체장 등 지역주민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호동을 지역구로 하는 제주도의회 김진덕 의원(민주당)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호동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있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
김수성 이호동 주민자치위원장이 우 지사에게 지역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이날 주민과의 대화에서 지역주민들은 항공기 소음 피해 대책 마련과 공항 이전 등을 주문하는 한편, 이호동 대표 축제인 테우축제 및 원담체험을 화두로 꺼내 들었다.
테우축제와 원담체험은 이호해수욕장에 조성된 원담(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옛 수산업의 형태)에서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것으로, 이호해수욕장은 지난해 이 축제를 통해 국토해양부로부터 우수해수욕장에 선정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는 이 축제에 제주시에서 45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지만, 올해는 1500만원으로 대폭 감소됐다.
우수축제 성금으로 받은 1000만원을 더해 2500만원으로 축제를 진행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지역주민들은 우 지사에게 축제 예산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송태효 전 제주시의회 의장은 "행사를 하는데 예산을 따지 못해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수성 이호동 주민자치위원장도 "올해는 원담도 하나 더 복원했는데, 올해는 예산이 지난해의 반도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호동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있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
이에 대해 앞서 외도동 주민과의 대화에서 말수가 적었던 우 지사가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유독 긴 시간을 할애하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우 지사는 "제주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돈 버는데 머리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며 말문을 연 뒤, "(돈을) 퍼주는 것만 생각하지, 벌어들이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축제에 쓰이는 돈은) 도민이 낸 세금인데 대체 누구를 위해 쓰여지고 있는 것이냐"며 "축제하고 나면 남는 것도 없고 축제 준비한 사람들 얼굴이나 까맣게 타는데,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돈 달라는 것만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이렇게 해서 돈 벌어 먹고 살겠느냐"고 힐난한 우 지사는 "도지사가 쓸 수 있는 예산이 2009년 4300억에서 지난해 3200억, 올해 2000억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빚을 내야 할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종전에 잘 받았던 것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때까지는 돈을 줬는지 모르겠지만, 더 줄 형편이 없으니까 내년부터는 테우축제에 300원이라도 입장료를 받던지 하라"며 성과가 나지 않는 축제에 대해서는 돈을 늘려줄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한 지역주민은 "테우축제도 이호랜드에 투자자를 많이 오도록 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라며 거듭 요구했고, 급기야 우 지사는 간담회 말미에 "1000만원 정도 더 주라"며 담당 공무원에게 지시했다.
우근민 지사가 이호동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현상무 이호동 공항소음대책위원장이 우 지사에게 소음 피해에 대해 전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 "항공기 소음 피해 심각...공항 이전해 달라"
이호동이 제주국제공항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항공기 소음 피해가 심각하다며 신공항 개발을 공항 이전 쪽으로 가져나가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김창종 전 제주시의회 부의장은 "이 곳은 비행기 소음 최대 피해지역"이라고 강조한 뒤, "더이상 피해가 없도록 공항을 이전해줬으면 한다"며 이에 대한 우 지사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우 지사는 "신공항 개발과 관련해서는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전제한 뒤, "현재 이와 관련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는데, 내년 1월에 발표되는 용역 결과를 참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호동 주민들이 우근민 지사와 대화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 "소득창출 사업 없어...홍해삼 방류해 달라"
이호동에는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 별로 없기 때문에 '홍해삼'이라도 방류해 소득을 가져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김달봉 이호동 어촌계장은 "3년 전 홍해삼을 종패했는데 당시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며 "홍해삼을 방류할 수 있도록 신경써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우 지사는 "이호동에 홍해삼 3만미 정도를 배정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