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짠순이 하면 자린 고비가 생각나고 안 좋은 이미지가 강합니다만 알게 모르게 이 시대의 부자들은 의외로 무척 검소한 경우가 많지요. 신문에 나오는 세계적인 부자들의 생활을 보면 오래 된 자동차를 자기 손으로 몰고 옷도 수수하게 입고 다닌다고 해요.
물론 길바닥에서 다이아몬드를 주워서 하룻밤에 100만원을 넘게 번 아버지 친구분도 봐왔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이 꿈꿔야 할 것은 로또가 아닌 저축과 절약이지요.^^ 물론 로또 1등을 한 당첨자를 보면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서도 그런 경우는 일생일대의 돼지꿈이나 조상꿈을 꾸신 분만 누려볼 행운이겠지요.
제 남편과 결혼할 당시 부모님이 많이 반대를 하셨어요. 전 남편의 능력과 순수함을 보고 사랑했지만 부모님은 남편의 나이와 재산을 보셨거든요. 재산이 거의 없었어요. 저도 대학 졸업할 무렵이라 직장도 없었고요.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지만 지금은 부모님이 남편을 참 좋아하셔요.^^
저희가 집 구할 돈이 당장 없어서 친정집에서 얹혀 살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친정과 아주 먼 곳에서 월세로 살았지만 부모님이 결혼을 용서해주시고 난 후 친정집에 들어가게 된 거지요. 제 엄마, 아빠가 또 한 절약하시거든요. 그래서 방배동에 아주 좋은 지역에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집을 사셨어요. 그래서 부모님 덕에 저흰 302호, 부모님은 301호에 사셔요.
부모님은 먹을 것도 안 먹고 절약하셨어요. 애들 데리고 세 사는 설움을 생각해보시니 너무 싫으셨대요. 집을 사서 사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결심하시고 악착같이 모으셨대요. 아빠 혼자 버시는 돈이었지만 저희 넷에게 다이아몬드형 그 뚱뚱한 바나나 우유 한 번 안 사주시고 새우깡 한 번 안 사주실 정도로 알뜰히 모으셨던 분이 엄마셔요. 속옷과 양말은 구멍난 거 항상 꼬매서 다시 착용했고요.^^
학용품은 큰 딸인 제가 쓰면 모조리 물려서 쓰게 했지요. 그 덕분에 저희 아들 둘도 다 저희가 썼던 색연필과 콤파스 등을 사용하고 있어요. 사실 몇 백원, 몇 천원 안 하겠지만 그거 다 모으면 태산일 거라고 확신해요.
저희가 어렸을 때보던 책도 버리지 않고 놔두었다가 애들에게 읽히고 있어서 전집을 살 필요도 없었어요. 옷장과 책상, 식탁, 의자들도 구입하지 않고 다 재활용한 것이예요. 옷장은 저희 안방에 두 개나 있어요. 그런데 하나는 예전에 302호 살던 아줌마가 포기하고 간 옛날 까만 자개 옷장이예요. 남편이 자개를 좋아해서 새 옷장을 2층 가족(이사가는 곳에 붙박이장이 있다고 주심)에게 얻었는데도 못 버리고 두 개 다 쓰고 있어요. 화장대도 2층 가족에게 받았어요. 옷장과 세트라서 참 맘에 들었어요. 이불은 기본적인 요커버와 베게커버만 사고 친정엄마 남는 거 쓰고 있어요.
침대는 놓을 자리도 없거니와 남편이 그걸 뭣 하러 사냐고 해서 아예 없답니다.^^
식탁은 근처 사는 친구가 식탁세트를 산다면서 자기가 쓰던 식탁 가져가라고 해서 들여다 놓았지요. 아주 깨끗하고 새 거 같더군요. 소파는 집이 좁아서 아예 없고요. 집이 10년이 넘은 집이라서 부엌과 화장실이 많이 낡았었어요. 제가 3년동안 한 달에 10만원씩 적금을 모았더니 360만원이 넘어 한샘 부엌으로 하얗고 깔끔하게 다 바꿔버렸지요.^^
정말 큰 돈 쓴 거예요. 사실 먼저 친정 부엌을 엄마 몰래 다 뜯어 고쳤답니다. 그러고 나서 엄마가 너무 행복해하시면서 돈 좀 더 보태서 저희 집도 바꾸라고 하신 거예요. 안 그래도 결혼 반대로 불효가 막심했는데 조금 효도했다는 생각에 참 뿌듯했어요.
화장실은 남편이 시멘트를 사서 3층까지 모래와 함께 끙끙거리며 날라다가 혼자서 바닥 새로 바르고 시내에서 고른 타일로 쫘악 깔았어요. 낡고 곰팡이 슬은 벽은 남편이 다 깨끗하게 닦고 나서 자신만의 비밀(?)로 새 화장실처럼 바꿨지요. 변기는 엄마랑 시내에서 골라서 구입했고요.^^
애들 방이 좁아서 피아노 제가 5살 때 쓰던 거 호루겔 피아노 가장 무거운 거 갖다 두었더니 책과 장난감 놓을 때가 없어서 고민했어요. 남편이 저희가 유일하게 산 아이들 서랍장 위에 MDF목재를 구입하여 마루에서 잘라 선반을 만들었어요. 선반 받침대는 시내에서 싸게 한꺼번에 구입했어요.
그래서 완벽한 수납공간이 마련되었지요. 저희 집에서 가장 예쁜 공간이 되었지요.^^예전에 잡지사에서 절약하는 가족 촬영을 와서 애들 방 선반 앞에서 찍었답니다. 물론 절약노하우 기사도 실려서 잡지도 무료로 받았고요.
선반이 하나 남아서 저희 집 현관문 위에 설치했더니 남편의 기차 모형이나 집 모형도 둘 수 있어 공간 활용에 최고더군요. 그 밖에 마루에 있는 서랍장과 장식장 두 개는 이웃집이 이사갈 때 포기하고 간 가구였지요. 그런데 그냥 이렇게 쓰면 저런 걸 주워쓰냐 싶으시겠지만 장식장 두 개 참 예뻐요. 저희가 알차게 쓰고 있답니다. 서랍장은 손잡이가 낡아서 시내에서 선반 받침대 살 때 같이 서랍장 손잡이까지 구입했어요. 아이들 철 지난 옷과 장난감을 넣어두는 데 최고예요.
아이들 옷과 장난감은 저희가 산 것도 있지만 큰 애 낳았을 때부터 한 친구가 외아들이 있어서 아기침대며 신발, 장난감, 옷을 거의 다 물려 주었답니다. 그 친구 덕에 산 게 거의 없을 정도예요. 나중에 1, 2층 이웃이 이사갈 때 주고 간 위인 전집 세트, 장난감, 그리고 제가 입을 만한 사이즈의 블라우스까지 얻었지요.^^ 아이들은 새 것이든 아니든 처음 보는 것들은 다 좋아하더군요.^^
동네 애들이 놀러오면 장난감이 이렇게 많으냐면서 부러워할 정도였어요.
큰 애가 커가면서 옷을 하나 둘 사게 되는데 주위의 외동아들 있는 아줌마들에게 부탁을 하면 너그럽고 부지런하신 분은 가끔 옷정리하시면서 작아진 거 주시곤 해요.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던지요.
사실 그 전에는 1년에 외식을 거의 안 할 정도로 절약을 하고 살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제가 나태해졌는지 가끔 외식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물론 저희 부모님, 특히 엄마는 제가 이래저래 돈을 쓰고 다닌다고 하시지만 제 딴에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절약하려고 해요. 둘째 아들이 7살인데 2년 유치원 다니고 올해는 싫다고 해서 안 가거든요. 심심한 둘째를 위해 무료로 갈 수 있는 서울 숲이나 낙성대 과학관에 놀러가기도 해요. 그리고 국립과학관에 과학의 날 행사도 무료라서 신나게 체험활동하고 그 날 다빈치전이 50%할인이라길래 기분 좋게 과학자가 꿈인 아이들을 위해 함께 관람했지요.
이번 주말까지 하는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리는 로보월드전도 무료로 관람했어요. 성인 3천원으로 비싸지는 않지만 신문을 들여다보니 2인 무료관람 쿠폰이 보이더라구요.^^ 잽싸게 잘라서 지갑에 챙겨넣었지요.
게다가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하는 응모 등도 제가 맘에 드는 것들을 골라 참여해서 무료로 받은 것이 꽤 많아요. 저보다 더 당첨 많이 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대학교 때는 부모님 이천 미란다 호텔 1박 2일 무료로 보내드렸어요. 이번엔 20만원 식사권까지 당첨되어 엄마 생신 선물로 드렸어요.^^
환경을 위해 절약은 큰 도움이 되어요. 재활용은 기본이고 외식을 하는 경우 음식은 남김없이 먹으려고 최선을 다 하지요. 버리는 음식은 다 오염이 되는 것이니까요. 할 수 없이 남길 경우는 싸달라고 하지요.
앞으로 더 열심히 절약하면서 살고 싶어요. 2층 아줌마는 전기값과 가스비도 무지 절약하고 사셔요.
되도록이면 선풍기 안 쓰고 겨울에 불 안 때고 옷 더 껴입고 사시는 아줌마를 보며 저도 화이팅을 외쳐본답니다!
글 짠돌이 주부 안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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