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다. 예전 같으면 예쁘게 차려 입고 기다리는 제자들을 만나러 학교로 달려갔을
테지만, 올 해는 그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혼자 아침을 먹으며 신문을 읽는 느긋한 토요일 아침이다.
한국에만 있을 법한 " 스승의 날" 행사는 다양하게 치뤄진다. 15년 동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받았던 제자들의 사랑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해마다 제자들로부터 정성껒 쓴 사랑의 편지들을 받기를 원했는데, 이메일만 쓰는 요즈음 젊은이들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예쁜 종이에 정성껒 담아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제자들이 생각날 때면 그들의 사랑의 편지를 읽는다.
글로 표현된 사랑의 고백은 오래 오래 가슴에 남아 나를 미소짓게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제자들은 해마다 "스승의 날"행사를 새롭고 다양하게 하기 위해 몇일 전부터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것 같았다. 어떤 해는 나의 교수실을 온통 꽃 바다로 만들어준 적이 있었고, 또 어떤 해는 300여개의
빨간색 고무풍선을 장식해 사랑을 표시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감동되어 눈물을 흘리며 다짐하곤 했다. "나도 너희들에게 최고의 스승이 되어주겠노라고....."
과연 나는 최고의 스승이었을까? 지금 이시간에 다시 한번 내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그들에게 최고의 스승이
됬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 할 수 있음이 기쁘다.
"가르친다는 것"이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소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의 가르침을 받아 좋은 결과가 있었을 때,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해주곤했다.
"좋은 스승이 아니라, 좋은 학생이 있을 뿐이라고.." 정말 그렇다. 아무리 세계적인 스승이 가르친다 해도
그것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주는 것"이 될 것이다 (마태7,6)
예수님은 마태복음 23장에서 우리들(소위 스승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경고하신다.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 뿐이다"
얼마나 가슴 뜨끔한 말씀인가 ! 사람들에게 얼마나 인정받고 떠받들리기를 좋아하는 우리들인가!
참된 스승이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그분의 참된 제자가 될 것을 다시 한번 결심한다.
그리고 이제는 대접 받기보다는 그들을 섬기는 스승으로 거듭나야겠다는 마음을 주신 "빛의 날"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