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차 광덕산 산행기 - 재일이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8)
2008-04-09 15:38:41
187차 천안 광덕산 산행기
언제: 2008. 04. 06 (일욜)
어데로: 천안 광덕사- 광덕산정상- 장군바위- 광덕사
누구가: 재일 문수 뱅욱 세우 규홍 상호 인식 택술 덕영 석빈(덕영 子) (합 10명)
물 좋고, 인심 좋은 충청도 천안으로 오신 것을 환영해유~
2주 전에 항선달님께서 “재일아 천안에 광덕산이 좋다카던데, 그기로 일정을 함 잡아봐라” 하길래,
한번 들어본적이 있는 산이라, 주위에 수소문을 해봤제... 광덕산이 어떤 산이고?
천안에 내려와서 직장생활 한것이 어은 13년이 지났건만, 주변 산이라고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
갑자기 친구들이 천안으로 내려온다카이 내심 걱정이 되더라, 손님들 잘 모시야 될낀데싶어서..
친구들 덕분에 천안에서 처음으로 유명한 광덕산에 올라가보았네.
사전답사차 직원들하고 한바퀴 돌 때는 3시간도 채 안 걸리길래, 우리 산우회 친구들 한테는 반나절꺼리도 안되겠구나, 멀리와서 산행코스가 너무 짧아도 예의가 아닌데...
그래서 가벼운 산행이니 도시락 준비할것 없이 가볍게 산행하고, 하산하여 점심묵고, 온양온천 둘러서 올라오자고 미리 공시를 띄웠지.
근데 다들 바쁜 시절이라서 그런지, 문수, 세우, 뱅욱이 말고는 참가자가 없길래, 차 한대로 단촐하게 다녀오나 했는데 막판에 사람들이 몰려서 차 3대로 10명씩이나 소인의 “나와바리”에 참석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여기서 ‘나와바리’는 깡패가 삥땅 뜯는 구역을 뜻하는 순 일본말인데, 나는 처음에 무슨말인지 몰랐지... 광용이가 그라길래 그 말이 ‘안나오면 죽는다’하고 협박하는 소린줄 알았다.
9시 30분 광덕사주차장에 파킹하고 배낭을 꾸려서 들머리 광덕사로 들어간다.
광덕사는 신라시대 고승인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깊은 절인데 경내는 하산길에 둘러보도록하고 바로 산행초입으로 들어선다.
원래 산행코스는 오르막이 완만한 장군바위 쪽으로 올라서, 그기서 정상으로 둘러서 내려올 예정이었으나, 친구들의 단련된 체력수준에 조금이라도 부응해야할 것 같아서 거꾸로 돌려봤지,
초입부터 경사가 좀 가파른 길이라서 등산하는 느낌이 좀 들라고 말이지..
오르다보니 경사가 심했는지, 다들 숨소리가 거칠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데 “가벼운 산행이라카더니 뭐이 이리 힘드노!! 재일이한테 속앗다, 믿을 놈이 없네.. 꿍시렁 꿍시렁...”
그래도 펭귄은 제 스타일에 맞는 산이라 생각했는지 무전기 하나들고 처음부터 치고 날른다. 광덕산은 큰 바위가 별로 없는 육산인데다 단거리코스라 펭귄하고 궁합이 딱 맞는 모양이다.
4월 날씨치고는 다소 더운데다 산행강도가 생각보다 심했는지 정상에 올라오니 땀이 흠뻑 젖는다.
덕상은 아들레미가 대신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모습을 대견스레 보면서, “데리고오니 도움이 되는데” 하면서 입이 양쪽 귀에 걸린다.
정상에서 한쪽옆으로 자리를 잡고 막걸리로 판을 벌리는데 안주꺼리가 우째 시원찬타. 과일, 양갱 과자 등등.. 막걸리안주로는 좀 부족하다싶어서, “누가 김치 좀 얻어오면 안되겠냐” 하니까, 넉살 좋은 펭귄이 자청하고 나선다. 어르신 펭귄이 안주 구걸하는 모습이 가관일 것 같아서 카메라 들고 따라나서니, 역시 펭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안는다.
주위를 뚜리번 뚜리번 살피더니, 좌판을 펴고 막걸리 파는 곳으로 가서는 “거~ 며루치 좀 얻을수 업심니꺼? 막걸리안주가 업어스리” 주인은 어르신이 안되보였는지 가져온 동냥그릇에 멸치,마늘쫑을 넉넉히 담아준다. “주는 김에 고추장도 좀 주이소, 멸치 찍어 묵구로예” 고추장도 한 숟가락 담아준다. 그러고 펭귄은 옆에 있는 막걸리를 보고는 “우리 막걸리하고 색깔이 좀 틀리네예 맛 함 볼수 있읍니꺼” 주인장 맘씨 좋게 한 사발 덤뿍 담아준다, 펭귄은 맛을 보더니 “우리 아~들한테 맛 함 비~주야 된다”면서 양손에 안주와 막걸리를 들고가니 대환영이다.
그라고 다음부터 막걸리안주 멸치와 세우는 세우가 책임지기로 했다.
-.펭귄의 수완이 보통이 아이네...
정성에서 막걸리파티는 여기서 끝이 난게 아니었다. 배낭을 메고 단체사진 한판 박고는 가는가 했는데, 사진 찍어준 젊은 친구들이 좌판을 펴고 막걸리를 먹고 노는 것이 궁금했는지 그 판에 끼어든다.
락앤락 직원들이 단체로 놀러와서 기특하게도 회사 제품의 홍보를 열심히 하더라. 우리 친구들은 하나같이 맞짱구를 치면서 그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니 막걸리대접이 막 들어온다.
천안 광덕산 인심도 좋고, 친구들 비유도 좋아서 죽이 잘 맞는 풍경이 여러번 연출이 되니 보기가 참 좋더구만...
막걸리로 채운 배가 하산하면서 꺼질까?? 꺼져야 맛 있는 송어회와 백숙을 먹을텐데, 걱정된다.
오늘의 메인 메뉴는 막걸리가 아닌데...
하산길에 세우가 싱겁한 소리로 분위기를 띄운다. 20대는 물안개, 30대는 택시, 40대는 뭐~게?
40대는 뱅욱이가 한달 전 북바위산에 올라갈때부터 생각이 안나서 골을 싸멧던 것인데,
“소~주”(소문 안내면 주께) 솔욱아! 다음부터 잊아묵지 마래이, 산행기에 이런거 올리는기 아이다. 산행대장 채신머리 깍인다. 말이다!!
그라고 세우가 한소절을 더 띄운다. 집에서 한끼도 안먹는 남편은 ‘영식님’ 한끼 먹는 남편은 ‘일식이‘ 두끼는 ’두식놈‘ 세끼 다먹는 서방은 ’쎄~끼‘... 깔깔깔 넘어간다. 앞에 가는 동네 아저씨, 뒤에 오는 아줌마들이 키득키득 웃는다. 집에 가면 써 묵을라꼬..
웃고 즐기는 사이 벌써 광덕사에 도착했다. 여기서 덕영이는 분당에서 4시에 약속이 있다하여 부랴부랴 점심장소로 이동한다. “광덕 원가든” 이 집이 미리 소문낸 그 집이다.
근데 걱정한대로 막걸리배가 안꺼져서, 몇 사람은 먹는 것이 어째 시원찬타. 그리고 송어회를 안먹는 친구들이 있는데, 혹시 기생충? 땜에 그라제.. 꼭꼭 씹어서 묵으면 괜찬타..
식사를 마치고 세우차로 덕상 부자와 뱅욱이는 바로 올라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가까운 온양온천으로 직행했다.
작년(3공)과는 달리 올해(4공)는 우리 항대장님이 온천을 워낙에 좋아해서 산행지 근처에 온천이 있는데 그냥 지나가자카먼 혼난데이... 내가 그냥 올라가자 했다가 깨갱...
나도 온천을 참말로 좋아하는데 주위에 눈치를 많이 보거든, 대세를 따를라꼬 말일세.
온양관광호텔에서 목간을 했는데 지난번 수안보온천보다 물이 더 나은거 같더라, ‘나와바리‘라서 그런가?
친구들 고맙소!
멀리 천안까지 오셔서 즐겁게 산행하고 점심도 맛있게 드시고, 온천까지 하게된 것은 나도 이 동네 오래 살면서 처음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주변에 다른 산을 개발하여 한번 더 모실까 하오.
재일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