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6.
신안 여행에서
1004 뮤지엄파크에 도착했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김밥페스타>라는 홍보물이 펄럭이길래 김밥을 먹으러 왔다. 2,000원부터 5,000원까지 다양한 가격과 종류의 김밥을 맛볼 수 있다니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이틀간 진행되는 피아노와 댄스 축제의 첫날이다. 임시주차장 서너 개까지 가득 채운 걸로 봐서 인산인해가 예상된다. 안내봉을 따라 주 무대에서 한참을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보니 족히 1km는 걸어야 할 판이다. 메마른 땅에서 먼지가 폴폴 거린다.
돈이 너무 흔하다. 모든 것이 돈의 흔적들이다. 돈의 힘은 무지하게 크고 강력하여 물리적인 모든 것들을 원하는 데로 갖추어 준다. 이렇게 무지하게 넓은 공터에 몇 개의 거대한 건축물이 들어서고 한쪽 귀퉁이에는 검은 아스팔트를 깔아 넓은 주차장을 만들었다. 높은 명성을 가진 설계자에게 거대한 대가를 쥐여주고 창조된 건축물들이 보인다. 내부에는 갖가지 것들을 채우고는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등의 이름표를 붙인다. 그런 것들이 지자체 둘 건너 하나씩은 있는 듯하다.
내실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세계 경제가 보호 무역 위주로 돌아서는 경향이다. 미국의 경제 깡패 도널드 트럼프의 광기가 무섭다. 국가 간의 약속이나 동맹국 간의 협약도 장사꾼의 저울처럼 기우는 세상이다. 중동 전쟁은 그칠 조짐이 없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은 3년이 넘었다. 전쟁으로 인한 물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휘몰아칠 경제 위기를 대비하고 헤쳐 나갈 탁월한 리더가 필요하다. 헛돈 쓰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안은 섬들의 연합이다. 군수의 말에 따르면 신안은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박지도 할머니의 소망을 담은 퍼플교는 한 번쯤은 여행하고픈 곳이다. 꽃도 보라색 꽃만 심고 피우며, 토끼나 용과 같은 조형물에서부터 건축물 지붕까지 보라색으로 칠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신안은 보라의 섬이다. 그래서 축제장 안내 요원과 봉사대원들에게도 보라색 티와 모자를 입히고 씌웠다. 온통 퍼플로 도배한 듯하다. 이 모든 것은 천사대교의 개통이 일조했다. 10.8km의 천사대교는 9년여의 공사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5,814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되었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2019년 4월 4일 개통되었고 자은도, 안좌도 등 큰 섬들이 육지와 다름없는 자동차 여행지가 되었다. 육상과 해상 교통망의 획기적 개선으로 500만 관광객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신안 여행의 목적은 섬티아고 때문이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5개의 섬에 세운 작은 예배당을 따라 걷는 순례길이다. 예수님 제자의 이름을 딴 각기 다른 모양으로 지어진 12개의 예배당이 있다. 하나나 둘이 들어가 기도, 묵상, 영상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간이다.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에 상관없이 누구나 들렀다 가는, 예배당인 듯 아닌 듯 공공의 건축미술 작품이다. 작고 예쁜 디자인의 예배당을 보고 느끼며 사진에 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물때를 잘 맞춰야 노둣길로 연결된 섬들을 걸어서 다 돌아볼 수가 있는 매력적인 여행길이다. 물이 차면 길이 사라졌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보이는 신비한 풍경을 가졌다고 해서 기적의 순례길이라 한다. 노둣길이 물에 잠기면 서너 시간 동안은 통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연안여객선 매표소에 들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500원이던 뱃삯이 2,000원이 된 까닭이 궁금해서였다. 중년의 매표원은 군수님이 내리라 해서 내렸다고 한다. 돈 쓰려고 오는 서울 사람들 운임을 왜 깎아 주는지 모르겠다며 잔뜩 볼멘소리를 질러댄다. 자기는 없는 돈이 남들에게는 흔해도 너무 흔하다고 한다. 세금으로 메우는 지원금 이야기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여객선 운임이 관광객 유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녀의 말은 지극히 타당했다.
공익이란 이름으로 뿌려진 돈들이 보인다. 연말에 교체되는 보도블록이 대표적이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차원이 아니다. 무분별하게 계획되는 축제와 위풍당당한 새 청사 건물들과 흔해빠진 공공시설들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다. 출렁다리와 구름다리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대가 꿈틀거린다. 이제는 공터가 보이면 신도시 건설을 내세우기도 한다. 개발이 우선인지 보존이 타당한지는 나로서는 모른다. 전문가가 아닌 탓이지만 인구는 날로 줄어드는데 새롭게 올라가는 수많은 아파트와 치솟는 가격은 더 이해되지 않는다.
가끔은 사회주의자가 되고 싶다. 부의 불평등과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딱 하나만 주장하고 싶다. 1인 1주택 소유법!
첫댓글 돈이 흔해 자빠졌나??
휴지을 막 사용할때마다 호통을 치시던 우리 아버지 생각나네
돈 지랄이 났다
모두 세금이잖아. 앞으로 국제 증세가 아리까리한데 국력을 모아야지. 돈으로 세계와 싸워야 할 일이 곧 생길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