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8일 토요일 - 체코
빈에서 체코로 이동, 체스키크롬로프 성, 프라하 도착
* 비엔나 하모니 호텔
유럽의 호텔은 한국에서 계산하는 1층을 0층으로 계산한다. 모든 건물이 다 그렇다. 지금까지 유숙한 호텔 모두 그랬다. 그래서 당황한 적도 있었다. 1층을 누르고 호텔 식당에 가려하면, 룸만 즐비하여 다시 엘리베이터로 들어오곤 했다. 우리 의식 속의 1층은 O, 혹은 P로 표시하고 있었다.
또 하나 비엔나 하모니 호텔은 특이한 엘리베이터였다. 호텔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찾지 못하여 안내원에게 물으니 벽에 부착된 상단은 젖빛 유리로, 하단은 나무판으로 된, 어느 부엌문 한 짝의 형상 같은 벽문을 엘리베이터라 했다. 그 문 앞에서 상층으로 올라가려 오름 버튼을 눌러도, 0층에 다다른 엘리베이터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고장인 듯 하여 황당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며 문짝을 당겨보았다. 그때 열리는 것이 아닌가. 후유 안도의 숨을 쉬고 탔는데 내려야 할 층에 다달았는데, 이번에는 종만 '땡' 치고는 또 문이 그대로 닫혀있다. 참으로 난감했다. 알고 보니 다시 인공으로 문을 안에서 밀어야 열리는 것을 그대로 서 있었으니 열리겠는가. 그 문제로 우리는 한바탕 씁쓸하게 웃었다.
비엔나 호텔의 외경은 상당히 오랜 전통을 드러내고 있다. 창문과 출입문만 제외하고는 벽면 거의 전면에 담쟁이 넝쿨이 파란 잎새를 나풀거리며 싱싱하게 붙어 자라고 있다. 층수도 상당히 높다. 지금까지 보아온 유럽의 건물들이 틈새가 없이 다 이어져 있음은 이제 생소하진 않지만, 하모니 호텔 역시 옆의 건물과 길게 붙어있다. 어디까지 호텔이고, 어디까지 아파트이고, 어디까지 상가인지 구별이 잘 가지 않는다. 한국으로 치면 한 주인이 통째로 높고 길고 우람한 덩치의 건물을 대형으로 지은 듯하다. 저렇게 큰 건물의 소유주가 하나일까. 그건 절대로 아니리라. 너와 나의 경계선을 그어야만 안심하는 우리나라, 한국의 정서와는 다름에서 오는 차이라고 해석되어졌다. 하모니 호텔 주변 건물들이 대부분 다 그렇게 지어졌다.
또 하모니 호텔은 수신자 부담의 컬렉트콜 전화를 한국의 집에 있는 아들에게 했을 때 사용료를 받았다. 슬로베니아와 헝가리에서는 체크되지 않았는데, 비엔나에서는 미화불 1달러를 지불했다. 전화 요금은 한국에서 부담하고 호텔룸의 전화기 사용료란다. 오스트리아 화폐로 300원 정도의 돈을 요구하는데 소액의 돈이 없이 미화 1달러를 주니 거스름돈 없이 2대로 받고는 가란다. 유럽에서의 호텔 전화는 비용이 비싸니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던 주의사항이 머리에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대신 음성 상태는 깨끗하게 잘 들렸다.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아침시간이 아쉬워, 버스가 올 동안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구두 상가에는 구두 한 짝씩 값을 붙여 진열해 놓았고, 중학교에는 토요일 휴교로 수위 혼자 교문을 지키고 있었다.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수위였다.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있었더니 겸손한 자세로 다가와 나가주시라는 당부를 했다.
오늘은 오스트리아에서 체코로 이동하는 날이다. 모든 것이 아쉬워 빈의 풍경들을 가슴에 담는다. 고급호텔 하모니는 나의 기억 마지막 장에 고고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비엔나 하모니 호텔...온통 담쟁이 넝쿨이 건물을 휘감아 오르고...그 아름다움.정문 앞에서 떠나던 날 우리 부부
오스트리아 비엔나 하모니 호텔-재등록(2017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