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예술이자 영속예술로서의 디카시
21세기 벽두에 새로운 문예운동으로 등장한 디카시는 이제 세상 방방곡곡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그 이름을 알고 있는, 보편적 확산의 지경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강역을 넘어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여러 나라로 새로운 문화 한류의 전파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의 정치력이나 경제력, 또는 군사력으로 밀고 나갈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브랜드와 네임벨류를 생산하고 있는 터이다. 순간포착의 강렬한 영상, 간결한 촌철살인의 시적 언어가 순간예술이자 영속예술의 필요충분조건을 성립시키는 형국이다.
순간예술이라 할 것은, 짧은 찰나의 예리한 감각과 안목으로 영상 미학을 발굴한다는 뜻이다. 영속예술이라 할 것은, 그에 부가된 콤팩트한 시적 언어가 견고한 의미구조를 생성하며 길이 명작으로 남을 기대감을 표출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디카시는 주로 한순간의 극명한 영상과 언어에 집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디카시의 범주가 확장되고 그 대열에 동참하는 시인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일상적이지만 잘 촬영된 사진에 깔끔하고 상징적이며 언어적 묘미가 포괄된 작품의 수요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다만 그에 동원된 시적 언어가 진부하거나 길이만 늘어나서는 제값을 인정받기 어렵다. 모든 예술에 통용되는 금과옥조는 앞서 언급한 '놀랍지 않으면 버려라'일 것이다.
2004년 경남 고성에서 발원한 디카시는 고성의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을 필두로 황순원문학제, 이병주국제문학제, 오장환문학제 등을 비롯하여 여러 처소에 여러 모양으로 수용되고 있으며 해외의 한국어 디카시공모전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직 시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나 새로이 제주국제디카시페스티벌도 계획 중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디카시인협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동시다발로 추동하는 발양의 노력들이 마침내 세계문예사에 하나의 도저한 물결을 이루는 내일! 곧 디카시의 꿈이요 열정이다.
김종회교수의 디카시 강론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 중에서
2024. 10. 16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