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번째 베트남 2009 여름 - 5일 달랏 그냥 돌아댕기다 2

[해남사랑]

5일 - 달랏 그냥 돌아댕기다

아침부터 비가 꽤 쏟아진다.

좀 춥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모두 방한복에 칙칙한 우비를 걸치고 있다.

학교에서 공문처리하라고 연락이 온다.

여기 인터넷 속도가 장난이 아니란 걸 아는가 모르겠다.

끊고 연결하기를 수십분 낑낑거리다가 드디어 액셀공문을 받고, 작성해서 넘기는데만 꼬박 1시간반 걸렸다.

한국에서 5분이면 끝낼 일이었다.

신경썼더니 머리가 아프다.

분보(Bun Bo)를 두 젓가락에 순식간에 해치우고, 느끼한 돼지뼈는 건저낸 채 후루룩 소리내어 마셔버린다.

숟가락으로 점잖게 떠먹지 않고  사발째 마시는 것을 본 주변 사람들 신기하게 쳐다본다.

보던 말던....

길가 택시 잡아타고 죽림선원(Thien Vien Truc Lam)으로 가자 했다.

죽림선원의 아름다운 정원을 둘러본다.

이름만 죽림이지 대나무는 아주 조금이다.

대부분의 건물은 출입통제.

곳곳에 떠들지 말고 조용히 관람하라는 팻말이 보인다.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져 있다.

근처에 케이블카도 있었지만, 풍경이 별로 아름답지 않다는 기사의 말도 있었고, 내가 보기에도 풍경보다는 그냥 케이블카 타보는 재미만 있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선원 입구에 그려진 경고성 안내판. 과도한 노출과 애정행각은 X란다>

<홍리(Hong Ri) 꽃>

<이것으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관찰했다던데>

<죽림선원 이름에 걸맞지 않게 대나무는 꼴랑 요거 하나>

<아마도 사자를 표현한 듯 한데, 내눈에는 푸들 두마리>

<분명 용일 것이다. 공물고 있는 말티즈 두 마리>

 <아이들 떠들고 장난치지 못하게 관리해달라는...>

그 다음 간 곳이 베트남 마지막 왕 Bao Dai 왕의 궁전(Dinh Bao Dai).

첫번째 들른 대통령부인의 궁전은 시간이 마감되어 들어가지 못하고, 대신 바오다이 왕의 휴양별장에 들어갔다.

입장료 8000동.

사이공의 통일궁이나 전쟁박물관과 별 다름 없는 그저 그런 곳이다.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강제 퇴위당한 마지막 왕으로서, 우리네 고종이나 순조와 같은 운명이었던 것 같다.

별로 재미 없었다.

<들어가기 전 오랫만에 신어 본 덧신>

<왼쪽부터 바오다이왕, 왕비, 태자>

<왕 집무실>

<왕비 초상화>

<밥 먹을 땐 건들지 마라 잉>

<건물 총 3개, 내가 본 건 오른쪽 건물 하나, 나머지 두개는 공산당이 사용중...썩을 넘들>

<출구에 늘어선 옷가게, 아가씨 하나가 밥먹다가 터진 플래쉬에 화들짝>

호텔로 돌아와 한잠 땡긴 뒤 다시 나선 달랏거리 걷기.

다시 쏟아지는 장대비에 옷을 젖어들기 시작하고, 길거리에서 5000동짜리 싸구려 비닐옷을 사서 입었다.

달랏시장.

별로 크지 않은 시장, 그냥 그런 시장이다.

달랏시장에 한번 가보라는 여행객의 인터넷 여행기가 의심스러울 정도.

다시 쫄딱 비를 맞고 간 곳은 쓰안흐엉 호수 변에 있는 그 커피숍.

비가 멈출 때까지 따끈한 모카커피와 예의 그 아티소차를 시켜놓고 줄창 게기기로 했다.

어느덧 사위는 어두워지고....

비는 여전히 쏟아지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호수의 잔물결과 그 물결에 비추어진 불빛 영상들이 같이 흔들린다.

낯선 베트남음악이지만  우리의 발라드처럼 부드럽고 애잔하다.

한 시간 정도 흐른 후 비가 멈췄고, 다시 길을 나선다.

낮에는 시원했던 바람이 이제는 한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이들은 젊음을 만끽한다.

2인용 자전거를 신나게 몰고 달리는 한무리의 젊은이들.

바람은 찼지만, 밤 호수가 너무 아름다워 그냥 걷는다.

<호숫가 커피숍 Mei에서 바라본다>

<밤이 더 아름다운 쓰안 흐엉 호수>

다시 달랏시장.

비오던 낮과는 달리 매우 활기차다.

야시장에 잠깐 들러 한기에 떨던 몸을 위해 가벼운 웃도리를 하나 사서 입었다.

내친 김에 딸이 좋아할 만한 털실 모자 두개.

오늘은 아무래도 몸이 도와주지 않는다.

일찍 들어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드러눕는 게 상책일 듯 하다.

<여기에서 딸 줄 같은 모양, 다른 색깔 털실모자 두 개>

<나도 추워서 가장 예쁜 아가씨가 파는 웃도리 한개 사자마자 착복>

<장사 중에도 틈틈히 무언가를 계속 짜고 있다>

<달랏의 요상한 타우너 택시>

[01하늘과땅]

잘 보고 갑니다 계속되는 여행 후기에 매일 카페에 옵니다 건강 하기고 즐거운 여행 되십시요

[해남사랑]

조금 있으면 끝날 시리즈지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업쓰]

세밀히 후기를 올려주셔 재미있게 보고 있읍니다

[해남사랑]

나름대로의 여정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하죠. 다음에는 다른 경험을 하고 싶네요

[아마데우스]

저도 달랏에 갔다 온적이 있는데... 5개의 글 중에 마지막 글 사진에서 아는 곳이 있네요...글 잘 봤습니다.

[해남사랑]

아무도 찍지 않았던 곳의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합니다만, 역시 유명한 곳은 알아보는 사람이 있군요

[인디안밥]

달랏..반팔티로 싸돌아 다니다가 얼어죽을뻔 했음돠... 그래도 천원 우비 뒤집어 쓰고 오토바이로 비맞으며 달리는 그맛이란...

[해남사랑]

와우...저는 제일 싼 거 산것이 5000동이었당께요. 또 바가지 쓴걸까?

[빅로이]

정말땡기는데요..^^ 달랏

[해남사랑]

달랏술 정말 땡깁니다.

[tomson]

바오다이 왕이 우리나라 6.25 전쟁당시 쌀을(당시 안남미)보내주었엇는데 도움을 받았든것도 이제는 잊혀저가는 세대만 남는것 같아서.......

[베트남청춘]

처음 듣는 아름다운 소식입니다,잘 계시죠?? 하노이서 상봉을 기대합니다^*^

[해남사랑]

와우..저도 처음듣습니다.

[분배]

이전에 달랏 관광했던 생각이 나네요 달랏은 선풍기,에어컨이 필요 없고. 도시 한가운데 골프장이고, 여름에도 가죽잠바 있고, 비닐하우스 농사 그리고 한국과 비숫한 채소농사 옛 추억이 생각나게 했어 고맙습니다

[해남사랑]

제가 달랏에서 살고싶은 이유를 모두 이야기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