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체류기 14
2012년 9월 15일(토)
주말 아침, 세 명의 병리의사가 특별 강의를 요청해 왔다.
여러 나라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온 Dr. Bogii, 동유럽 여러 나라에서 2~3년 동안 종양학(Oncology)을 연수한 Dr. Geelte, 그리고 언제나 내 곁에서 통역과 강의를 도와주는 총명한 Dr. Enkhee였다.
그들이 배우고 싶어 한 것은 갑상선 미세침흡인세포검사(Thyroid Fine Needle Aspiration Cytology, FNA)였다.
이미 풍부한 경험을 가진 병리의사들이었기에 병리 슬라이드 자체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었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간 강의 자료(PowerPoint)를 중심으로 핵심 내용을 설명하자 금세 이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갑상선의 양성 병변들을 슬라이드로 함께 관찰하며 형태학적 특징을 설명했다. 이어서 이해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퀴즈를 진행했다. 이것은 내가 한국에서 교육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설명만 듣는 것보다 스스로 진단해 보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훨씬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효과는 컸다.
퀴즈를 마친 뒤 토론을 이어가자 그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고, "아, 이제 이해가 됩니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 순간마다 교육자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이번 강의는 통역이 거의 필요 없었다. 세 사람 모두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강의의 흐름이 끊기지 않으니 교육 효과는 훨씬 높아졌다.
무엇보다 큰 힘이 된 것은 한국에서 어렵게 가져온 멀티헤드 현미경이었다.
한 대의 현미경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들여다보며 같은 세포를 함께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형태학 교육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다. 설명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같은 시야를 공유할 수 있으니 이해의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장비를 몽골까지 보내 주기 위해 애써 준 국립의료원 관계자들과 대한세포병리학회, 그리고 라파엘클리닉 인터내셔널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교육은 오후 1시에 시작하여 5시가 넘도록 계속되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강의와 토론에 모두가 몰입했다. 그날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배우려는 사람이 준비되어 있으면 가르치는 사람은 힘든 줄도 모른다.'
교육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열정이 만나 새로운 배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강의를 마친 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들의 형편을 생각하면 식사비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 같아 내가 대접하고 싶었다. 다행히 카드 결제가 가능한 양식집이 떠올랐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 식당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 돈으로 약 4만 원 정도의 식사비는 한국에서는 큰 금액이 아닐 수 있지만, 당시 몽골 병리의사들의 월급을 생각하면 결코 가벼운 액수가 아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날의 특별 강의는 나에게 다시 한번 확신을 주었다.
배움에는 국경도 없고, 주말도 없었다.
그리고 진심을 다한 교육은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하루였다.
첫댓글 배움과 가르침 밤낮이 없지요
젊은날의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