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대회 국화부에서 우승한 장영숙(오른쪽)과 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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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제 35회 화곡어머니대회 개나리부와 국화부 결승전을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화부 결승은 감동이었고 개나리부 결승은 실망이었다.
먼저, 국화부 결승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동호인 국화부 1위 장영숙은 일명 '엎어치기'의 명수다. 센터 높은 공이 올라가면 어김없이 상대가 못 치도록 강한 임팩트로 코트에 꽂아넣기 일쑤다. 4강전 타이브레이크에서 멋진 승부를 보이더니 결승에 올라온 상대와 함께 명승부를 연출했다.
비로 인해 계남 실내코트에서 약간 어두운 조명속에서 장영숙의 플레이는 빛났다.
먼 발치에서 보던 남자 동호인들도 견실하면서도 강한 플레이에 박수를 보냈다. 또 먼 발치 한 기둥켠에선 장영숙씨의 남편이 아내의 플레이에 감복한 듯 경기내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기아배 우승으로 호주오픈 투어 관전을 하기 위해 2년에 걸쳐 멜버른 시내에서 만난 장영숙씨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코트 밖에서의 당당함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날 화곡대회 국화부 4강과 결승에서 기자의 눈에 비친 장영숙은 그야말로 여성 동호인 테니스의 군계일학으로 비쳤다.
이어 열린 시상식. 화곡회원들의 박수속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정말 다들 장영숙조의 우승 그림이 너무도 좋아 기쁜 박수를 보냈다. 준우승한 선수들도 박수를 보내고 장영숙의 파트너인 춘천에서 온 진난희씨도 "정말 잘 친다"며 장영숙의 플레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그랬다.
장영숙이 박수 받아야 할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우승 대가로 받은 부상을 선뜻 주니어 후원에 보태라고 대회장(송선순)에게 건넸다.
대회장은 순간 놀랍고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 육성으로 장내에 이 소식을 전했다. 장영숙의 플레이에 감동받은 갤러리와 화곡 회원들은 또 한번 박수를 보냈다. 이 박수 소리 시간은 우승 축하 박수보다 길었다.
필자의 귀엔 아직도 귓전에 박수소리가 울리고 있다.
역시 장영숙이었다. 일간지에 성공한 테니스동호인을 대표해 실리고 테니스매거진에도 인터뷰가 실리는 등 이러한 것들이 그저 나간 것이 아니라 나갈 만한 이유와 인품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정말 국화부의 왕국화로서 랭킹 1위에 걸맞은 의식을 보유하고 있는 동호인이 바로 장영숙으로 비쳐졌다.
필자는 동호인대회장이나 행사장에서 장영숙씨를 만나면 "요새 성적 어떠세요. 우승 안하시는 것 같아요" 하고 농담섞어 꼭 묻는다. 그러면 돌아오는 답이 "아유! 실력이 있어야죠"하며 겸손을 보인다. 그러면서 장영숙은 매일 집에서 실내자전거를 30분씩 타며 체력을 키운다고 주위에서 귀뜸을 해준다. 여자 동호인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자신을 살찌우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앞서 목동에서 열린 개나리부 결승전. 300여팀이 출전해 국내 최다라고 대회본부는 자랑을 하지만 결승전은 동네 월례대회만도 못했다. 적어도 필자의 눈 기준으로만은 아닐 것이다.
결승에 오른 두팀은 일단 국민생체대회가 아닌 카타, 카토의 우승자들.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며 출전한것 까진 좋다. 하지만 결승에서 서로 우승을 회피하려는 플레이는 35년 전통의 대회에 먹칠을 했다.
일단 첫 서브는 폴트를 하고 두번째 서브는 베이스라인에서 멀치감치 떨어져 넣는 등 평소 '금밟고 하는 공놀이'수준이 아니었다.
심판과 국민생체 감독관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베이스라인에서 라켓을 땅을 패대기치듯 스트로크를 하는 플레이는 여전했고 서로 스코어를 조절하듯 경기를 했다. 4-1에서 타이브레이크 까지 가는 경기를 했고 서로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공을 퍼내기 바빴다. 포인트를 따도 서로 하이파이브하는 것은 동네에 두고온 듯 얼굴은 죽을 상이었다. "우승하면 안되는데"하는 식이었다.
흔히 대회 본선만 올라가는 실력이 되면 테니스는 매우 재미있다. 테니스소리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시기다. 그런데 마음 먹으면 4강까지 가면 정말 세상 자기만 쳐다 보는 것 같다. 이정도면 대통령도 안부럽다.
하지만 우승 기피하고 결승전에서 일부러 아웃시키는 행위를 하면서 아쉬워하는 행위들은 몸은 아마추어지만 머리는 '프로'인 셈이다.
이틀내내 발이 부르트며 대회를 진행한 화곡회원들, 비가와서 망정이지 비 안왔으면 밤 9시까지 밖에서 부르튼 발 매만지며 참가자 불편함 하나도 없게 하려고 애썼으리라. 나중엔 하루종일 서 있은 탓인지 "언니, 발이 너무 아파요"하며 하소연도 하는 회원도 있었다고 한다.
대회전 비가 기간내내 온다는 소식에 한잠 못자고 노심초사하며 대회를 준비했다고 한다.
비록 개나리부 결승 출전자들의 플레이는 대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국화부 장영숙과 결승 플레이는 회원들의 노고를 위로해 주고도 남았다.
그래서 결승전 뒤 계남실내코트에서 우중에 열린 시상식의 박수는 입상자를 위한 박수였지만 대회를 진행하고 준비한 사람들의 귓전을 때리며 서로의 격려 박수로 남았다.
박원식 기자
대회 결과
우승 : 이재기(안산어머니,즐테여), 가경순(서산어머니,대산클럽) 준우승 : 김영희(수원어머니,화성어머니), 김종도(동탄DTC,세마클럽)
국화부
우승 : 장영숙 (TL2004,목요) , 진난희 (춘천, 테여행) 준우승 : 이권희(부천어머니,윈), 조용숙(부천어머니,윈) 공동 3위 : 이현숙(신일산,고양연맹), 이연경(등마루, 고양연맹)/위홍림(화곡,원미), 이경순 (신림목련)
개나리부
우승 : 이재기(안산어머니,즐테여), 가경순(서산어머니,대산클럽) 준우승 : 김영희(수원어머니,화성어머니), 김종도(동탄DTC,세마클럽) 공동 3위 : 김미정(신일산), 박영미 (상계화목)/이순영(분당느티), 서영미(성남여자연맹,분당느티)
6강 임진경(포천개나리), 이미옥(포천개나리)/윤미자(수지어머니), 이영란(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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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테코에 올려진 기사를 읽고 속터진다고 한바탕 편집장한테 문자로 난리를 쳤더니 밤에 뽀쪽한 표현들은 빼고 다시 바꾸셨군요 다행입니다.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지만 앞으로는 매사에 더욱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