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 강원도 휴가의 지상 목표는 맛있는 옹심이와 막국수를 찾는 거였다. 아야진 횟집은 기본이었고. 실은 속초에서 옹심이와 막국수를 잘한다는 소위 맛집들은 이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위의 삼*막국수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를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해 안갔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배신당한 옹심이와 막국수맛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 맛집들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했다.
일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자 미리 준비한 짐을 챙겨 출발했다. 엥겔 지수 매우 높은 우리집 아이들 때문에 가다가 김밥천국 커플지옥에서 김밥 몇 줄 샀는데, 그냥 차에서 자길래 그길로 속초까지 내처 달렸다. 일찍 나선 덕분에 막히지 않고 한 10시 경에 속초 중앙시장에 도착했다. 다소 이른 시간인데도 감나무집에는 우리 말고 관광지도를 가지고 있는 몇 팀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집 감자옹심이는 역시 이름값을 했다. 우리들은 정말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먹었다. 예전 소박했던 삼*막국수와 비교해서 기교를 부른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이런 집이 있다는게 다행이었다. 30년 이상 한 자리에서 같은 맛을 낸다는 것은 주인의 고집덕분이지만 맛을 잊지 못하고 찾는 손님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다.
맛있는 아점 먹어 든든한 배를 채우고, 찾아간 해수욕장. 숙소로 잡은 곳이 관리를 해 주어서 젖먹이도 비교적 쉴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애들은 물 속에서 갈생각을 안하고.
애들 데리고 노는 건 너무 힘들어...지금 보니 지쳐보인다.
저녁에는 아야진 횟집을 찾아 갔다. 그전부터 사장님은 식당 그만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매년 찾아가면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갔었는데 식당 건물은 다이버의 집으로 바뀌어 있어 또 한번 좌절. 할 수 없이 군의관 시절 군인들 회식 자주하던 오호리에 있는 횟집까지 한 20분 차를 몰고 찾아 갔다. 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물어물어 가 보았더니 다행히 그집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는지 회라면 사족을 못 쓰는 우리 딸래미들이 얼마 먹지 못하고 가자고 해서 맛있는 회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고성 살다가 청주 와서 제일 적응 안되었던 것이 회 먹는 것이었다. 여기 회 맛에 길들여 있다가 청주와서 회먹으면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어 먹을 수 없었다. 물론 한 두달 정도 지나니 없어 못 먹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설악산 산책. 엄마를 닮아 고소공포증 있는 아이들 덕분에 케이블카는 엄두도 못내고 비선대까지 산책하려다가 더워서 그냥 복귀.
딸래미 셋이라 이런 그림이 나온다....
이제는 막국수를 먹어야 할 때였다. 북쪽으로 한참 가면 반암 쯤에 '3대째 박포수 막국수'도 괜찮고 그 전에 화진포 쯤에 있는 '백암막국수'도 좋다. 그러나 거긴 멀고 속초 근처에 있는 곳 중에 항상 들어왔지만 가보지 못했던 곳을 찾아갔다. 군대 있을 때부터 실로암 막국수는 유명했다. 서울에서도 찾아온다고도 하고 한참 줄을 서야 하는 곳이라고도 들었다. 실로암 막국수가 있는 동네 전체가 막국수촌이다. 가는 길마다 막국수 집이 즐비했다. 하지만 가장 구석에 있는 실로암 막국수 주차장에는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복잡한데, 교통 편리한 다른 많은 막국수집의 넓은 주차장에는 주인 차로 보이는 차 한 대씩만 달랑 주차되어 있었다. 과연 이 정도로 맛의 차이가 날까?
먹고난 후 우리 식구들의 평가는 ‘그 정도는 아니다’였다. 기대를 너무 한 탓도 있지만 객관적으로도 이렇게 찾아와 먹을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돌아와서 인터넷 찾아보니 이 집도 주인이 바뀌었단다. 그 후로는 맛이 변했는데 예전 명성 때문에 아직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다시 찾아와 먹을 일은 없을 듯.
속초에서 진고개 넘어가기 전 소금강. 복잡해서 굳이 갈 생각은 없었으나 계곡 보고 아이들이 가만있지 않아 결국 잠깐 물놀이.
이러고 있지만 물에서 둘이 얼마나 싸우던지...
지나가다 보니 삼* 막국수가 보인다. 한번 눈 흘겨주고 통과^^
오대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계획은 평창에서 최근 밀고 있는 한우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휴가 전날 먹은 것도 있고 갑자기 모두들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진부면 나름 번화가를 배회하다 정육점 같이 하는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여기 고기 맛있었다. 삼겹살이야 우리나라 어디라도 맛있지만 또 한번 오고 싶어지는 맛.
아이들 모두 그렇겠지만 우리집 아이들도 물놀이 엄청 좋아한다. 다음날 아침 마지막으로 호텔 수영장에 갔는데, 역시 집에 갈 생각을 안하더라. 바닷물, 계곡물, 수영장물 다 섬렵하고 돌아가는 중에 어디가 가장 좋았냐니까 수영장이라네. 놀기는 거기가 제일 편한게지...
오다가 점심은 오대산 한우마을에서 설렁탕과 된장찌개 먹고 왔는데 된장찌개가 일품이었다. 이러고 보니 휴가 이야기가 아니라 순전히 먹는 이야기만 했다.
국민학교 땡 마치고 집에 오면 엄마가 찹쌀반죽으로 부쳐 구워주셨던 찹쌀떡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은 국민학교도 어머니도 그저 그리울 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또 나중에는 그러워질 때가 있을테니, 지금에 감사할 수밖에.
첫댓글 잘읽었다. 시경아~~나도 회라면 넘 좋아하는데...군침 흘리면서 읽었다. 마지막에 어머니 이야기 하니 너네집 놀러 갔을때생각나네~~~ 휴가기간 동안 아빠에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구나!!!
휴가때 먹을 것에 대한 서운함을 너무 많이 느껴서 쓰다보니 이거 하느라 어제 하루 다 보냈네...9월초에 대전에서 회 한번 먹자...
좋지 !!! 미리 연락줘라
휴가 잘다녀왔구나? 딸들이 너무 부럽다... 나두 얼른 만들어야긋다... 근데 울서방은 아들이 좋다하네 ㅠ.ㅠ
아들은 없어 모르겠으나 나랑 내 동생이 아들이었으니 비교해보면 장단점이 있는 듯...
난 아이없이 그냥 둘이서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
그게 니맘데로 되냐...ㅋㅋㅋ 아들이고 딸이고 다 좋은것임
나도 즐감!
너무 부럽군!
언제 가족 모임 하자!
엄청 길어도 재밌어^^
딸들은 크면 클수록 보물이다
휴가 알차게 다녀왔구나. 부럽다. ^^
너 만나면 아들 키우는 고민 털어놓고 정신 좀 챙기려 했더니.. 딸만 셋!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