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다.
길에서 주운 금덩어리를 우애를 손상할까 하여 강물에 버렸다는 형제간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우리는 기억한다. 그런가하면 고려말엽 무장으로써 명성을 떨친 최영 장군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였다는 이야기도 대충은 들었다. 그런데 여기 여자 보기를 돌같이 여긴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세상에는 여러 가지 부류의 사람이 공존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하기는 여색을 멀리 해야 하는
스님이기에 그럴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 25사 중의 하나인 후한서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천신(天神)이 어떤 스님에게
어여쁜 여자를 주니, 그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것은 다만 가죽 주머니에 피를 채운 것일 뿐이로다.”
그러면서 끝내 그 아리따운 여자를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스스로 단속하기를 그렇게 하여 마침내
도(道)를 이루었다는 것이 그 이야기의 주조이다. 아마 스님의 계율을 지키느라 대단한 노력을 기울
였음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라 든다는 게 그런 식으로 표현되어 나온 모양이다. 어쨌든 그러한 금욕
생활을 하지 않으면 모를까 할 바에는 그런 생각이나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 관계란 오묘한 것이어서 10년을 면벽 수행한 지족선사가 황진이의 미모에 빠져 하루아침에
10년 공부가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러한 것은 단지 한번 웃고 말 일이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그 스님과 같이 생각했다가는
인류가 종말을 고할 터이다. 그저 우리는 보이는 대로 보고 느끼는 대로 느끼되 사회의 안녕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더불어 화락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