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피서하기 좋은 곳(2) - 용현계곡
시원한 솔바람을 가르며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요금소'를 빠져나와 해미 운산 쪽으로 핸들을 돌려 약 1km 정도 가다 보면 '서산마애삼존불상'이라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거기서부터는 약 5km의 2차선 도로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시골의 전원과 푸르른 신록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한적한 도로는 연인들의 드라이브코스를 연상케 하며 군데군데 심심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하게 되는데 맨 처음 좌측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고풍저수지>로 1972년에 조성되었지요. 이곳은 저수지라기보다는 차라리 커다란 호수를 낀 강물의 흐름을 느낄 수 있고 산굽이 돌아 그 가장자리에는 어김없이 강태공들의 낚싯대가 드리워져 있답니다.
그곳을 지나면 바로 눈앞에 터널이 하나 발견되는데 '고풍터널'이라 불리며 외길이라서 반드시 일단정지를 하고 상대방 끝쪽에 차량이 오는지 확인한 후 진입을 하여야 하는 재미있는 터널입니다. 장마철이라서 곳곳에서 누수 현상으로 많이 부식된 모습으로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좀 낯설고 신비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마을 안길로 들어서자마자 좌측으로 보게 되면 돌탑을 쌓아놓은 그 위에 '미륵석장승'이 미소를 띠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원래 이 미륵장승은 가야산 계곡에 위치한 서산마애삼존불상과 사적 316호인 보원사지로 통하는 계곡의 입구에 세워졌었는데 고풍저수지가 세워지면서 물에 잠기게 되자 현재의 위치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예부터 길가나 동네입구, 또는 사찰입구, 서낭당 등에 세워져 마을로 들어오는 재앙과 액을 막아주고 풍년을 안겨 준다는 수호신으로 그야말로 민중들 속에 이어져 온 공동체적 토속신앙인 '미륵석장승'을 지나면 본격적인 시원한 계곡의 물줄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먼저 다리를 건너 역사의 탐방부터 시작해 볼까요? 국보 제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상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상 중 가장 뛰어난 백제 후기의 작품으로 얼굴 가득히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마애라는 단어가 암시해 주듯이 이 불상은 돌을 갈아서 만들었는데 당시 백제인의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으며,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있는 <용현계곡>은 주변의 산과 들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가야산 줄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소리와 무성한 초록, 우거진 산새가 속세의 모든 시름을 잊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어서 뭇 세인들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곳이지요.
곳곳에 텐트를 칠 수 있으며 간단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어 좋고 시원한 물소리와 산새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오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계곡의 물은 얕고 맑아서 바닥의 조약돌이 투명하리만치 눈이 부시게 비춥니다. 누구라도 이 물속에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이곳 역시 해미 산수리의 황락계곡과 마찬가지로 입장료가 없으며 가족 및 이웃 친지들과 다정하게 즐기는데 안성맞춤인 장소예요. 곳곳에 넓적한 돌판 들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해 주고 흐르는 물 양 옆으로 무성한 나무들이 나란히 하고 있으므로 그늘과 바람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상의 낙원이라 할 수 있거든요.
물줄기를 따라 오르다 보면 식당을 낀 민박집이 즐비하고 이곳의 특징인 토종닭, 옻닭, 한방오리백숙, 민물매운탕 등 먹거리가 풍부해서 미처 집에서 음식을 장만해 오지 못한 분들에게는 여름 보양 및 별미의 음식을 즐기실 수가 있습니다.
시골에서 장모님이 사위에게 잡아 주었던 그 마당에 직접 놓아 키운 놈을 현장에서 잡아드시면 저절로 힘이 불끈불끈 생길 것 같지 않으세요?
맛나게 식사를 하신 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며 계곡 끝을 향하여 걸어 봅니다. 용현계곡 사이사이를 걷다 보면 여러 갈래의 많은 등산로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햇볕이 들어올 틈도 없는 오솔길을 걸으며 살금살금 이야기꽃을 피워 보시는 것도 멋진 추억!
마애삼존불상에서 약 1km 정도 걷다 보면 우측에 사적 제316호의 보원사지가 보입니다. 고려 초에 창건한 사찰로 불교미술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며, 고승 '법인국사'가 수도했던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지요. 백제계의 양식기반 위에 통일신라시대와 고려 초기의 석탑양식을 고루 갖춘 5층 석탑과 통돌을 장방형으로 만든 석조, 고려 경종 3년(978)에 법인 국사의 제자들이 그의 사리를 안치하기 위하여 만든 보승탑, 법인 국사의 생애가 기록된 보승비 및 큰 불교 행사가 있을 때 불기나 행사기를 다는 당간을 세우기 위해 만든 화강석의 당간지주를 볼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역사 공부와 함께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한나절 숲속 계곡에서의 피서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지지 않으세요? 이렇게 좋은 곳, 아름다운 명소에서 더운 여름을 식힐 수만 있다면 엄마 아빠에게는 활력과 용기가 생길 것이며 자녀 이웃들에게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할 것이라고 확신한답니다.
단, 한 가지 우리가 더위를 식히며 즐거워할 때 그곳의 주민 및 환경은 몸살을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평소 조용하고 평온했던 곳이 갑자기 피서객들로 인하여 시끌벅적해지고 맑고 깨끗했던 주변이 온갖 쓰레기와 음식물로 어수선해진다면 애꿎은 주민들의 한숨 소리를 들어야 하는 우리들의 마음도 편치 않으리란 생각입니다. 성숙한 행락질서와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예절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죠. 우리가 즐기고 느끼는 아름다운 이곳들, 영원히 가꾸고 보듬어야 할 자연이며 아울러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영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 값진 공동의 재산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러한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겠죠. 모쪼록 저희 서산지역에 오시면 편안하고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에 멋진 장소가 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드리는 관광 팁 하나! 운산의 용현계곡에서 더위를 식히시고 귀가하실 때에는 해미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시면 현재 축협중앙회 산하 한우개량사업소(예전 김종필 씨 소유의 삼화목장)에서 운영하는 푸르른 초원 위 방목하는 한우 떼를 감상하실 수 있으며(운이 좋을 경우) 역사와 유서 깊은 명소인 '해미읍성'을 경유 '해미 요금소'로 빠져나가시면 good~!!!
작성일: 200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