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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는 세심한 눈빛으로 벽과 그림을 살펴보다가 다시 걸고, 또다시 내리기를 반복한다. 진지한 눈빛이 무척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이윽고 얼굴에 살짝 미소가 어린다.
"0.1센치의 오차도 허락할 수가 없다" Aㅡ5 부스의 벽면에 그림이 채워지자 설치작가는 Aㅡ6 부스에 가서도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설치작가들은 깊이 생각하고 살피며 그림을 걸었다. 그러나 모나밸리 윤경숙 대표의 눈에는 성이 안 찬다. "5cm만 위로 올려보면 어떨까요?"
설치작가는 윤경숙 대표의 조언대로 그림의 위치를 살짝 올린다.
설치작가가 씩 웃는다. “약간 올리니까 각도가 더 좋으네요.”
명화 전시관을 찾은 윤경숙 대표가 또 말한다.
"그림이 너무 많아요. 여기서 열 작품 정도 빼야겠어요."
순간 설치작가들은 당황한다. 물론 자신들의 수고가 헛된 것이 되어서가 아니다.
"여기서 그림 10개를 내리면 어디에 걸죠?"
윤경숙 대표는 거침없이 대답한다.
"여기서 내려지는 그림은 걸 곳이 없죠."
설치작가들은 신음처럼 소리친다.
"이 좋은 그림들을 꼭 보여줘야 해요."
"욕심을 부려서 많이 걸면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됩니다."
설치작가들은 내려야 하는 그림들이 아까워서 망설인다. 그러나 윤경숙 대표는 단호하다.
"내리는 것이 더 좋습니다. 내려 보시면 왜 내리라고 했는지 아실 거여요."
설치작가들은 그림들을 모두 내리고 다시 설치한다. 조심스럽게 그림의 배치도 바꾼다. 순간 고흐가, 피카소가 벌떡 일어난다. 색의 마술사 샤갈은 현란한 몸짓으로 춤사위를 그린다. 그러자 그림을 건 설치작가도, 윤경숙 대표도 환하게 웃는다.
국제아트페어를 하루 앞둔 날, 그렇게 밤은 깊어갔고, 어느새 동이 터오고 있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오늘, 모나밸리 국제아트페어 개막식날이다.
7월 4일 오후 3시, 개막식을 앞두고 지난밤 숙면을 충분히 취한 직원들이 있을까?
아마 설레임반 걱정반으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을 것이다. 연일 비소식을 전하고 있는 일기예보에 어둔 밤하늘을 지켜보다가 비를 품고 달려오는 바람에 얼마나 조바심을 쳤을까?
그래도 걱정없다. 세찬 비가 허공을 가른다고 해도 관람객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어쩌면 비가 더위를 덜어낼 선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직원들은 순간순간 두 손을 모았다.
"국제아트페어가 진행되는 4일 동안 비가 오지 않게 해 주세요."
모나밸리 국제아트페어에는 손꼽히는 국내 작가들 134명이 참가했다. 우리는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유명 화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또한 피카소, 반고흐, 샤걀이 남긴 명화들을 감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그뿐이 아니다. 박수근, 김흥수, 이중섭, 하인두, 천경자, 김창열 작가 등 36명의 거장들이 남긴 작품을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나밸리엔 50명의 직원들이 있다. 국제아트페어는 50명의 직원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준비한 행사이다. 그들은 땀을 흘렸고, 때때로 힘들어서 털썩 주저앉기도 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안다. 자신들이 준비한 이 행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큰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지고 아산 시민들을 넘어서서 전국을 흔들지 상상하면서 힘을 낸다. 그래서 더 멋지다. 정말 아름답다.
이제 간신히 문화예술이 꿈틀대기 시작한 아산에서 국제아트페어가 열리다니 정말 꿈을 꾸는 것 같다. 아산에 와 준 많은 작가들이 고맙다. 그리고 모나밸리가 있어서 아산이 참 좋다.
▲글 박은자 동화작가
출처 : 아산포커
https://www.asan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