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채화 수업에서 다양한 그린색 표현하기를 연습하고 있다.
한 주 휴강을 하는 동안 숙제로 잎 말고 야채의 그린색을 그려오기가 있어서 어제 밤에 잠이 오질 않아 냉장고 야채칸을 있는대로 뒤져서 벌려놓고 그려보았다.
그 색이 그 색 같은 오이, 호박, 양배추, 상추...
그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고 내가 가진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 계열을 물감들을 가지고 느낌을 내면서... 번짐은 잊고 사실적으로 그리는데 몰두했다.
적상추의 프릴을 표현하기 위해서 랩을 사용했는데 효과가 좋아서 마음이 시원해졌다.
미역도 야채 아닐까 싶어 데쳐둔 미역도 그리고, 콩나물도 그리고, 색깔이 뭔가 미진해서 대추방울토마토를 꺼내 꽁지의 그린색도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보니 야채들이 너무 생활의 때가 묻은 것들이다. 소박하다고 해야 할까 초라하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이런 소박함이 더 맘에 들어 애정이 간다. 쓰다 넣어두어 빛 바랜 무, 역시 칼질당해 빛 바래고 시들해진 양배추... 그야말로 냉장고 특유의 냄새까지 나는 것 같다.
꽃을 그리다 이런 실상을 그리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문제는 이 색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록하지 않았다는 거다. 숙제의 의미가 없다. 역시 다음에 또 복불북이니... 이것 참. 색을 기억한다는 게 쉽지 않다.
아래 사진이 배경을 칠하기 전, 위 사진은 한참 후에 늘 어렵게 느껴지는 배경을 칠한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