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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좋은 여름 섬 추천 5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대부분의 섬들은 서남해에 집중돼 있다. 남북한을 통틀어 분포하는 3400여 개의 섬 가운데 남한에는 약 2900여 개(유인도 약 450여 개), 그 중 1900여 개가 서남해인 전남 해안(80퍼센트)에 집중돼 있으며, 경남에는 400여 개가 분포하고 있다. 특히 서남해 다도해 풍경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풍경으로 외국에서는 이런 해안지형을 ‘코리안 코스트’라 부르고 있다.
사실 휴가철만 되면 육지의 해수욕장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넘쳐난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도로는 정체와 서행이 연중행사다. 이래서는 휴가랍시고 바다를 찾았다가 ‘휴식’보다는 도리어 ‘피곤함’만 얻어가기 일쑤다. 이럴 때 한번쯤 섬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섬에는 사람구경, 차구경보다 휴식과 여유, 한적함과 바다의 낭만이 존재한다. 다소 알려진 섬일지라도 최소한 육지의 해수욕장만큼은 붐비지 않는다. 물 좋은 여름 섬 몇 군데를 여기에 소개한다.
1. 하태도: 비경 속의 해녀 섬
하태도는 태도(苔島)의 세 섬(상태, 중태, 하태) 가운데 가장 큰 섬으로, 목포에서 오자면 3시간 반이 걸리는 뱃길이다. ‘태도’라는 이름은 섬과 바다가 한데 어울려 푸르게 보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며, 갯바위에 돌김(석태)이 많아 ‘석태 나는 섬’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약 130킬로미터 떨어진 섬. 주민은 모두 50여 가구 정도가 살며,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거나 민박집을 운영한다.
하태도는 전체적인 모양이 말발굽처럼 생겼다. 반도처럼 길게 뻗어나온 산자락은 나무가 드물어 마치 대관령 목장을 옮겨놓은 듯 초원의 언덕이다. 우묵하게 휘어져 들어간 지형에 장부래 해수욕장이 있고, 그 주변을 따라 돌담을 두른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하태도에서는 아직까지 휴대폰이 되지 않는데, 다만 선착장 방파제 끝에 서면 운좋게 통화가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고 속터질 필요는 없다. 이런 곳이야말로 휴대폰을 끄고 자연과 교신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므로.
해녀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고 있다.
하태도는 알려지지 않은 해녀 섬이다. 섬 전체에 20여 명의 해녀가 물질하고 있으며, 운이 좋으면 해녀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나갈 수 있다. 등대를 돌아 몽여와 굴개 쪽으로 가면 하태도의 기막힌 절경이 펼쳐지는데, 홍도의 비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하태도 갯가의 말미잘.
<여행-Tip>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포까지 간 다음,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짝수날 08:00시에 운항하는 배를 타야 한다. 최근 홀수날에도 운항하는 배도 새로 취항했는데, 역시 08:00시 출항 예정이다. 목포항-비금도-도초도-하태도-가거도-만재도를 차례로 거쳐 다시 목포항으로 돌아온다. 가거도에서는 12:30분에 목포항으로 가는 배가 있다. 목포 여객선터미널 061-243-0116, 244-9915, 숙박: 하태도 김관수 246-2437.
2. 추자도: 해남과 제주도 중간에 쉼표처럼 존재하는 곳
목포에서 2시간 30분쯤 배를 타고 가면 새떼처럼 흩어진 추자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진다. 해남과 제주도 본섬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섬. 상추자, 하추자, 횡간도, 추포도 등 4개의 유인도가 있으며, 주변에는 무려 38개의 크고 작은 무인도가 추자도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신양2리 푸랭이섬 앞바다의 일몰. 석양 속에서 해녀가 아직도 물질을 하고 있다.
추자도의 중심은 항구가 있는 대서리이며, 면사무소를 비롯한 관공서와 숙식업소, 유흥업소가 다 이 곳에 몰려 있다. 그러나 추자도의 진면목을 만나려면 대서리를 벗어나 연도교로 연결된 하추자 쪽으로 가는 게 좋다. 수시로 버스가 다녀 이동에는 불편이 없다. 추자교를 건너 묵리와 처녀당을 지나면 신양리가 나오고, 신양리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예초리다. 묵리에서 신양2리로 이어진 하추자의 해안도로는 추자도의 비경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길이다.
대서리 뒷산에서 내려다본 추자도 항구와 중심마을 풍경.
신양리는 40여 명의 해녀가 돌미역 채취를 생업으로 삼는 해녀마을이기도 한데, 신양2리의 푸랭이섬 앞바다는 가장 멋진 일몰 포인트이기도 하다. 신양리에서 고개를 넘어가는 예초리에서는 엄바위(엄지손가락을 닮았다) 밑에 억발장사(목장승)를 볼 수 있으며, 제주도의 최북단 섬인 횡간도를 마주하고 있다.
<여행-Tip>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포까지 간다. 목포항에서 14:20분에 쾌속선이 운항하며, 제주항에서도 09:30분에 쾌속선이 출발한다. 진도에서도 06:30분에 배가 있으며, 완도에서는 08:00시에 배가 있다. 완도에서 떠나는 배는 하추자 신양리 선창으로 가는 배다. 횡간도까지는 일주일에 네 번 대서리에서 13:00시에 행정선이 출발하며, 요금은 무료다. 문의: 추자면 064-742-8400, 상추자사업소 742-3788, 하추자 매표소 742-8365, 제주 726-9542, 행정선 742-8406, 추자교통(순환버스) 742-3595, 숙식문의: 추자면 산업계 742-8406, 신양리 어촌계 742-8092
3. 청산도: 모든 것이 푸른 신선의 섬
예부터 신선의 섬이라 불렸던 청산도. 사실 일반인에게는 청산도가 영화 <서편제>의 무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서편제>에서 유봉 일가로 나온 김명곤과 오정해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구불구불한 황토길을 신명나게 걸어가던 바로 그 배경이 된 곳이 청산도 당리라는 곳이다. 이 곳은 얼마 전 드라마 <봄의 왈츠>의 주무대가 되기도 하였다. 당리는 항구가 있는 면 소재지 도청리에서 약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마을에는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선 고운 돌담길과 다랑논밭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진산리 갯돌밭의 맑은 물과 깨끗한 몽돌.
당리 윗마을 읍리에는 ‘독배기’라 불리는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고인돌을 만날 수 있다. 몇몇 기록에는 이 곳의 고인돌이 두 개의 무리에 스물세 기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두드러지게 눈에 띠는 것은 세 기의 큰 고인돌이다. 섬 특유의 무덤인 초분도 청산도에 남아 있다. 초분이란 주검을 묘지에 묻기 전에 목관이나 대발쌈에 넣어 야산에 안치한 뒤, 짚으로 이엉을 덮어 비바람을 막아주는 임시 무덤으로,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매장 풍습이다. 이런 초분은 도청리에서 지리 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산기슭에 2기가 남아 있고, 당리에도 관광객을 위해 재현해놓은 초분을 볼 수가 있다.
당리 언덕에서 바라본 청산 바다와 해안 풍경.
청산도에는 지리 해수욕장과 신흥리 해수욕장과 같은 아름답고 한적한 해수욕장도 있어 섬의 운치를 더해 준다. 신흥리 해수욕장에서 고개를 넘어가 만나는 진산리 갯돌밭도 청산도 바닷가에 있는 일곱 군데의 갯돌밭 가운데 가장 곱고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바닷가에는 달걀만한 갯돌부터 주먹만한 갯돌까지 동글동글한 갯돌 무더기가 잔뜩 깔려 있다. 이 갯돌이 파도에 부딪치며 내는 맑은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도 듣기가 좋다.
<여행-Tip>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까지 와서 목포에서 2번 국도를 타고 강진 쪽으로 가다가 13번 국도로 갈아타 해남을 거쳐 완도까지 간다. 완도항에서 청산도를 운항하는 배편을 이용한다. 완도에서 08:20, 11:20, 14:30, 17:40, 청산도에서 06:30, 09:50, 13:00, 16:10에 배가 있다. 지리민박(061-552-8801), 앞개민박(552-8703), 경일장(552-8517), 청운장(552-9988), 자연식당(552-8863), 청해식당(552-8553).
4. 욕지도: 남해의 물빛 고운 바다
욕지도는 통영항에서 서남쪽으로 27킬로미터쯤 떨어진 섬으로, 8개의 유인도와 30개의 무인도를 거느린 제법 큰 섬이다. 섬 모양은 전체적으로 거북이가 목을 길게 빼고 동쪽으로 헤엄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섬 한가운데는 마치 거북선의 돛대 노릇을 하듯 천황봉(392미터)이 우뚝 솟아 있으며, 남쪽은 해안의 굴곡이 심해 기묘한 풍경이 연이어 펼쳐진다. 특히 삼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풍경은 남해의 청옥빛 바다와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과 실루엣처럼 보이는 섬들이 어울려 욕지도의 절경을 더한다.
욕지도의 아침바다. 어선들이 섬 주변에 꽃처럼 떠 있다.
해안의 아름다움은 서산리 덕동 해수욕장에도 펼쳐진다. 이 곳은 밤알만한 자갈이 초승달 같은 소박한 해안을 따라 펼쳐진 밤자갈밭으로 유명하다. 유동 해수욕장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덕동과 흡사한 몽돌 해수욕장으로, 드문드문 팽나무 방풍림이 해안을 두르고 있어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욕지도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비탈밭이 가득한 노적마을 풍경이다. 노적마을은 산자락의 비탈밭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해안까지 계단식으로 마을이 조성돼 있는데, 팽나무와 모밀잣밤나무가 들어선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면 물빛이 유난히 고운 바다가 펼쳐진다.
언덕에서 바라본 노적마과 섬들이 펼쳐진 바다의 풍경.
더욱이 노적마을에서는 초도와 외초도, 연화도, 좌사리도와 국도 등 다도해 섬들을 조망할 수 있으며, 날이 좋은 날이면 국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일 때가 있다. 한려수도의 눈 시린 다도해 풍경을 만나려면 욕지도 선착장에서 북쪽으로 넘어가는 목과마을 언덕이 제격이다. 중촌에서 목과로 넘어가는 언덕에서는 상노대도, 하노대도, 모도, 사이도, 비상도, 막도, 납도, 봉도, 적도, 우도, 연화도 등 수많은 유?무인도가 물고기떼처럼 바다에 떠 있는 풍경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여행-Tip>
욕지도에 가려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와 남해고속도로로 바꿔탄 뒤, 사천IC로 빠져나와 3번 국도-33번 국도를 거쳐 고성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통영으로 가면 된다.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쾌속선 나폴리호(645-3717)가 하루 4회(07:00, 11:00, 14:00, 16:10) 운항(50분)하며, 차량을 싣는 철부선은 삼덕항(643-8973)에서 욕지2호와 금룡호(06:40, 09:40, 12:40, 15:20)가 각각 4회씩 출항한다. 문의: 욕지면 055-650-4790, 묵을곳: 협동장 644-8890, 부산여관 642-5209, 욕지여관 643-5161, 인정여관 642-5290, 먹을곳: 늘푸른횟집 642-6777, 해송횟집 642-6740, 창신식당 642-5234, 해봉정 641-3116.
5. 거문도: 이 땅의 마지막 비경
거문도는 여수항에서 남쪽으로 약 115킬로미터, 뱃길로 1시간 50분이 걸리는 먼 섬이다.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쯤에 자리한 섬. 거문도를 이야기할 때 거문도 등대를 빼놓을 수 없다. 동양 최대의 등대로 알려진 거문도 등대는 일제 때인 1906년 생겨났으며, 가장 큰 프리즘 렌즈를 자랑한다. 이 등대의 또 다른 매력은 한 장소(관백정)에서 한 발자국도 옮기지 않고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도리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거문도 풍경.
거문도는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면 소재지가 있는 고도가 중심지 노릇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근대 열강들과 뒤엉킨 역사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영국군 묘지다. 이 묘지는 1885년부터 1887년까지 2년 동안 영국 해군이 거문도를 점령했을 당시에 사망한 수병 9명의 무덤이다. 서도에는 돌담이 보기 좋은 서도리가 산자락을 따라 이어져 있으며, 거문도 등대 가는 길목에는 한적한 해수욕장도 펼쳐져 있다.
거문도 등대 가는 길에 바라본 비취색 바다.
오늘날 거문도는 천상의 풍경을 숨기고 있는 백도와 더불어 한국의 마지막 비경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거문도의 매력은 아름다운 풍경에만 있지 않다. 삶의 애환이 서린 돌담과 마을신앙이 깃든 당집과 해녀와 풍어제와 뱃노래와 동백밀림과 100년 된 등대와 그 모든 것을 감싸는 따뜻한 기운이 있어 거문도는 더욱 매력적인 섬이다.
<여행-Tip>
여수에 가려면 호남고속도로에서 남해고속도로로 바꿔탄 뒤, 순천 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가면 된다. 여수항(061-663-0116)에서는 하루 네 번(07:10, 08:00, 14:20, 14:50) 배가 운항한다. 문의: 거문도관광여행사 061-665-4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