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민영돈(조선의대 일반외과)
항문에 생기는 질환을 통틀어 치질이라고 하고 항문의 점막하정맥이 팽창하여 점막을 늘어나게 함으로서 함께 돌출하는 것이 치핵인데, 가장 흔한 항문질환이므로 치질이라 하면 대개 치핵을 뜻한다. 그외 항문 주위로 농이 나오는 치루와 항문점막이 갈라져 출혈하는 치열 등의 치질도 있다. 치핵은 항문안에서 발생하면 내치핵(암치질)이라 하고 항문 밖이면 외치핵(숫치질)이라 하는데 내치핵도 정도가 심하면 항문 밖으로 돌출하게 된다.
치질의 원인
인간은 직립동물이므로 누구나 정맥혈의 무게에 의한 중력으로 항문의 정맥이 팽창할 소지가 있는데 유전적으로 항문점막 하의 정맥이 약하면 쉽게 팽창하여 젊은 나이에도 치핵이 발생할 수 있고 식생활의 차이에 의한 대변성분의 이상이나 변비 등 잘못된 배변습관으로 항문에 과도한 긴장이 오래 되면 치핵이 발생한다. 또한 간경화증이 있거나 임신한 경우에는 항문의 혈액이 심장으로 원활히 환류하지 못하여 치핵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열은 항문 크기보다 굵고 단단한 변이 흠들게 나올 때 항문점막이 찢어져 발생하고, 지속되면 궤양처럼 깊이 패이고 단단하게 된다.
치루의 원인인 항문 주위 농양이다. 항문점막의 미세한 점액분비샘에 균이 침범하면 그 염증이 항문 주위 조직에 파급되어 농양(일종의 종기)을 형성한다. 이 농양이 배농되고 가느다란 관으로 남아 치루가 된다.
치질의 증상
치핵은 처음에 통증이 없지만 점막돌출이 심하여 항문 밖으로 노출되면 외부의 자극으로 상하게 되거나 점액의 분비가 많아지고 차츰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항문 주위의 피부가 점액에 적신 상태로 지속되면 피부가 헐게 되고 따라서 통증이 오거나 가려워진다. 또한 점막의 노출이 오래되면 감각에 아주 예민한 피부처럼 변성되어 통증과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치핵 정맥에 염증이 오면 충혈된 혈액이 응고하여 혈전이 되기도 하는데 육안적으로 돌출된 치핵이 검게 변하고 통증이 심하다.
치핵은 정맥이 팽창된 상태에서 압력이 높기 때문에 점막이 상하여 대기와의 압력차를 견디지 못하면 터져 출혈하기도 하는데 치핵의 출혈은 마치 동맥의 출혈처럼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배변시 통증이 심하고 배변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며 붉은 피가 떨어지거나 화장지에 묻는 경우에는 치열이라 볼 수 있다.
항문 주위에 통증이 있으면서 빨갛게 부어 오르고 만지면 아프고 앉기도 힘들며 열이 나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항문 주위 농양이라 하고, 피부를 절개하여 배농하면 증상은 곧 좋아지지만 치루가 되어 농이 계속 분비되는데 가끔 분비구가 막혀 나은 듯 싶다가 배농되기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