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련 체험기
주 재 백
홍익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jbju@hongik.ac.kr
NICE지 건강이야기 칼럼을 맡아 무엇인가 쓰려고 펜을 잡았으나 스스로 건강분야나 기수련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한 개인으로서 약간 어깨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필자는 약 20여년간의 기수련 경험과 그 사이에 열심히 수집하였던 정보를 통해 독학 및 분석고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화학공학회 여러 회원님들의 심기를 다소 어지럽힐까 합니다.
기수련하면 현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어 있고 또한 많은 기수련 지도자들이 도장이나 수련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도자입장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제 수련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은 사뭇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실제 수련인들이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입문하기 때문에 간혹 좋지 않은 결과도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도 다른 분야나 마찬가지로 수련인들 스스로도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단순히 건강만을 위한다면 별 문제일 수도 있으나 입문 후 그 단계가 계속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매사가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골프의 경우도 90대 점수로 만족할 수도 있으나 보다 점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연구하는 자세와 성실한 연습이 요구되지요. 기수련의 경우는 자신의 몸내부의 기운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때문에 더욱 많은 연구자세가 요구된다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나 중국, 일본 등 기수련에 관한 서적이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는 실로 방대합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수련을 하고 싶으면 어떤 방식을 따라야하며 어느 정도의 목표를 갖고 어떻게 시작하여야 하는가 등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차후 언급할 예정이며 회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필자의 기수련 체험기를 간략히 기술하려고 합니다.
필자가 기수련을 처음 시작한 시점은 대학시절 1976년 이른 봄이었습니다. 당시 심한 위장병과 불면증으로 시달려 체중도 매우 떨어지고 체력도 매우 안좋아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제대로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여러 운동을 찾아보던 중·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잠깐 들었던 단전호흡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이를 가르치는 곳을 찾지못해 (지금은 많으나 당시에는 거의 없었음) 스스로 독학하여 보려고 마음먹고 우선 문헌조사(?)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에 가장 큰 서점인 종로서적, 양우당 등을 돌아다니며 책을 찾아본 결과 2~3종류의 서적이 있었으나 내용도 시범 및 무술위주의 결과론적인 것이 주였고 자세한 단전호흡법이 서술되어 있지 않아 고심하던 중 우연히 석지현 스님이 쓴 “선(禪)으로 가는 길”에서 붓다 호흡법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방법대로 혼자서 약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오후 1시간씩 수련한 결과 매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위장병과 불면증 모두 사라지고 체력도 무척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늘상 하는대로 수련하고 있는데 갑자기 단전(하단전, 배꼽 밑 부분 안쪽)에서 이상한 열력이 생기고 이 열력에 의해 어떤 열선이(나중에 이것이 소위 “화후(火候)”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음) 몸 내부에서 움직이다가 손가락 끝까지 와서 탁탁 튕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몸은 매우 온화함을 느낄 수 있었고 기분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며칠동안 계속 이런 현상이 지속되었으며 그 동안 이 열선이 정신 집중에 따라 움직일 수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이 열선을 마음대로 움직여도 되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한편 겁도 났습니다. 한의학에 관심이 많던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열선이 주로 움직이는 길이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이라고 불리는 혈도임을 알 수 있었고 이를 관련 책자에서 확인하여 보니 필자가 느꼈던 길과 완벽하게 일치함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또한 친구 말이 그 열선은 몸 안의 내기이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면 큰 일난다고 하였습니다. 친구이야기에 의하면 당시 인기를 끌었던 무협소설인 “군협지”에 몸 안의 기를 함부로 움직이다 “주화입마(走火入魔)”에 걸린다는 내용이 있다하더군요. 주화입마에 대해서는 추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방면에 문외한이었던 필자로서는 수련만 시작하면 열선이 움직이고 점차 강해지기 때문에 잠시 수련을 중단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이때부터는 보다 체계적인 수련방법을 찾아보던지 아니면 이에 경험이 있는 스승을 찾거나 이에 대해 언급한 정보가 필요했습니다. 한의학에서 혈도에 대한 정보를 일부 보기는 하였으나 수련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아 고심하던 중 국내 공개적으로 단전호흡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곳이 국선도본원과 남곡선원 두 군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비교적 집에서 가까운 국선도본원의 무료 강좌를 들은 후 이 곳에 다니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입회비, 도복비 및 월회비가 만만치 않아 기회를 보던 중 여름 기업실습 후 받은 수당으로 결국 입회 수련을 시작하였습니다.
국선도법은 기초입문인 중기(中氣)단법부터 시작하여 건곤(乾坤), 원기(元氣)를 거쳐 진기(眞氣) 등 고급단계로 나아가도록 되어있는 체계적인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입회한 후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신경을 쓰고 생각지도 않았던 단전호흡을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읍니다. 사실 숨쉬기 운동만을 통하여 건강이 왜 좋아질까하는 의문을 많이 갖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입회 후 알게 되었지만 국선도는 과학원에서 정각도라는 이름으로 국선도 본원의 수련지부를 갖고 있었습니다. 중기단법은 호흡을 일정한 시간(초기 5초 간격)동안 들이쉬고 내쉬며 일정한 시간 간격마다 동작을 바꾸어 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를 수련하면서 몸 내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신집중력, 단전부위에의 열기, 몸 내부로의 여러 열선의 퍼짐 등에 따라 수련 후 몸 전체가 이완되고 훈기가 느껴지고 머리가 매우 맑아지고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등 확실히 효과가 좋았습니다. 중기단법을 시작한지 약 3개월 후 어느날 예전처럼 단전에 열력을 느끼며 정신집중을 하던 중 갑자기 이 열력이 터질 듯 팽창함을 느꼈고 이 후 몸 이곳저곳 특히 팔, 다리 부분에서 미미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입회시 소위 진동을 한다는 사람을 보기는 하였으나 자신 스스로 이런 현상을 느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사범이야기인즉 단전에 기가 차다가 어느정도 차면 기가 터져나와 이 현상이 온다고 설명하더군요. 마치 수도꼭지를 틀면 연결된 고무호스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면서도 많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진동을 매우 심하게 하는 사람은 물구나무서기 동작을 하다가도 그대로 2~3m를 날아가 넘어지기도 하고 가부좌(양다리를 꼬고 앉는 좌선자세)를 한 상태에서 약 0.5m 정도 퉁퉁 튀어다니기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손바닥으로 온 몸을 마구 때리거나 괴성을 지르거나 하며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난리를 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수련이 끝나면 본래대로 돌아오고 스스로 몸이 많이 풀렸다고 말하더군요. 반면 진동 현상이 전혀 안오는 사람도 꽤 있었으며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단지 기가 실제로 단전에 모이다 터져나가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지 잘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언급은 실제 단전호흡을 수련한 사람들의 저서에도 나와 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일지에도 이 내용이 언급되으며 감옥에서 단전호흡을 하다 진동현상을 하였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제 현상의 메카니즘을 올바로 해석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중요한 문제이므로 차후 설명드리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첫 입문 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http://infosys.korea.ac.kr/PDF/NICE/NI21/NI21-4-0514.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