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39]
종로구 지방자치 30년사
“종로 지방자치 권력의 변천”
이 병기(정치학 박사)
2022년 제8회 전국 동시지방자치선거
중앙정치인과 지역 일꾼의 승부로 전환
전통 세력 승리로 다시 종로 주도권 회복
1991년 30년 만에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그 이후 30년 동안의 종로구 지방자치 권력의 변천사를 기록하는 일이 어느덧 2022년 제8회 전국 지방자치 선거로까지 이어져 왔다. 다시말해 올해 6월 1일 실시된 종로구 지방선거까지 오면서 외형적인 권력의 변천을 서술하게 된 것이다.
우선 올해 실시된 6.1 종로구 지방선거에서의 당선자 중심 득표수 분석은 기존의 전형적 실태가 그대로 답습됐다. 역대 전통적 주도세력인 보수 우파와 새로운 지방자치 세력의 대결은 여전이 팽팽하게 전개됐다. 종로 자치권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종로구청장 선거가 ‘박빙’으로 전개된 것이다. 전통적 주도 세력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종로 토착 세력이라기보다는 외부 인사를 공천하면서 그동안 종로에서 세력을 키워 온 인사를 배제시킨 형국을 보였으며, 새로운 지방자치 세력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구의원과 시의원을 지낸 인사를 공천하여, 결국 전직 재선 국회의원과 전직 종로구 지방의원 간의 대결로 진행됐다. 이는 아무리 전직 국회의원을 지냈다고 해도 중앙정치인의 지방정치 출마가 어떻게 구민들에게 반응을 일으킬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에 여러 관심을 끄는 대목이었다. 네임벨류 차원에서는 확실히 비중이 다르게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자치의 특성상 지역일꾼의 영향력도 지역사회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정치인 대 지역일꾼의 한판 승부는 귀추를 모으는 선거가 됐다. 지난 12년간 지방자치세력이 종로 주도권을 잡다가 이번에 다시 전통 세력의 도전을 받으면서 종로의 권력 판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자못 긍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선거판에서의 승부는 인물에 대한 비중이 컸다. 물론 6.1 지방선거가 지난 3.9 대통령 선거에 이어서 열린 연장선상이라는 중앙정치의 판도가 크게 작용된 측면도 있겠고, 유난히 6.1 지방선거에서 중앙정치인들이 대거 지방선거로 몰리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의 의미가 훼손되는 측면도 작용되면서 중앙정치인이었던 전직 국회의원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니까 전통적 주도 세력의 국민의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후보자별 개표 상황을 감안하면 전통적 주도 세력의 승리는 신승에 불과했다. 오히려 지방자치 세력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초반 개표에서는 우세를 점유했다. 사전투표부터 개표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는데, 개표 초반 유찬종 후보는 국민의힘 정문헌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수십 표에서 수배
표를 앞지르더니 1천여 표까지 차이를 보이며 승세를 잡는 모습까지 보였다. 지방자치 선거에서 지역일꾼이 중앙정치인을 제압하는 것으로 공감할려는 순간, 그러니까 자정을 막 넘기고 10여 분 후부터 정문헌 후보의 전세 역전극이 펼쳐지면서 새벽녘에 이르자 이내 정 후보가 승리를 낚아챘다.
유 후보가 사전투표 개표에서는 종로구 17개 전 동에서 승리를 했는데, 이는 유 후보의 조직표와 당원지지표가 정 후보보다는 우세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당원들이 당일 투표에 참여를 하고, 부동층 투표에서도 정문헌 후보가 압도하면서 유 후보는 우세 판도를 지키지 못하는 양태였다.
그러나 유 후보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의 28,327표보다 무려 4,530표나 많이 얻었다는 것은 그만큼 유 후보가 종로 지역일꾼으로서의 기반이 단단했음을 반증하는 모습이며, 동시에 그동안 지방자치 세력이 기득권을 공공히 했다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만큼 종로 사회에서 지방자치 세력으로 등장한 더불어민주당의 저력은 건재했음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다만 지방자치 세력이 전통 세력이 영입한 중앙정치인의 위력을 넘지 못하면서 중앙정치판의 바람에 무릎을 끓게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이번 종로구 지방선거의 특성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모습도 특색이었다. 이번 유권자 투표는 과거처럼 그냥 ‘내리투표’가 아니라 ‘교차투표’ 행태로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역대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이 기호 1번이면 종로구청장도 그냥 1번, 시의원도 1번이고 구의원도 1번 식으로 내리 1번을 찍는 행태가 빈번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아니라 시장과 구청장을 구분해서 ‘교차투표’를 하는 양태를 보인 것이 하나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유 구청장 후보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아무튼 이번 종로구청장 선거는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중앙정치인이 풀뿌리 지방자치 선거에 참여해서 지역일꾼을 제압하는 형태가 됐고, 이는 종로구 전통 세력이 다시 지방자치 세력을 누르면서 종로의 주도권을 잡게 되는 새 변화를 이룬 것이다. 지난 2010년도부터 종로구청장 선거에서 승리를 하고 내리 세 번 연속 구청장 선거 승리를 이루면서 종로의 헤게모니를 잡은 지방자치 세력이 그 주도권을 종로구 전통세력에게 넘겨 주게된 것이다.
<세력 간 팽팽한 구도 이룬 지방의원 선거>
종로구 서울시의원 선거는 전형적 종로구 정치지형을 그대로 답습했다. 주지하다시피 종로구 서울시의원 제1선거구는 전형적으로 전통 세력인 국민의힘이 크게 우세한 지역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윤종복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채행숙 후보를 4,345표 차이로 이기면서 승자가 됐다. 어찌보면 지방자치 세력 일원인 채행숙 후보가 선전했다고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윤 당선자는 2선 종로구 의원인 반면 채 후보는 지난번 구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력밖에 없는‘초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 후보는 순전히 지역적 특색에 힘입어 당선된 측면도 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윤 당선자는 종로구 의정활동을 누구보다 성실히 전개했으며, 가회동 한옥 지구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봉사한 전통적 지역일꾼으로서 그 지지를 받은 것은 틀림없다.
종로구 서울시의원 제2선거구는 새로운 이변을 일으킬뻔한 선거였다. 지방자치 세력인 더불어민주당 임종국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면서 전통세력인 국민의힘 이서은 후보를 만났는데, 이 후보가 신인으로서의 열정과 패기로 전심전력하는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선거 막판 뒤집어 질 수도 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전형적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제2선거구는 명륜, 이화, 창.숭동 지역의 골수(?) 민주당 지지층 탓에 국민의힘으로서는 난공불락의 지역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이서은 후보의 분투는 결과적으로 371표 차이를 넘지 못하고 석패를 당한 경우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임종국 후보는 사실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 미비로 구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도 반란 표가 상당 부분 나타나는 상태였다. 따라서 이 후보의 선전으로 인한 결과가 매우 주목 시 되었지만 끝내 더불어민주당 텃밭 지형을 넘지 못하는 모양이 됐다. 종로구 동부지역은 여전히 지방자치 세력이 우세함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종로구 의원 선거는 전형적인 기호 ‘가’ 번 당선사례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네 개의 선거구별로 기호 ‘가’ 번을 받은 후보자는 신인이건 비호감이건 무조건 당선됐다. 물론 유권자들의 ‘묻지마’ ‘가’ 번 투표가 근본 원인이지만 이러한 고질적 병폐가 여전히 지속됐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기호 ‘가’ 번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종로구에서 이름모를 청년인 더불어민주당 이륜구 후보도 ‘다’ 선거구에서 최고 득표로 당선됐고, 제8대 구의회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쳤던 기호 ‘나’ 번의 더불어민주당 전영준 후보는 2위 국민의힘 기호 ‘가’ 번 이광규 후보보다 199표가 적어 낙선됐다. 이는 지방자치 세력들도 정당공천 기호에 따른 ‘묻지마’ 투표를 하면서 정파적 성향을 농후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종로구 구의원 당선자 현황으로는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6명으로 국민의힘 5명보다 많기 때문에 구의원 선거에서는 지방자치 세력이 전통적 토착 세력을 능가하는 분포를 이뤘다.
이처럼 6.1 종로구 지방선거는 종로 자치권력의 핵심인 구청장 선거에서 전통 세력이 승리를 하고, 시의원 선거는 무승부, 구의원 선거는 자치세력이 승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종로 자치 권력은 결국 구청장 선거에서 승리를 한 전통 세력이 차지를 하지만 지난 12년간 빼앗긴 종로 주도권을 다시 되찾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