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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6 03:30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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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봄 부지런히 꽃을 피운 ‘노루귀’. 꽃 아래쪽을 둘러싼 부드러운 털 덕분에 꽃샘 추위도 이겨낸대요. /국립생물자원관
입춘(立春)이 지나고 남쪽 지방에서는 봄꽃 소식이 들려와요. 중부 지방 산속에도 봄이 다가왔죠. 이들 지역에선 지금쯤 아주 작고 귀여운 꽃이 있는 '노루귀'를 만날 수 있어요. 사랑스러운 노루귀 꽃은 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유쾌한 신호예요. 흰색, 분홍색, 붉은색, 청보라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의 꽃이 핀답니다. 노루귀는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봄이면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식물이에요. 흐릿한 갈색 낙엽들 사이에서 발견하기가 어려우니 눈여겨 잘 찾아보세요.
노루귀라는 이름은 털이 많고 뾰족하게 말린 채 돋아나는 어린 잎이 꼭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서양에서는 가을에 짙어지는 진한 갈색 잎과 세 갈래로 갈라지는 잎 모양이 '간(肝)'과 비슷하다고 해서 리버리프(Liverleaf)라는 다소 매력적이지 않은 이름으로 불려요.
노루귀는 미나리아재빗과(科)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에요. 식물 전체가 높이 10㎝ 내외이며 꽃 크기는 1.5㎝ 정도에 불과해 유심히 살펴봐야 겨우 눈에 들어올 정도로 아주 작은 식물이죠. 잎은 꽃이 지고 난 뒤 뿌리에서 3~6개가 나오며 짙은 녹색의 광택이 나고 매끄러운 가죽 같아요. 잎은 세 갈래로 갈라지며 그 모양이 독특해요.
꽃은 2월부터 4월에 잎보다 먼저 피어요. 이른 봄에도 노루귀가 무사히 꽃을 피우는 것은 꽃 밑에 있는 잎 같은 포(苞)에 부드러운 털이 촘촘하게 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 털은 찬 기온과 건조한 바람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죠. 노루귀는 듬성듬성 떨어져 한두 송이 꽃이 피기도 하지만, 골짜기 여기저기에 활짝 핀 수십 송이가 한데 모여 있기도 해요. 무리 지어 피어난 모습이 온통 갈색뿐인 산속에 붉은색, 보라색 보석이 뿌려진 것처럼 화려해 감탄이 절로 나와요.
노루귀 꽃을 보면 가운데 수많은 수술을 6~11개의 꽃잎이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 변형된 거예요. 꽃받침이 꽃잎처럼 화사하게 변하는 것은 꽃받침 조각이 꽃잎 역할을 수행해서 밤에는 꽃을 보호하고 낮에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죠.
노루귀속(屬) 식물은 북반구 온대지역에 분포하며 전 세계에 7종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노루귀, 새끼노루귀, 섬노루귀 등 3종이 있어요. 새끼노루귀는 노루귀에 비해 크기가 작고 잎 표면에 흰 무늬가 있어요. 섬노루귀는 '큰노루귀' 라고 불릴 만큼 대형이고, 꽃이 필 때에도 전년도 잎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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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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