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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새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해 온 내 인생이 알게 모르게 삼미 슈퍼스타즈와 흡사했던 것처럼, 삼미의 야국 역시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야구였단 사실이다. 즉 지지리도 못하는 야구라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야구를 했다는 쪽이 확실히 더 정확한 표현이다. 다시 말해 평범한 야구를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
왜 삼미는 그토록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팀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걸까. 그것은 아마 기록과 순위의 문제 때문이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으나 곧 평범한 야구라면 최하위를 기록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다시 생각의 흐름이 바뀌어갔다. 그럼 왜? 결론은 프로였다.
평범한 야구 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이 평범한 인생을 산다면 그것이 비록 더할 나위없이 평범한 인생이라 해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원년의 종합 팀 순위로 그것을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6위 삼미 슈퍼스타즈 - 평범한 삶 5위 롯데 자이언츠 - 꽤 노력한 삶 4위 해태 타이거스 - 무진장 노력한 삶 3위 MBC 청룡 -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 2위 삼성 라이온즈 -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 삶 1위 OB 베어즈 -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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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시작되면서 비슷한 시기에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시작한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평범하게 보이는 삶인 3위 4위가 되기 위해서는
평범한 삶을 살면 안되고 적어도 무진장 노력한 삶 내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중산층으로 살기 위해서는 평범해서는 안 된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하에서
오히려 이런 프로로 대변되는 경쟁 사회에서 한 발 비껴서서
아내가 말하는 따스한 한 마디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내 앞에 펼쳐진 푸른 하늘을 기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삶의 본질을 잃지 말자는
이 시대의 경쟁 사회에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훈훈한 격려를 이 소설은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이 창립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추구하는 야구는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이다.
그래서 직장인 야구단과의 시합에서
외야수 하나가 공을 잡으러 가다가 운동장에 핀 잡초꽃을 보다가 놓쳐 버린 멤버에게
상을 부여하는 엉뚱한 야구 철학을 표방한다.
작가가 얘기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다.
필요 이상의 가치를 계속 추구하길 바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그 아름다움을 놓치기에는 한 번 사는 것인데 아깝지 않을까?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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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삼미 슈퍼스타즈.. 참 비운의 팀(?)이죠. 감사용 나오는 영화 참 재밋게 본 기억이 나네요.
근데 모피어스님은 언제 이런책은 다 읽으신데.. 난 게을러져서 책 안본지 꽤 됐사옵니다. ㅋ
이책 진짜 재밌죠 ㅎㅎ 영화는 (책보다) 별로였다는 소문이 있습죠...
이 책 읽고 참 큰 걸 깨달았습니다. 덜벌고 덜쓰고 여유롭게 사는 것을 내가 '선택' 할 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것을 ㅎㅎ
망고님도 읽으셨군요. 꽤 잘 팔리는 책인 모양이네요..
저도 감사용 재밌게 봤어요~~
어머나 두분이나 재밌다 하시니 영화도 그럼 재밌나봅니다 ㅎㅎㅎ 책 전 한국에 있을때 읽었으니 오래 전에 봤어요... 야구 하나도 모르는데도 너무너무 재밌더라구요 ㅎㅎ
돌아가면 저도 빌려 봐야겠네요. 약간은 게으르고 엉뚱한 삶도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