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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바보 1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호세 로사스 모레노 지음/송병선 옮김
바움/2002년 8월/247쪽/8,700원
▣ 저 자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페리키요 사르니엔토』의 저자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키호티타와 그녀의 사촌』과 유고작『우리 시대의 걸물 카트린 씨의 삶과 행적』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우화들은 『멕시코 사상가의 우화들』에 수록된 것이다.
호세 로사스 모레노
멕시코의 라고스에서 출생했다. 시인이자 극작가로 1891년 시집 『제비꽃 다발』을 발표했으며, 『후아나 이네스 텔라 크루스 수녀』라는 극작품도 썼다. 또한 희극 『이혼 계획』을 비롯하여 『새해』, 『지리학습』, 『자식의 사랑』과 같은 아동극 작품도 썼다.
▣ 역 자 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고, 콜롬비아 카로 이 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콜롬비아 헤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콜롬비아 하베리아나 대학교 전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이다. 옮긴 책으로는 『켄터베리 이야기』, 『이 성스러운 장소에서』, 『붐 : 중남미 단편 소설집』, 『모래의 책』, 『마법의 도시 야이누』, 『탱고』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가르시아 메르케스』, 『영화 속의 문학 읽기』,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우화는 한마디로 동식물을 의인화하여 교훈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때문에 그 표현들이 상징적이고 은유적이다. 또 오래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어느 순간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우화는 그 어느 장르보다 대중적 친밀감을 지니고 있다. 동물들의 짧은 대화나 행동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고 놀리다가 인간의 본성과 진리를 빗대어 깨우쳐주는, 어찌 보면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속에 알곡같이 품고 있는 교훈은 우리의 가슴속에 긴 여운으로 남는다. 재치가 넘치면서도 서양 우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다소 낯선 느낌도 주는 이야기들이 책으로 묶였다. 이 책은 ‘멕시코의 사상가’라고 불리는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와 19세기 멕시코의 대표적 우화작가인 호세 로사스 모레노의 작품들을 가려 뽑은 우화집이다. 전2권으로 나눠진 이 책의 첫째 권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변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차 례
첫 번째 변화
두 번째 변화
세 번째 변화
네 번째 변화
다섯 번째 변화
똑똑한 바보 1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호세 로사스 모레노 지음/송병선 옮김
바움/2002년 8월/247쪽/8,700원
첫 번째 변화
어부와 물고기
어떤 어부가 강가에 던진 그물을 거두고 있었다. 그 안에는 조그만 물고기가 한 마리 들어 있었다. 아무 죄 없이 포로의 몸이 된 물고기가 어부에게 말했다. “지금 나는 비참하고 불쌍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속이지는 않겠습니다. 1년만 있으면 나는 큰 물고기가 될 것입니다. 아마 지금의 우리 할아버지보다 더 커다래질 겁니다. 그때 저를 잡으십시오. 그러면 당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왜 제 말을 비웃으시나요? 제가 흘리는 눈물이 우습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바로 이런 이유로 다른 어부는 제 형제를 다시 강에 풀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달아나려고? 그건 미친 짓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어부는 스페인 속감을 인용했다. “손에 든 한 마리의 새가 나는 백 마리의 새보다 소중한 법이야. 나는 너를 프라이팬 위에 올릴 거야. 나는 희망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이 아니거든!”
* 쓸데없는 환상을 꿈꾸지 말고 지금 가진 것을 소중히 하라.
개구리 두 마리
개구리 구 마리가 풀밭에서 살고 있었다. 한 마리는 연못에, 한 마리는 길가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연못에 사는 개구리가 연못가에 사는 개구리에게 말했다. “친구여, 자네는 현명해서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군. 그런데 발에 밟혀 죽을지도 모르고 바퀴에 깔려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이 잠복한 곳에서 사는 이유가 뭔가? 그런 장소를 버리고 운명을 바꿔보도록 해. 이곳으로 와서 나와 함께 살지 그러나?”
그러자 길가에 사는 개구리는 깔깔거리고 비웃으며 말했다. “아주 훌륭한 생각이야. 하지만 난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내 운명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 여기가 위험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곳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살았던 곳이야. 그들도 아무 일 없이 잘 지냈어. 그런데 내가 뭣 하러 사는 곳을 바꾸겠나!”
“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그 곳에서 계속 살도록 해. 하지만 한 가지만은 명심하도록 해. 언젠가 네가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이 말이 끝나자마자 수레가 다가왔고, 수레는 길가의 개구리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렸다.
* 어설프게 똑똑한 사람은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환자와 의사
어떤 환자가 죽을 때가 거의 다 되어서야 의사를 찾아갔다. 그러자 의사는 경솔하게도 때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 “솔직히 말하건대 당신은 지금 죽어가는 목숨입니다. 나는 훌륭한 의술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내 확신하는데 내 훌륭한 의술로 당신을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오. 만일 당신이 조금만 더 일찍 나를 찾아와 관장을 해서 당신의 위를 청소했다면 가볍게 나을 수도 있는 병이었습니다.”
의사의 말을 듣고 난 환자는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돌아섰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의사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의사 선생, 당신의 충고에 감사 드립니다. 하지만 죽은 당나귀에게 맛있는 건초를 준다고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 신중한 사람은 시기 적절하게 충고를 하는 법이다. 때늦은 충고를 하면서 자신의 학식을 자랑하는 것은 쓸모 없는 일이다.
두 번째 변화
미녀와 거울
예쁘고 아름다운 아나르다에게 한 친구가 있었다. 아나르다는 자기가 어떻게 치장해야 예쁜지 항상 그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곤 했다. 모자 색깔이나 옷 색깔은 물론이고 얼굴 화장이나 머리 모양도 그에게 물었다. 그가 “정말 예뻐!”라고 말하지 않는 치장은 절대 하지 않았다.
아나르다는 한창 젊었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저주란 말인가! 어느 날 그녀는 수두를 앓게 되었고, 아름답던 그녀의 얼굴은 곰보 자국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아나르다는 거울을 바라보며 아직도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친구는 자기가 그녀의 가장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해 주었다. “네 얼굴엔 곰보가 너무 많아. 그래서 이제는 예쁘지가 않아.” 이 말을 들은 아나르다는 벌컥 화를 내며 방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그 후 그녀는 더 이상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
* 사람들은 항상 자기에게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을 친구로 두려고 한다. 자기도 모르는 결점과 나쁜 점을 친구가 지적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런 결점들을 고칠 수 있겠는가.
낙타와 벼룩
하루종일 무거운 짐을 지고 가던 낙타가 너무나 지쳐 이렇게 말했다. “웬 짐이 이렇게 무겁지?” 이 말을 듣자 낙타 위에 타고 있던 벼룩이 뛰어내리며 거만하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무거운 짐에서 해방시켜 주겠소!” 그러자 낙타가 말했다. “고맙소, 코끼리 양반!”
* 타인의 행복이나 불행에 전혀 영향력이 없는 사람은 남을 위하는 척하지 말라.
이솝과 아테네인
늙은 이솝이 많은 아이들과 즐거이 말뚝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를 보고 있던 어느 아테네 사람이 말했다. “불쌍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벌써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군!”
이 말을 들은 이솝은 대답 대신 줄이 늘어져 헐거워진 활을 집어들고서 물었다. “당신은 줄이 헐거워진 활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소?” 아테네 사람은 활을 유심히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활을 만져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이솝이 개선장군처럼 늠름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보게, 줄이 항상 팽팽하게 조여져 있으면 활이 부러지는 법이야. 하지만 느슨하면 아무 때고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법이지.”
* 부지런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 쉬도록 하라. 그러면 더욱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
세 번째 변화
방종과 폭음
죽음의 여왕은 자신의 국가를 다스릴 훌륭한 장관을 선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여왕은 왕국을 번창하게 만들 인물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일사병, 성병, 폐렴과 다른 모든 질병의 대신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가령 페스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이 훌륭한 장관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너무 많은 의사들이 있으니,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이런 질병의 대신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을 원치 않는다.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할지라도, 사람들이 돈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악습들이 수많은 이유를 대며 장관 후보를 자처하고 나섰다. 죽음의 여왕은 이런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방종과 폭음의 대신에게 장관을 맡겼다.
* 방종과 폭음은 돈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병이다.
앵무새와 두더지
앵무새 한 마리가 자기 날개와 꼬리를 흘끗 곁눈질로 쳐다보고 잘난 체하며 말했다. “두더지가 아무리 눈먼 동물이라도 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거야.” 이 말을 들은 두더지가 말했다. “맞아요, 난 당신이 아름답다는 걸 부인할 수 없어요. 그런데 아마도 다른 앵무새들은 당신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을 거예요.”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좋은 평을 듣기란 어렵다. 오히려 당신의 일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에게 그런 평을 듣기를 바라는 것이 낫다.
* 경쟁자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길 바라지 말라. 그런 평을 원한다면 경쟁자가 아닌 다른 현명한 사람의 입에서 구하라.
여우와 흉상
여우는 흉상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네 머리는 아름답지만, 지혜가 없구나….”
* 지혜가 없는 인간은 인간처럼 보일지라도 조각품과 다름없다.
사기꾼
“여러분 중 누구라도 벽에 세게 부딪히거나 혹은 지붕에서 뛰어내리면 뼈가 부러지고 심하게 다칩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만든 이 훌륭한 물약만 있으면 절대로 그런 법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약장수는 주위의 구경꾼들에게 시범을 보이며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속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말로 그렇다고 믿고, 약장수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사람들은 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사기꾼의 말에 더 큰 유혹을 받는다. 이런 사기 성향이 농후한 사람은 교단이나 학교를 비롯해 모든 학문에 존재하며, 안타깝게도 이런 류의 사람들이 더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언젠가 말을 아주 잘 하는 아주 유명한 사이비 학자가 있었다. 그는 약장수나 사기꾼들의 말을 그대로 모방했다. 그는 자기 밑에서 10년 동안만 교육을 받으면 멍청한 당나귀도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말하게 된다고 떠들고 다녔다.
어느 날 왕이 이 소문을 듣게 되었다. 왕은 즉시 그를 불러들여 당나귀를 가르쳐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많은 보물을 하사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교수형에 처하겠노라고 말했다. 학자는 당나귀를 신중하게 말하게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그런 모습을 본 한 대신이 말했다. “당신이 태연하게 장담하는 걸 보니 이상하기 그지없군요. 나는 지금 당신이 교수형에 처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사이비 학자가 말했다. “걱정 마시오. 지금부터 10년이란 기간이 있는데 과연 그때가 되면 왕과 당나귀와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 중요한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말을 믿지 말라. 그런 것은 해결할 당사자가 죽으면 청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샘물 가의 사슴
사슴 산 마리가 맑디맑은 샘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자기 이마에 난 무성한 뿔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그러다가 자기의 가냘프고 긴 다리가 보이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탄했다.
“하느님! 아름다운 뿔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리를 주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연약한 다리로 제가 얼마나 큰 괴로움을 받고 얼마나 깊은 고통을 느끼는지 아십니까? 이 다리가 뿔처럼 아름다웠더라면 저는 이 세상의 동물들 중에서 가장 멋진 동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슴이 이렇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사나운 사냥개가 나타났다. 사슴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며 잽싸게 나뭇잎이 우거진 숲으로 도망쳤지만 총총히 얽힌 나뭇가지에 뿔이 두어 번 걸리는 바람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간신히 나뭇가지를 피해 넓은 쪽으로 내달린 끝에 사냥개의 위협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나자 놀란 사슴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제가 이렇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뿔 때문이 아니라 빨리 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뿔에게는 저주를 내리시고, 가냘픈 다리에게는 영원한 축복을 내리소서.!”
* 인간들은 아름다운 것에 현혹된다. 그들은 겉모습이 아름다운 것을 선택하지만 종종 그것은 가장 위험한 것을 껴안는 행위와 같다. 하지만 지금부터 그런 생각을 머리에서 떨쳐버려라. 쓸모 있는 것만이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명심하라.
네 번째 변화
당나귀와 말
말이 당나귀와 함께 길을 가고 있었다.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당나귀는 짐을 지고 있었지만 말은 짐이 없었다. 무거운 짐을 싣고 먼길을 걸었던 탓에 당나귀는 지쳐 있었고, 마침내 땅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당나귀가 말에게 말했다. “이봐, 친구. 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 정말이지 곧 죽을 것 같아. 이 짐을 함께 나누어 싣도록 하자. 그러면 별로 무겁지 않을 거야. 그러지 않으면 난 입에 거품을 물고 죽을지도 몰라.” 그러자 말이 대답했다. “네가 죽건 말건 나와는 상관없어. 내가 왜 남의 짐을 지고 고생을 사서 해야 돼?” 그런데 이 말이 끝나자마자 도와달라고 애원하던 당나귀는 죽고 말았다.
말은 곧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곧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당나귀가 지고 가던 짐뿐만 아니라 당나귀의 시체까지 싣고 가야 했던 것이다.
*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면 당신이 고통받을 때 도움을 받은 이웃이 도와주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틀림없이 당신은 말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군대를 거느린 사자
숲속의 왕인 사자가 훌륭한 군대를 조직하고 싶어했다. 그는 즉시 동물들을 불러모았다. 가장 먼저 코끼리에게는 필요한 전쟁 물자를 가득 싣게 했고, 그 위에 성난 늑대를 태워 무섭게 보이도록 했다. 곰에게는 공격 임무를 하달했고, 원숭이들에게는 재미있는 표정으로 펄쩍펄쩍 뛰어 적들이 한눈을 팔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우에게는 멋진 전략을 세우도록 했다. 그러자 어떤 동물이 말했다. “토끼와 나귀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어요. 토끼는 빠르지만 머리가 둔하고, 나귀는 걸음이 느린데다 겁도 많아요. 그러니 우리에게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
이 말을 들은 동물의 왕이 말했다. “걸림돌만 된다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토끼는 전령으로 쓰면 되고, 나귀에게는 우리 군대의 전쟁 나팔을 불게 하면 돼.” 이렇게 해서 사자는 완벽한 군대를 조직할 수 있었다.
* 당신이 신중한 지도자라면 사자를 본받아라. 모든 사람의 성격과 특징을 살핀 다음 그들에게 필요한 일을 할당해 노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사람과 벼룩
어떤 사람이 신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위대하신 유피테르 신이시여, 제 말을 들어주소서. 천둥과 번개를 내리시어 이 못되고 방자한 동물을 죽여주소서. 이놈은 인류 역사상 인간을 가장 괴롭힌 존재입니다. 만일 당신이 제 청을 들어주지 않으시려면 대신 헤라클레스를 내려보내 그놈과 그의 종족을 모두 죽이게 하소서!” 그 남자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벼룩에게 물렸기 때문에 이런 기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벼룩을 잡으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자 절망에 빠진 나머지 유피테르와 헤라클레스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침대 시트에서 벼룩을 잡아달라고 했으며, 유피테르에게는 번갯불로 벼락을 잡아달라고 기도했다.
* 사람은 사소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종종 커다란 힘을 남용한다.
소식가와 포식가
어떤 시골에 나이 많은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한 명은 소식을 하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포식가였다. 그런데 첫 번째 사람은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은 1년 내내 병약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 날 포식가가 소식가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보다 훨씬 적게 먹는데, 어떻게 나보다 힘도 세고 몸무게도 두 배나 더 나가지요? 난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러자 소식가가 말했다. “당신이 명심할 사항이 있어요. 그건 나는 소화를 잘 시키는 반면 당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 영양분은 먹는 양이 아니라 소화되는 양으로 결정된다. 많은 책을 읽어서 많은 가르침을 배웠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 이런 법칙을 적용하라.
다섯 번째 변화
종달새와 참새
어느 날 종달새는 손풍금 소리에 맞춰 노래를 배우고 있었다. 그때 수다쟁이 참새가 새장으로 다가와 말했다. “노래에 일가견 있는 네가 학생을 스승 삼아 배우고 있다니, 정말 놀랍군. 손풍금이 알고 있는 노래는 모두 네가 노래한 거잖아!”
이에 종달새가 말했다. “손풍금이 나에게 노래를 배웠을지라도, 나는 손풍금에게서 노래를 배워야 해. 손풍금은 내가 노래한 것을 아주 잘 응용해서 멋지게 바꿔주거든. 그래서 나는 손풍금이 가르쳐주는 예술 감각에 따라 내 노래를 고쳐나가는 거야. 난 이렇게 내 노래를 발전시키는 거야. 이제 넌 머잖아 수많은 종달새들이 손풍금의 재주를 배워 멋지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 될거야!”
* 아무리 재주 있고 많이 하는 사람이라도 배우는 것을 우습게 여기면 안 된다.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아무도 자기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늑대와 사냥개
목동들이 숲과 언덕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다 덫과 그물을 쳐놓고 개들을 풀어놓았다. 양들을 모두 잃은 그들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늑대가 어린 양 한 마리도 놔두지 않고 모조리 먹어치운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냥개 한 마리가 늑대와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었다. 늑대와 사냥개는 너무 놀라 발길을 딱 멈추었다. 마치 고대 전투에서 한니발과 스키피오가 전쟁을 벌이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긴장된 순간에 늑대가 사냥개에게 휴전을 제안했다. 사냥개도 그런 제안이 싫지는 않아서 이렇게 말했다. “이봐, 친구. 내가 보기에 늑대가 어린 양이나 잡아먹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 당신은 힘이 세고 씩씩해서 멧돼지도 죽일 수 있고, 곰도 이길 수 있어. 그런데 용감하고 씩씩한 당신이 왜 힘없는 어린 양의 피만 먹으려 하는 거지? 그러자 늑대가 대답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다음부터는 어린 양을 주식으로 삼지 않고, 디저트나 샐러드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하지.“
그러고 나서 사냥개와 늑대는 헤어졌다. 사냥개에게 이를 전해들은 목동들은 바보 같은 짓을 했다며 사냥개에게 욕을 퍼부어댔다. 그런 다음 사냥개를 붙잡아 매고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 목동들의 우려대로 늑대는 그 해 샐러드나 디저트용으로 어린 양을 잡아먹은 것이 아니라 목동들이 키우던 양을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두 먹어치웠다.
* 단 한 번의 충고로 오래된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칠면조와 개미
페드로의 하인들이 소를 끌고 나가면서 마당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러자 어미 칠면조와 함께 새끼 칠면조들이 마당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에서 모이를 쪼아먹다가 인근 언덕까지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외출하자 기분이 좋아진 어미 칠면조가 새끼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저 개미집 좀 봐. 저 개미들을 쪼아먹으렴. 나도 먹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먹도록 해. 아주 맛있단다. 이 세상에 빌어먹을 요리사들만 없다면 우린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은 파티만 있으면 우릴 죽여서 먹어버리거든.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얼마 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는 거란다. 인간들은 잔인한 살인자이자 게걸스런 존재들이야!”
어미 칠면조가 이렇게 말하자 간신히 목숨을 구해 나무 위로 기어올라간 한 개미가 용감하게 소리쳤다. “이봐, 인간들이 잔인하고 못돼먹었다면 너희 칠면조들은 어떻지? 너흰 내 친구와 친척들을 모두 잡아먹었어. 너희의 아침 식사로 우리 개미들이 모두 죽었단 말이야!”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자 어미 칠면조는 아무런 대꾸도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바로 그 때 살아남은 개미들이 보리 이삭을 갉아먹고 있던 벌레를 보았다. 그러자 이렇게 소리쳤다. “남의 보리 이삭을 먹다니, 너 같은 놈은 죽어도 싸!” 그리고 나서 개미들은 무엇을 했을까? 개미들은 벌레를 죽인 후 그 곳에 떨어져 있던 이삭을 모두 훔쳐 자기네 집으로 가져갔다.
* 사람들은 남이 조그만 잘못을 해도 마치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떠들어댄다. 하지만 자기들이 무슨 죄를 짓는지는 모른다.
토끼와 아폴로
원기 왕성한 아폴로가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기 얼마 전의 일이었다. 아폴로는 사냥을 하기 위해 활과 화살을 들고 이 땅으로 내려왔다. 그는 어느 숲에 도착했고, 오래된 참나무 위로 올라가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토끼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기쁜 듯이 깡충깡충 뛰면서 참나무 근처로 다가왔다. 한 토끼는 푸른 풀밭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었으며, 다른 토끼는 정원으로 들어가 파릇파릇 돋아난 새순을 먹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아폴로는 가장 토실토실한 토끼를 향해 활을 쏘았다. 그러자 화살을 맞은 토끼를 제외한 모든 토끼들이 깜짝 놀라며 황급히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땅이 토끼들을 삼켜버린 듯 자취를 감추었다.
* 이상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토끼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런 위험을 금세 잊어버린다. 그런데 인간들은 토끼와 다르게 행동할까?
당나귀와 양
어느 날 양이 커다란 바위를 지고 가고 있는 당나귀를 보며 말했다. “난 당신이 지고 있는 것보다 두 배는 가뿐히 들 수 있어요. 난 그 누구보다도 힘이 센 양이거든요.” 그 말을 듣자 당나귀는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것은 너무나 기가 막혀 터뜨리는 웃음소리였다. 이에 기분이 상한 양이 말했다. “그 돌을 내게 얹어주세요!” “여기 있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자네는 위험천만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군.”
당나귀가 말했지만 양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당나귀는 조심스럽게 그 돌을 양의 등 위에 올려놓았다. 돌 무게를 느끼자 양은 곧 신음소리를 냈다. 양은 자신의 힘을 보여 주기 위해 절룩거리며 걷기 시작했지만 이내 바위에 짓눌려 쓰러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자 상처에서 회복된 양은 자기가 풀을 뜯던 바위투성이의 산꼭대기로 다시 올라갔다. 그런데 그 곳에서 다시 당나귀를 보자 놀란 양은 미친 듯이 바위를 뛰어넘기 시작했고, 이내 절룩거리며 깊은 계곡으로 내려왔다. 뒤이어 양을 쫓아온 당나귀가 말했다. “맹세하건대, 나도 너같이 날쌔게 바위 위로 뛰어다닐 수 있어!” 당나귀는 양처럼 바위를 뛰어넘기 시작했지만 곧 바위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말았다.
*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학문과 경험이 없는 자들은 곧잘 자기 일과 관련 없는 남의 일을 하려 한다.
사냥꾼과 토끼
어느 여름날 오후, 사냥꾼 환은 엽총을 손에 들고 토끼를 찾아 평원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 날은 운이 없었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토끼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마침내 지친 그는 절망에 빠졌다. 더위와 분노로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러자 그는 하늘을 향해 엽총을 쏘았다. 바로 그 때 그의 발치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토끼가 뛰어나와 도망쳐버렸고 사냥꾼은 토끼를 잡을 수 없었다.
*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래서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토끼가 뛰쳐나온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