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수집하여 만지고 있는 석유버너의 근본은 알려진대로 1892년
스웨덴의 Nyberg에 의하여 고안된 압축기화식 기술의 발명부터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인류가 맞이한 이른바 산업혁명기의 후기 시점이라
기술의 발전 속도나 보급은 글자그대로 혁명이라고 하여도 좋을 만큼
인류의 모든 생활 속으로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Nyberg와 함께 토치를 만들어 낸 스웨덴의 Max Sivert 나 B.Jorth가
설립한 Primus는 이 기술을 생활 속의 아이템으로 접목시켜 성공을
거두었으며 응용 분야도 열기구 사용이 가능한 모든 분야로 급속하게
넓혀져 나아갔다.
당시에는 스웨덴에서만 우리가 흔히 들어서 익숙한 업체인 Primus,
Optimus, SVEA, Radius를 비롯하여 이웃나라인 핀란드의 Hovik과
독일의 Gsutav Barthel, Enders, Petromax, Hasag, 포르투갈의
Hipolito, 오스트리아의 Phoebus, 그리고 영국의 Tilley, Vapalux,
Varol, Monitor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러나 이러한 석유버너의 급속한 보급이 북 유럽의 추운 나라인
스웨덴에서 전해진 배후에는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 있다.
1911년 12월, 노르웨이의 탐험가인 Roald Amundsen(1872-1928)이
인류최초로 남극 탐험에 성공했을 때 그의 소지품 속에 들어있던 석유
버너의 사진이 신문에 보도되자 일약 Primus라는 회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고 당시 영국으로 부터 기술을 이어받은 미국대륙
에도 거센 압축기화식 버너/스토브의 바람이 불게 된다.
이를 계기로 당시의 19세기말부터 산업혁명을 주도하던 유럽과 미국의
국가들이 앞 다투어 공업용 토치에서 가정용 스토브(버너), 테이블 랜턴,
다리미, 히터 등 열기구가 사용가능한 모든 생활분야에 적용하였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공업용에서 가정용으로 발전하던 압축
기화식 스토브 기술은 항공기 기술에 필수였던 휘발유의 등장과 함께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인한 군수용 특수를 불러왔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1901년에 설립된 미국의 Coleman을 들 수 있는데
콜맨 자체의 기록에 의하면 제2차 대전 당시에 북 아프리카에서 독일의
롬멜 전차군단과 맞서고 있던 미군 전차부대에 4,000개의 530 스토브를
납품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콜맨 530 시리즈는 후에 100만개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 후 콜맨은 1950년 한국전 특수와 미국의 월남전 참전특수 등으로
군수품 스토브의 세계적인 톱 메이커로 등장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불기 시작한 아웃도어 산업에서의 스토브의
보급도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1953년 에드몬드 힐러리 경이 셀파 텐징 노르가이와 첫 등정에 성공한
에베레스트 정복과 각종 극지 탐험에서의 스토브 사용들이 전해진다.
이후 유럽과 미국의 양 대륙의 주도로 발전해온 스토브 기술은 지금까지
그 판도를 유지하고 있다.
1960년부터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스토브 산업이 시작된 것도 버너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한 것으로 기존 석유스토브나 휘발유 스토브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현재 우리가 실사용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영국의
EPI, 프랑스의 Camping Gaz, 미국의 Coleman, 일본의 Snow-Peak,
그리고 우리나라의 KOVEA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石化연료를 태우는 방식의 스토브가 앞으로 전기 이외의
또 다른 방식으로 발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스토브에 대하여 남아있는 정확한 기록은 아직 없으나
1977년 故 고상돈 씨가 등정한 에베레스트 산에 함께 오른 원정대의
선배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에 버너(콜맨 442로 기억함)를 휴대하고
갔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뿐, 정확한 기록이 없음이 아쉽다.
한 때, 우리나라에도 30여 개의 석유스토브 메이커가 있었으나 가스의
도입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데다, 정부의 치산녹화 장려에 따른
정책 시행으로 야외에서의 강력한 화기사용 단속으로 그 명맥이 끊어진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아직도 모든 이 들의 뇌리에 야외에서-특히 산에서- 버너를 사용하면
벌금이 부과되고 법을 어기는->죽일 놈? 이 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버너/스토브 산업의 발전은 없다? 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석화연료를 태우는 압축기화식의 스토브에도 희망적인
요소는 있다고 본다.
가스나 휘발유에 못지않은 석유버너의 최대 약점인 기화를 촉진하는
메카니즘을 개발한다면 그 수요는 무궁하다고 할 것이다.
예열 없는 석유버너 - 모든 버너매니아들이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