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환 9단(왼쪽)이 새해 들어 첫 대결을 벌인 커제 9단에게 1집반승을 거두고 2020 하세배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커제 9단 대 시바노 도라마루 9단의 승자.
2020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패전 1회전
올해 첫 대결에서 289수 만에 1집반승
박정환 9단이 숙적 커제 9단을 꺾고 하세배 결승에 선착했다. 20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2020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패전 1회전에서 289수 만에 백으로 1집반승을 거뒀다. 두 기사 간의 올해 첫 대결이었다.
하세배는 중국이 매년 춘절(설)을 맞아 한중일의 대표 기사를 초청해서 벌이는 대회. 박정환 9단(27)과 중국의 커제 9단(23), 일본의 시바노 도라마루 9단(21)이 이번 대회에 초청을 받았다. 박정환은 4년 연속, 커제는 5년 연속, 시바노는 2년 연속 출전.
▲ 승리를 알고 있는 박정환 9단이 미소 띤 모습으로 계가를 지켜보고 있다.
진행 방식은 역토너먼트. 추첨을 통해 1)부전을 뽑은 기사 외의 두 명이 첫째날 1회전을 벌이고, 2)둘째날 1회전 패자와 1회전 부전자가 2회전을, 3)셋째날 1회전 승자와 2회전 승자가 결승전을 벌인다. 2승이면 우승하고, 1회전 부전을 뽑으면 1패만 해도 3위로 밀려난다.
추첨 결과 시바노가 부전을 뽑아 박정환과 커제가 1회전에서 맞붙게 됐다. 하세배 부전은 패자부활전 기회가 없어 다소 불리하다. 돌가리기에서 백을 쥐게 된 박정환 9단은 역전당한 장면을 맞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형세를 리드한 시간이 훨씬 길었다. 아래는 박정환 9단의 국후 감상.
▲ 관심을 모은 돌가리기. 박정환 9단이 한움큼 쥔 백돌의 홀짝을 커제 9단이 맞혔다.
"중반까지 잘 풀렸다. 흑진을 돌파한 것이 커서 괜찮았다. 그런데 하이라이트인 패 공방에서 형세를 낙관한 나머지 작은 팻감을 썼다. 그 후 서로 간단한 것을 착각한 장면도 있었다. 상대도 착각하는 바람에 운도 따라 주었다."
승리한 박정환은 상대전적에서도 12승11패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3연패에서도 벗어났다. 두 기사의 맞대결은 백번 승리가 월등해 박정환의 12승 중 10승은 백으로 거둔 것이다. 커제도 11승 중 8승을 백으로 거뒀다. 백번으로 18승5패를 기록하고 있는 박정환-커제 간의 대결 전적이다.
▲ 패배를 알고 있는 커제 9단. 대국 중의 매너는 무난했다.
이 승리로 박정환 9단은 올해 공식전 6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이어 가고 있는 연승 숫자는 11연승으로 늘어났다. 결승 상대는 21일 속행되는 커제-시바노 전의 승자. 박정환은 시바노에게 5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박정환 9단은 "누가 올라오든 대표 선수들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승부다. 컨디션을 재정비해서 실력발휘를 다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두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 1시간 45분 동안 289수를 두어 박정환 9단이 백으로 1집반을 이겼다.
이 대회에서 박정환은 첫 출전했던 2017년에 커제에게 패해 3위에 그쳤으나 2018년과 2019년에는 결승에서 커제를 연거푸 꺾고 우승한 바 있다.
2승을 올리면 차지하는 하세배의 우승상금은 80만위안(약 1억3000만원). 준우승은 40만위안(약 6500만원), 3위는 20만위안(약 3250만원)이다. 대국은 제한시간 없이 30초 안에 1수씩 두는 초속기. 도중에 1분 생각시간 10회를 사용할 수 있다.
▲ 대국을 기다리는 두 기사. 10여분간 정적이 흘렀다.
▲ 23번째 공식전 맞대결을 시작하면 예의를 갖추고 있다.
▲ 흑이 결정된 커제 9단은 기분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 상대전적에서 박정환 9단이 다시 앞섰다.
▲ 구리 9단이 공개해설회를 진행했다.
▲ 현장 공개해설회 모습.
▲ 1회전 대진은 작년과 같고, 박정환 9단이 당시 패배를 똑같이 1집반승으로 설욕했다.
▲ 박정환 9단은 올해 6전 전승, 지난해 12월 15일부터 11연승 중이다.
▲ 커제 9단은 올해 공식전 첫 대결을 하세배에서 두었다.
▲ "상대전적을 볼 때 백을 쥐는 게 편하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는 박정환 9단이다.
▲ "커제 9단은 언제든지 두어도 재미있는 상대이고, 두기 전부터 긴장되고 떨리기는 하지만 두게 되면 재미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