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중국집 배달원에서 ‘번개배달’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성공시대를 연 ‘번개’가 10년 가까이 남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9일 김대중씨(38·서울 강서구 화곡동)를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994년 4월 서울 중구 을지로 5가 모 중국음식점에서 며칠간 함께 일하던 조모씨(34·광주 서구 치평동)가 주민등록증을 놔둔 채 잠적하자 이 주민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조씨 행세를 해왔다. 김씨는 조씨 명의로 통장과 휴대폰 등을 개설했으며 최근까지 1,000여차례의 강의로 벌어들인 1억원 상당의 소득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번개’ 김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86년 광주의 모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돈벌이를 위해 무작정 상경했다. 그는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면서 종전에 홍보물로 쓰던 ‘곽성냥’ 대신 ‘스타킹’을 사용하는 등 개성을 살리면서 성실하게 살아왔다. 이렇게 9년 동안 벌어모은 2천8백여만원으로 사업에 나섰으나 실패, 다시 자장면 배달을 계속했다.
그는 고려대학교 앞 한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신속배달’과 학과별 주문량을 순위로 정해 공표하는 등 색다른 아이디어로 이 지역 ‘명물’이 됐다. 또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김씨는 ‘21세기 신지식인’으로 관공서나 기업체 등에 초빙돼 독특한 배달철학과 서비스정신을 강의하는 ‘스타강사”로 변신했다. 이를 바탕으로 ‘번개반점’ 상표 출원을 내고 전국 체인망을 가진 ‘번개 외식경영 컨설팅’의 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을 얻으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이같은 성공은 결국 자신의 이름인 ‘김대중’이 아닌 ‘조○○’으로 일궈낸 것이다. 그가 주민증을 위조한 것은 92년 일정한 주거 없이 중국음식점을 떠돌면서 주소지 이전 신고를 하지 않는 바람에 예비군 소집통지서를 받지 못해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으로 기소중지됐으며 이듬해 4월20일에는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탈을 벗게 된 것은 공과금과 생활비 등을 이체하면서 철저히 남의 이름으로 살아오다 고액의 소득세 고지서와 생활용품 구입비 청구서를 받은 실제 조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다. 김씨가 성실하게 살아오면서 사회에 공헌한 점을 인정한 검찰의 판단에 따라 불구속으로 풀려난 김씨는 “이제까지 실제 이름을 숨기고 다니면서 부인의 성을 사용하는 자녀들에게 미안하고, 심적인 고통이 컸으나 어쨌든 본래 이름을 다시 찾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