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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K리그] 최우수지도자 이영진 감독, 우승을 준비하는 방법 |
[ 2010-03-20 ] |
‘패배의식에 젖은 선수들, 풋살 챔피언으로 키워내’ ‘FK리그’ 초대 챔피언 메달을 목에 걸고도 그는 냉정했다. “행복하다”면서 웃음을 보이기는 했지만 뭔가를 떠올리는 듯 짧은 미소가 끝이었다. ‘FK리그 2009-2010’ 챔피언결정전에서 이변의 우승을 차지한 전주매그풋살클럽(이하 전주)의 이영진 감독 이야기다. 지난 19일 저녁 용인 실내체육관. 작년 12월 25일 개막한 제1회 ‘FK리그’가 3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치고 챔피언결정전을 치렀다. 전주와 FS서울(이하 서울)이 맞붙은 이날 경기에서 전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변의 역전승을 거뒀다. 대한민국 풋살 역사상 최초의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 이날의 주인공은 전주 이영진 감독이었다. 최종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과 얼싸안고 한껏 기쁨을 표현한 이 감독은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내려와서는 이전의 차분하고 냉철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날 승리로 최우수지도자상까지 거머쥔 그는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풋살계의 우승청부사’가 됐다. “우리가 자축하기에 앞서 FS서울이 어찌 보면 우승할 자격이 있었어요. 경기를 봐서 알겠지만 후반전 운이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경기 전이나, 하프타임, 경기 후에도 계속해서 우리 선수들에게 말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이날 경기는 서울이 먼저 두 골을 넣으며 앞서갔지만, 이영진 감독의 작전타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된 경기라 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전반 14분 끌려가던 선수들을 모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이후 전주는 전반 종료직전 두 골을 넣으며 2-2로 전반을 마쳤다. 그리고 후반 종료 2분 20초 전 전주의 결승골이 터졌고 이후 서울은 급격히 무너졌다. 6-2 전주의 대역전승. 지난 두 차례의 맞대결에서 서울에 2패 했던 전주이기에 이날 승리는 더욱 놀랍다. “우리 팀의 플레이가 움직임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고 그 곳을 파고드는 플레이에요. 그러나 상대 수비가 이것을 막아버려 움직임이 없어졌고 우리의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질 때 지더라도 후회 남지 않게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말했습니다.” “전반전을 2-2로 끝낸 게 우리에게 행운의 여신이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후반전은 긴 승부였는데,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수비를 해준 것이 주효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상대가 성급했죠. 결국은 (오늘 우승의 분수령은) 수비입니다.” |
이 감독은 그리 속내를 드러내는 타입이 아니다. 특히 풋살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그는 풋살에 대한 열정으로 전주의 숙소에서부터 연습구장, 클럽버스, 사무실 등을 스스로 장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선수들에게 실전과 같은 훈련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선수입장 음악 같은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런 준비는 오히려 즐겁다. 정작 그를 괴롭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개막전 패배 후 33년 만에 삭발을 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는 저 스스로의 각오였죠. 나의 풋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것이 리그 내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매 순간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 동안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하다 보니까 스스로 나태해지고 너무 안주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풋살을 하면서 언제나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서울과 맞붙었던 작년 개막전 패배(5-6 패)는 그의 축구 철학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후 그는 여러 가지 전술을 도입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했지만 후반기에 다시 서울을 상대했을 때는 0-6으로 참패했다. 그리고 이날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서울을 통쾌하게 꺾었지만 내용을 봤을 때 그는 만족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여기에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전주 선수들의 패배의식이었다. 결국 그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마음이 아픈 게 우리 선수들 대부분이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던 선수들입니다. 그렇지만 축구로 대학을 가지 못하고 공부를 하러 대학에 온 선수들이죠. 그렇다 보니까 선수들이 패배의식에 많이 젖어 있었어요.” “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선수들한테 보여주려고 파워포인트를 준비했습니다. 1분 30초짜리인데 선수들의 멘탈을 강하게 하고 싶었어요. ‘너희들이 축구 때문에 많이 울었지만,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풋살의 챔피언결정전에 나선다. 지금 이 순간 너희들은 다시 태어났다’ 이런 내용입니다. 경기 전에 불을 끄고 이 파워포인트를 틀어줬습니다. 이걸 같이 보면서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러웠고 저 자신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고취시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이러한 준비 끝에 전주는 거의 패배가 확실시 됐던 경기를 승리로 돌려놨다. 패배의식에 빠져있던 전주 선수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그 중심에는 이영진 감독이 있었다. 이쯤 되면 이영진 감독이 왜 기쁨을 마음껏 표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에 감상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게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풋살의 초대 챔피언 자리에 등극한 전주는 챔피언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에는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주가 더 무서운 것은 이 선수들이 ‘우승청부사’ 이영진 감독과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이영진 감독. 과연 다음 시즌 전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해보자. 글=손춘근 |
첫댓글 항상 곁에 있지만 많은 도움되지 못하고 시간 많이 할애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합니다...선수들에게도 말이죠...이렇게 좋은 결과 또한 당연한 결과가 아닌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때는 노력과 고생에 비해 결과가 미약할것이라 생각도 했지만...지금에 와서는 누구보다..무엇보다 축하드리고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승승장구하는 감독님...선수들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