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부터 시력이 자꾸 떨어진다 싶더니 올해 일월에는 글자가 찌그러져
보이고 때로는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생겨서 동네 안과를 찾아가 보았더니,
황반변성이 생겼다며 꽤 오래동안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는 실력있기로 유명한 의원이고 환자도 많이 몰린다 하기에 그 명성을
믿고 두 달여를 열심히 다녔으나, 눈은 점점 더 악화되는 것 같은데도 의사는
자꾸 딴소리만 하였다. 아무래도 병원을 옮기는 것 좋겠다 싶어서, 영등포의
김안과를 찾아갔다. 복잡스런 모든 검사를 다시 마치고 담당 의사를 만났는데
나의 질병 이름은 황반원공이라는 것으로서, 눈의 안쪽 망막 가운데의 가장
중요한 상이 맺히는 황반 중심부위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치료의 방법은
수술밖에 없는데, 고도근시에다 뚫린 구멍이 너무 커서 수술을 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고생만 엄청나게 하게 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어찌
해야 하느냐 물었더니, 현재 퇴화 속도가 매우 느리니 약 이 개월 정도 좀더 지켜
보자는 것이었다. 눈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은데 냉정한 의사는 무슨
상관이냐는듯 찬바람만 쌩쌩 불었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검색하고 황반원공을
파악해 보았더니, 수술 이외의 치료법은 아직 없으며, 수술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는 필경 시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더욱
급해지고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좀 더 자세히 검색을 해 보니 어떤 이들은 자기의
수술 경험을 글로 정리하여 올려 놓기도 하였고, 최근에 새로운 의료기술이 개발
되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있었다. 유리체 내 자기혈소판 주입술이라는
기법인데 이미 해외에서는 안전성이 검증 되었으나 충분한 임상 결과를 아직 확보
하지 못하여, 일반 대중에게 시료하기 전에 우선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하여 최근부터 임상시험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 시술은 전국의 성모병원에서
만 실시하는 것으로 제한이 되어 있었다. 나는 즉시 강남성모병원에 예약을 하고
담당교수의 특진을 신청하였다. 담당교수는 여러가지 검사결과와 내가 별도로
제출한 김안과의 자료등을 검토하시더니, 기꺼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 주었다. 수술 날자가 잡히고, 회사의 업무를 대충 정리하여 직원들
에게 맡기고서, 5월 16일에 황반원공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전신 마취를 하고서
진행되었는데, 먼저 눈의 외부 부위를 절개하고 황반을 잡아 당기고 있는 부위들을
잘라서 더이상의 수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후에, 유리체 부분을 다 긁어내고 그
부위에 본인의 피에서 추출한 혈소판을 주입하고 나서, 특수가스를 채우고, 다시
절개한 부분을 꿰메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수술은 대략 2시간 정도 진행이
되었고, 수술 후 부터는 매일 24 시간을 뒤통수가 지면과 평행이 되는 방식으로
엎드려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유리체 대신 채워넣은 특수가스가
둟려 있는 황반의 구명을 천천히 메워주게 되며, 그렇게 약 2주간이 지내면 차츰
치료가 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의사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이 수술의 성공
여부는 50%가 수술 자체에 달렸고, 나머지 50%는 얼마나 잘 엎드려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까짓거 엎으려 있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느냐 했었
는데, 막상 24시간을 엎드려 지내보니 정말이지 지옥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이를 악물고 두 주를 참아내고, 그 다음번 진료에서 의사가 잘 견디셨다고 치하를
하는데 주책없이 눈물이 나올뻔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하루 12시간씩은
엎드려 있으라는 의사의 지시가 있어서 아직까지도 열심히 엎드려 지내고 있는
중이다. 이제 정확히 수술한지 한달이 되었는데, 회사에서 중대차한 임무를 맡고
있는 관계로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어서 2주 전부터는 불편을 무릎쓰고 출근해
잘 보이지도 않는 한 눈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 한달여가 더 지나면
눈 속의 가스도 다 빠져나가고 시력도 어느 정도는 회복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동안 한달 여를 수술과 또 치료 과정으로 보내다 보니 여기 우리아 사랑
카페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다는 점을 회원 여러분께 사과 드리면서, 다시 한번
이 카페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찾아 주시기를 부탁 드리는 바이다.
이번에 수술을 통해서 다시 시력을 회복하게 되면 더 늦기 전에 두번째 소설 집필을
시작할 생각이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기원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