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해수욕장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수욕장으로 이용된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천해수욕장은 내국인들이 아닌, 휴양, 보양 관광지로 이용을 한 일본과 미국인들을 첫 이용객으로 맞이하며 그 문을 열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인들의 조선으로의 이주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1910년도 이후로 알려져 있다. 이때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은 대천해수욕장의 모래가 패각분으로 신경통, 고혈압, 피부질환에 큰 효과를 볼수 있음을 알고 일제하에서도 장항선 열차들 중 대천까지만 운행하는 별도의 열차편을 둘 정도로 대천해수욕장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물론 이 시기에 내국인들이 대천해수욕장을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배경을 가지고 있는 특권층들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일본인들과 같이 해수욕을 즐긴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물론 이들은 요즘 반드시 청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친일 행적을 한 인물들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광복과 더불어 일본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 대천해수욕장이 곧바로 민간인들에게 개방이 된 것은 아니다. 일본의 패망과 더불어 미군들이 한국에 주둔함에 따라 대천해수욕장 지역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대천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일반 대중의 손길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듯 했다.
이후 미군기지가 신흑동에 위치한 해망산 지역으로 옮겨가고 대천해수욕장은 미군의 휴양지가 되어 버렸다. 지금도 갓바위라 불리워지는 대천해수욕장의 남쪽 끝부분에는 이 당시에 미군과 미국인 선교사들을 위해 지어진 별장과 부대시설이 남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대화가 진행될 무렵부터 대천해수욕장의 모든 지역이 개발붐을 띠고 개발됨에 따라 대부분의 자연환경이 파괴되었지만, 이곳만은 미국인선교사들의 소유로 개발을 하지 않아 지금까지도 대천해수욕장에서 유일하게 울창한 해송림과 자연이 보존돼 있는 지역이다.
이들은 경사지에 별장을 지으면서도 평탄작업을 하지 않고 콘크리트 지주를 설치해 건물의 수평을 유지하고, 각 별장으로 통하는 길에도 동물들이 다닐 수 있도록 포장을 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결과만을 놓고 보면 우리는 이들 외국인들이 비록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해 온 일본인과 미국인이지만 무분별한 개발속에서 아름다운 대천해수욕장의 자연을 지켜준 점에 감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군기지가 해망산지역으로 이전함에 따라 차츰 민간에게 개방되어온 대천해수욕장은 1950년 이후로 서울교통 관광버스가 대천역과 대천해수욕장간을 임시운행을 할 정도로 관광객이 늘어났다. 지금은 현대식 수련원으로 새롭게 건축이 되었지만, 많은 학교와 사회단체들의 별장도 이 시기부터 1960년 사이에 속속 들어선 것들이다.
이렇게 조금씩 커지며 관광객들을 맞이하던 대천해수욕장은 박정희 군사정부가 1960년대에 추진한 제3차 경제개발계획 시기에 일대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때 비로소 대천해수욕장은 단순히 아는 사람들만의 휴양지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관광진흥정책의 일환으로 정부로부터 관광지로 지정을 받으며 개발붐이 활기를 띠게 된다. 이 시기에 지어진 대표적인 건물이 당시로서는 고층인 4층짜리 뉴-대천 Hotel이다. 이 건물은 지금까지도 똑같은 상호를 가지고 외형은 크게 변하지 않은 채 내부수리를 통해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 시키며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대천해수욕장의 개발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개발이 민간주도로 이뤄짐에 따라 관광객이 늘고 다방, 여관, 여인숙, 캬바레 등의 숫자가 늘어나는 양적인 성장은 했지만, 도로망, 주차장, 휴식공간, 위생식화장실, 샤워장등의 질적인 성장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80년대까지 이어진 이러한 개발은 대천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서해안 최대, 최고의 해수욕장이라는 이미지를 훼손 시켜 관광객의 증가가 다소 둔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1990년대 이후 보령시는 대천해수욕장을 국민종합관광지로의 기능을 갖춘 해수욕장으로 개발키 위한 노력에 착수하게 된다. 우선 보령시는 대천해수욕장의 토지를 매입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개발을 통해 민박단지, 호텔부지, 상가부지 등을 구분해 민간인들에게 분양을 시작해 지금은 거의 분양을 끝마친 상태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해수욕뿐이 아닌 여러 레저시설을 고루 갖추고 각종이벤트와 공연 등을 해수욕장 개장기간동안 상시 제공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스라엘 사해 진흙보다 더 피부미용에 효과가 좋은 머드제품을 지역 특산품으로 개발해, 전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 하고 있는 머드축제를 매년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관광객들이 머드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무료로 제공함으로 인해 2004년 현재 대천해수욕장은 내국인만의 관광지가 아닌 전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울러 인근 죽도유원지, 대천항, 무창포해수욕장 등과 벨트를 형성해 관광특구 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보령시 전체가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대천해수욕장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대천해수욕장의 개발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는 크게 유행을 했던 다방이 커피숍으로 바뀌고, 캬바레가 나이트클럽으로 바뀐것처럼 관광객들의 욕구 변화에 따라 대천해수욕장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