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재래시장엔 오뎅만 판다?
의정부 재래시장은 널찍한 직사각 두부판을 열십자로 들어내어 이동로를 만들면서 네 개 건물로 나누었다. 각 동은 업종별로 영업 중이고 네 방향 통행로는 좌판으로 채워 어물전, 반찬가게, 전 따위를 나누어 배치하였다.
이 가운데 한쪽은 여느 시장에나 꼭 있는 먹거리다. 이 골목엔 얼추 30개쯤 좌판을 두었는데 먹을거리와 관계없는 7곳을 빼면 나머지가 떡볶이, 어묵, 튀김, 김밥, 국수. 과일주스를 판다. 그런데 떡볶이가 있다면 감초 어묵도 있는 법! 그런데 보이질 않네? 눈 부릅떠 둘러보니 이런, 죄다 오뎅만 판다.
오뎅, 오뎅, 오뎅뎅...... 심지어 오뎅국수도 들이민다. 요즘 젊은이도 잘 안 쓰는 낱말인데 말이다. (오뎅국수는 며칠 뒤 사라졌더라)
그런데 집집이 간판 크기와 글씨가 일률적이다. 주인장들이 함께 만들었거나 시장 상인회를 통해 단체로 주문했지 싶을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 상인만 탓할 일을 넘어 의정부 시장은 오뎅만 파는 곳이 되어버린다. 나아가 시민 전체를 욕먹게 하는 일이 아닐까. 더군다나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 매장도 여러 곳이 철수를 한다는 즈음이니 토박이로서 온몸에 감기는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다.
가게에서 일 먼저 끝나고 가던 버스정류장엔 겨울에만 들어서는 빨간 포장마차가 있었다. 대체로 요기가 되는 샌드위치와 떡볶이에 추운 날 빠질 수 없는 따끈한 어묵을 팔았는데, 주인이 이따금 바뀌는 듯하였다. 왜냐면 지난해는 오뎅을 팔더니 올해는 어묵이라 써 붙였으니 말이다. 한 가지 분명했던 건 오뎅을 팔 때는 그곳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아무리 춥고 입이 댕겨도.
아참~ 다행이도 의정부 제일시장엔 어묵 파는 집이 딱 두 군데가 있더라. 그 한 곳은 어묵만 파는데 상호가 ‘어묵나라’이다. 어쩌면 ‘오뎅나라’였을지도 모를 시장판에 홀로 지키고 선 장수의 모습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첫댓글 일제의 잔재가 오래도록 갑니다...
제가 사는 곳이 부산인데, 여기가 어묵의 본고장처럼 되어있긴 해요...1920년경 생긴 부산부(府) 최초의 상설시장이었던 부평정(富平町:현재 부평동)시장에서 만들어팔기 시작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그때 팔던건 가마보코였지요...생선을 간 것에 적당히 밀가루 등을 섞어 만든 것인데, 튀긴것, 찐것, 구운것 등의 종류가 있었습니다...이를 먹는 방법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 나베(냄비)에 채소와 다른 육류 등을 담아 전골처럼 끓여낸 것이 최고였는데 이를 "오뎅나베"라 하였습니다...즉, 오뎅을 만들기 위해 쓴 재료가 꼬챙이에 여러가지를 끼워 함께 삶아낸 '가마보코', 곧 어묵이라는 이야깁니다...이제야 우리의 좋은말 "어묵"을 찾았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부언하자면, 겨울진객 점도다리를 흔히 "이시가리"라 하는데, 이것더 정확히는 "이시가레이", 즉 돌도다리입니다...차라리 돌도다리, 혹은 점도다리라 써야지 틀린 일본어인 "이시가리"를 쓰면 듣는 일본인들은 어찌 생각할런지...?
어묵에 대한 알쓸범잡이네요.
아...부산서 처음 만들어팔았다는 것이지 가마보코는 원래 에도시대 이전부터 있어왔던 고급귀족요리의 식재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