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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캠핑 "캠프리카" 원문보기 글쓴이: 김폼
바로 어제의 일입니다.
아이들은 다 놔두고(어차피 지들은 함께 다니려고도 안 하지만) 집사람과 둘만의 오붓한 캠핑을 즐기고 있었지요.
한 여름의 캠핑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그렇게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옆 텐트의 부부가 머뭇거리며 오시더군요.
고맙게도 과일을 깎아 가지고서...
황감한 마음으로 마시던 커피를 치우고 맥주를 나누었습니다.
“참 보기 좋네요. 정말 부럽습니다.”
“네? 뭐가요?”
“두 분 말입니다. 두 분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저희 부부 사실 초라한 중늙은이들입니다.
더더군다나 장비들 역시 요새 기준으로 보면 주눅 들기 딱 좋은 수준이고요.
그러니 둘 모두 선량한 눈매를 지닌 그 부부의 말이 좀 의아할 수밖에요.
“저희도 나이 들어서까지 두 분들 같이 오순도순 함께 다닐 수 있어야 할 텐데...”
으음, 그게 결론이더군요.
즉, 저희 부부가 나이는 들었지만 아주 사이가 좋은. ‘이외로’ 낭만도 남아 있는 그런 모습으로 보였던 겁니다.
좀 아팠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적어도 캠핑장에선 나이 많이 든 노인네가 거진 다 되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제 나이 이제 불과 쉰다섯임에도 사실 캠핑장에선 젊은 분들이 모시고 온 부모님들 아니라면 비슷한 또래 분들을 거의 볼 수 없으니 분명 나이께나 먹었다는 걸 인정치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하는 마음에 제법 서글프기도 하지만 ‘나이 들어감의 아름다움’ 같은 걸 괜스레 이 자리에서 개진하면 정말 초라해질 것 같아 그만 두고 이제 본론으로 갈까 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는 나이가 제법 든 편에 속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젊을(?) 때의 직업 때문에 경험해야 했던 수많은 일들까지 더 겹쳐져 이 곳(초캠 게시판)을 보면서 대다수의 분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에 함몰되는 경우가 아주 많이 있지요.
뭐라고 할까? 분위기가 너무 들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 뭐 흔히 그런 것을 보고 ’노파심‘이라고 하니 어쩜 제게 어울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함께 하긴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건방지게 또는 오지랖 넓게 감히 어른인 척 하거나, 경쾌, 발랄, 상큼한 곳에 찬 물을 끼얹으려 하는 건 아니니 좋은 마음으로 봐 주셨으면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 못쓰는 사람의 특징답게 서론이 길긴 했지만 각설하고,
하여튼 오늘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의 요체는 ’안전‘입니다.
따지고 보면, 궁극적으로는 가족과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캠핑‘이라는 행위에서 사소한 소홀함으로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이 아주 조금이라도 침해를 받는다면 그 상처는 좀체 치유되지 못하고 오래 갈 것이라는 제 생각엔 누구든 동의하시리라 봅니다.
그러니 ‘안전’이라면 챙기고 또 챙겨도 전혀 과하다고 할 수는 없는 그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 조금 더 길어지겠지만 구체적으로 하나씩 열거토록 하겠습니다.
1. 각종 스트링과 관련된 사고
이 곳에서도 이미 수차례 언급이 되었으니 그 심각성에 대해선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특히 캠퍼들 대다수가 아직은 천방지축이어야 당연한 나이의 아이들(으음, 생각만 해도 사랑스럽습니다)을 데리고 다니고 계시고, 한편 급작스레 불어 난 캠핑인구는 텐트와 타프의 밀집으로 이어짐으로써 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봅니다.
사실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부모가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안 놓친다는 건 불가능하지요.
도심에서 거의 갇혀 살다시피 하다가 모처럼 나간 야외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자연을 만끽하며 뛰어다니는 것이 당연하니 이 천진스런 아이들에게 스트링은 정말 지뢰 그 자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이 달리다가 걸렸을 경우에는 대부분 정갱이나 앞 허벅지 등 하체 부분이 될 수밖에 없어 몸이 공중으로 붕 뜨고 결국 앞으로 고꾸라지게 마련입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요.
게다가 만약 커다란 돌이나 덜 박힌 팩이라도 있다면...
더더군다나 밤이라면 이럴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고요,
이 부분과 관련 많은 분들이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야광 스트링 등의 제안이나 아님 조치를, 하다못해 휴지라도 걸어두기를 권하고 또 그렇게들 하고는 계십니다만, 저는 제 조치를 조심스레 권해 봅니다.
저는 야간엔 제가 한창 빠져있던 울트라 마라톤(밤새 100Km를 달리는)을 할 때 배낭 뒤에 달고 다니던 작은 점멸등을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건 아니고 대부분의 자전거 뒷부분에 달려있는 바로 그것, 그러니 대다수 분들이 알고 계시는 바로 그 작은 등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게 효과 거의 만 점입니다.
비싸지도 않습니다.
각종 인터넷 장터에서 ’자전거용품‘으로 검색해 보시면 ’1000원 샵‘이란 곳이 무수히 많은 데 그곳에 들어가시면 보통 돈 10,000 원에 서너 개는 사실 수 있지요.
물론 중국산이기는 하지만 살 때 함께 주는 저급한 배터리를 넣어도 수명이 아주 오래 갑니다.
제 경험으로는 보통 100시간 이상은 가는 것 같더군요.
점멸 모드도 다양하게 조정하실 수 있습니다.
이걸 사셔서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에 위치한 스트링 끝부분에 달기만 하면 그 누구도 절대 줄에 걸릴 일 없습니다.
여담으로, 이 걸 다시면 저같이 못난 사람도 다른 이들로부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 대접(?) 받을 수 있는 부수 효과도 함께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이 것 때문에 아주 여러분들로부터 낯 뜨거운 칭찬을 들은 바 있습니다.
캔맥주 같은 걸 일부러 들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저는 일단 이 걸 강력 추천합니다.
아울러, 나중에 뺄 때의 귀찮음만 생각하시고선 팩을 건성건성 박는 분들이 부디 안 계셨으면 합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한 말씀 더 붙이자면 지금 이렇듯 무질서하게 텐트와 타프가 다닥다닥 난립하여야 하는 상태로 계속 갔다가는 분명 이 스트링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 때문에 굉장히 큰, 복잡한, 곤란한 또는 안타까운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2. 화재 사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개스 버너가 수없이 많음에도 거의 사십년 전인 예전의 제가 산에 다닐 때 쓰던 스웨덴제 스베아, 옵티무스 등 석유 버너, 예열도 해야 하고 하여튼 불편한 그 방식의 버너가 다시 각광을 받는 것을 보고 저는 조금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등유를 쓰는 랜턴은 거의 추앙을 받고 있더군요.
(전 사실 이게 남의 집 타프 폴대나 삼각대 위에서 아름다운 빛을 발할 때 마음이 조마조마해 집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바비큐 열풍도 함께 합니다.
하다못해 숯불 그릴을 이용 어쩔 수 없는 불놀이를 감수해야 하는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지요.
어떤 분은 숯에 불이 잘 안 붙으면 1,2천 원짜리 중국산 토치를 들고 분주하게 힘도 쓰십니다.
다 아시다시피 텐트, 타프 이런 것의 재질 불에 아주 취약합니다.
아차 하는 순간이면 손 쓸 새도 없이 그냥 번져 버리지요.
이 것 정말 무섭지 않습니까?
내 집사람, 내 아이가 텐트에서 곤히 자고 있는데 화재라니!
누구든 상상조차 하기 싫으실 겁니다.
그럼 우리는?
당연 조심 또 조심해야 하겠지만 ’준비‘ ’대비‘도 해야 될 것입니다.
작은 휴대용 소화기말입니다.
이 것 역시 별로 비싸지도 않습니다.
모든 캠퍼의 짐 속에 이게 하나쯤은 반드시 들어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3. 개스 질식사고
예전의 저희 때는 혹한기 등반에 들어가면 텐트 안에서 스베아 버너를 한참 켜놓아 공기를 덥히고선 남대문시장에서 산 미군용 중고 오리털 침낭에 들어가 움츠리는 게 보통의 모습이었습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옛날이고, 캠핑 아니라 등반이니 다른 보온도구가 있을 수없어 이해는 되는 모습이나 어찌 보면 어리석은 짓이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게시판에 ‘테세’니 ‘파세코’니 하는 난로 이야기가 그야말로 난무합니다.
아마 주무시는 내내 켜 놓으실 모양이더군요.
물론 안전성도 검증이 되었을 것이고, 또 알아서 주의들도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화석연료를 태우면 반드시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부디 환기, 또 환기, 이 것 유의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부디...
4. 차량 사고
우리들 대부분이 ’오토캠핑‘ 답게 되도록이면 내 사이트 바로 옆에 차를 두고자 합니다.
그리고선 몇 몇 집이 정겹게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모자라다 싶으면 용감한 한 분이 차를 몰고 나가지요.
술에 취한 채 술을 사려고...
머잖아 음주운전 차량이 텐트로 돌진하는 사고 분명 납니다.
이거 절대 악담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캠핑장이 법상 도로가 아니니 음주운전이 해당이 되느니 마느니 하는 말씀을 하시는 걸 보았습니다만 그깟 게 뭐 그리 중요할까요?
중요한 건 당장 나와 소중한 내 가족의 안전인데 말입니다.
캠핑장 안에서의 음주 운전, 나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뭐 별일 있겠어? 하셔도 안 됩니다.
목격하시게 되면 누가 되었건, 남의 일행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만류 또 만류하여야 합니다.
말싸움이라도 감수해야 하고, 정 말을 안 들으면 야박하게 112 신고라도 해야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분들이 잠이 들어있는 늦은 야밤에는 사이트가 밀집된 곳으로 차를 못 가지고 들어오게 하는 규칙도 필요치 않나 싶습니다.
조금 더 편하려고 얇은 천 한 자락뿐인, 내 가족이 잠들어 있는 텐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곡예운전을 하는 차량, 여러분들 무섭지 않습니까?
술을 안 드셨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5. 물놀이 사고
그렇게 주의를 함에도 여름이면 늘 발생하는 사고이지요.
사고는 그렇듯 늘 순간에 일어납니다.
지난 8월, 가평의 한 유원지 캠핑장 개울에서 신나게 보트를 타던 어떤 아이가 점점 떠내려가 그만 수중보 밑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바로 코앞에서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사고였습니다만 다행히 아이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요.
중요한 건, 아이가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을 때 정작 부모님들은 물 가운데에 파라솔을 쳐놓고 한가하게 맥주를 마시고 계셨다는 겁니다.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것조차 전혀 모르고서...
아이들은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살펴보고 해야 합니다.
물론 라이프자켓을 입히는 건 기본이겠지요.
그 구명조끼라는 게 늘 사용하는 것도 아니면서 나름 가격도 제법 있고 하니 사 주기도 좀 그렇고 해서 현지에서 빌리기들도 많이 하시더군요.
저도 늘 그래 왔습니다.
그런데 주책없이 생겨난(그 사실이 고마운) 늦둥이 딸 놈에게 올해는 사주었지요.
입는 조끼형 튜브라고나 할까요?
평소엔 바람을 빼 놓았다가 입을 때에만 바람을 넣으면 되고 모양도 아주 예쁜 제품이 있어서 말입니다.
물론 역시 중국산이니 가격도 아주 저렴하더군요.
한 철 입고 버려도 별로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내구성도 있어 보이니 내년에도 또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것 강력 추천 드립니다.
6. 애완견에 의한 사고
애견 문제는 말씀드리기 아주 민감한 문제라는 것 저도 압니다.
저 같은 경우, 언젠가 말씀드렸듯 집에서 키우는 녀석 때문에 올 여름엔 좋아하는 설악산 c지구를 마다하고 1박에 3만원하는 사설 야영장을 이용했습니다.
‘주인의 캠프장 운영방침’에 의해 그렇게 허락을 받고, 또 대가도 치루고 데리고 갔음에도 개를 싫어하는 자식뻘되는 분으로부터 짖거나, 돌아다니거나, 물거나 하는 등의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그저 개를 데리고 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봉변을 당한후론 절대 데리고 다니지 않습니다만, 만일 저와 같이 그곳만의 운영 방식에 의거 애완견과 함께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무조건 개를 데리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타박을 하여서도 안 된다고도 봅니다.
식당의 흡연석에 앉으셨다면 때론 싫은 담배 연기도 웬만큼은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하여튼 이러한 경우 양 측 모두 조금 더 상대 분들을 따뜻이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주 당연히 애완견을 대동한 분들의 철저한 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말 할 것도 없습니다만, 어차피 출입이 허용된 곳이라면 개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어느 정도는 따뜻이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역시 문제는, 개는 개라는 것이지요.
즉 아무리 순치된 녀석들이라 할지라도 절대 100% 예측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경우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또 개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접근하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개의 입장으로는 귀찮거나 불안 또는 무서운 경우도 생길 수 있지요.
이럴 경우 개는 당연히 자위적 행동을 합니다.
즉 짖거나 물거나 하겠지요.
그렇다면, 단순히 묶어 놓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견주에게 부단한 관리 책임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분들에게만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치 말고 이럴 경우를 예상하시어 내 아이들을 남의 개에게 가급적 접근치 않게 하는 주의도 필요합니다.
개와 관련되는 말씀은 이 정도로 하지요(개와 관련된 글에 달리곤 하는 많은 댓글 중, 상식선을 넘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글을 오직 익명성을 기화로 마구 하시는 분들, 부디 우리들이 필드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음식과 정을 나누는 한 식구들임을 상기하셔서 조금만 더 따뜻해지시기를 바라면서...)
기타 예전에 고가 장비 붐이 일던 낚시터에서 수없이 발생한 도난사고도 있습니다만, 뭐 그 족속을 다 박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건 귀찮아도 또는 조금 좀스럽게 보여도 내 장비는 무조건 내가 철저히 챙겨야 하는 것 외 달리 방법이 없을 터이고요.
아이들, 화상 역시 조심하여야 하겠지요.
이상 몇 가지 내용은, 그냥 뜬구름 잡는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제가 다 일선에서 직접 겪어보았던(수사를 담당했던) 사고에서 비롯되어 말씀드린 것입니다.
부디 글재주가 없어 그런 것이니 별 내용도 없으면서 길기만 한 글이라 나무라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이 곳의 풍습과는 달리 댓글을 올린 분들에게 일일이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친절한 대화를 나누는 것에는 익숙지 않은 세대라는 것도 이해하셔서 따뜻한 댓글임에 무반응이라도 혜량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어쨋든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인내심이 대단하시거나 아주 한가한 분이신 것, 아님 직장에서 눈총받을 분이신 게 틀림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한겨울)
[출처] 자유게시판에 있던 글입니다. (캠핑퍼스트(초보캠핑)) |작성자 강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