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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복이 많아
나는 그동안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이 나보고 하는 말이 여복이 많다고들 한다.
그 말에 나는 내가 생각을 해보아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는 말들이다.
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여복이 많다는 것은 내 스스로가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흔히 하는 말로 나에게 여자들이 잘 따르는 편이였다.
제대 말년에 제대휴가를 나와 명신 씨와 그녀의 친구 7명과 함께 명동한복판에서 활보를 하면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추억 외에도 나는 휴가 중인 동기생들과 사전에 날짜를 정하여 일요일 서울역에서 만나 의정부 송추에 놀러가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제대를 하면 동기생들과 다시 만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은 마지막 휴가를 이용하여 동기생 10명과의 이별을 고하는 이별여행 이라고나 할까 나로서는 처음 가보는 그 곳 의정부 송추는 일종에 유원지였고 우리일행 10명은 모두가 군복차림으로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일영역에서 하차를 하고는 걸어서 송추 계곡을 따라 올라 갔는데 처음 가는 길이라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불가피하게 개울을 건너야만 했는데 개울 폭이 10여 미터나 되서 그냥 건널 수가 없는 상황 이었는데 마침 개울 한가운데에서 한 아이가 조그만 나룻배를 가지고 노를 저의며 놀고 있어 우리는 그 아이한테 개울을 건너게 배를 잠시 빌려 달라고 하여 우리 일행이 나룻배를 타고 개울을 건너고 있던 중 다른 일행으로 보이는 여성 8명이 그 들도 길을 잘못 들어와 우리 들 처럼 개울을 건너야 할 형편이 되었는데 나룻배를 타고 개울을 건너는 우리 일행들을 본 그녀들은 우리보고 자기들도 좀 태워서 개울을 건너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는 거였다.
우리들은 이것이 웬 횡재냐 싶어 나룻배를 이용하여 그녀들을 건너게 해주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곳 송추에서 그 녀들과 함께 어울려서 놀게 되었는데 눈치로 보아 아가씨들은 고등학교 동창생들로 우리처럼 주말을 이용하여 함께 놀러왔던 것이다.
아무튼 그녀들은 우리 군발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미팅이 이뤄 졌는데 사실 나는 그 아가씨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것은 이미 나는 그 당시 명신 씨를 사귀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그런데다가 인원수도 우리 쪽이 2명이나 많은데 내가 굳이 끼어드는 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을 하였기 때문에 나는 뒷전에서 그들에 행동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8명 여성 중 윤영주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신장도 크고 얼굴 생김새도 밉지 않은데다가 얼굴이나 몸매가 글래머 스타일로 외모만으로도 남자들에게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의 여성 이었다.
동기생 중에 한 녀석이 사진기를 가져와 너나 할 것 없이 그 녀와 함께 사진 찍기를 원했지만 그녀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는지 동기생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사진 찍기를 허락하지를 않았다.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약간 자존심이 상하였지만 그렇다고 내가 뭐라고 나설 수도 없고 결국 우리 일행은 송추 유원지에서 노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돌아갈 시간이 되어 기차 타는 일영역까지 걸어왔는데 거기까지 오도록 동료 중에는 누구하나 그녀들과 제대로 이루어진 커플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전경대원으로서 자존심도 있었지만 사실 글래머로 생긴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 였다.
다만 다른 동 기생 들에게 양보를 하였다고나 할까 그러나 동기생 9명 중 누구하나 제대로 그녀들과의 연분을 만들 지 못하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오기가 발동을 하였다.
일영역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그녀들 가운데 그래도 킹카로 보이는 윤영주에게 다가가 영주 씨 저하고 사진 한 장 찍을 까요 라고 말하자 그녀는 의외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와함께 사진 찍기를 허락했고 우리는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난 다음 나는 영주 씨에게 주소를 일러주면 나중에 사진을 현상해서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말하자 그녀가 하는 말이 월미도 전경대에 근무하는 사실을 아니까 그럴 필요가 없고 자기가 시간을 내어서 인천에 있는 부대로 한번 찾아 갈 테니 그때 사진을 전해 달라고 하는 거였다.
그녀로부터 의외의 제안을 받은 나로서는 반신반의 하였지만 어찌 되었거나 그녀와의 사진촬영은 동기생 중에 유일하게 나만 찍었으니 동기생들이 나보고 여복이 많다고 하는 것이 빈말은 아니였던 것이다.
우리 일행은 서울역까지 와서는 휴가가 끝나면 부대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는 각자 뿔뿔이 헤어졌다.
인천에 사는 나와 조진 수경은 경인선 기차를 타기위하여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중 불과 5미터 거리에 멋지게 생긴 아가씨가 우리처럼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녀의 생김새가 이국적으로 생겼으며 피부가 무척이나 희고 몸매도 볼륨이 있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동기생 조수경은 나보고 하는 말이 중길아 저기 저 여자 멋지게 생겼는데 우리한번 꼬셔볼까 하는 거였다.
조수경은 송추에서 허탕을 치고 그나마 마음에 두었던 영주 씨를 결국은 일영역에서 결정적으로 나한테 넘겨준 꼴이 되었으니 조수경은 그러한 것들이 여러모로 아쉬워는지 그때까지도 취기가 조금은 남아있는 상태에서 게슴츠레 한 눈은 플랫 폼에 서있는 그녀를 뚫어지게 주시하면서 나에게 말을 하는 거였다.
나는 주변에 사람들도 많이 있고 조수경이 아직 취기가 있어 혹시 실수나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에서 야! 임마 ! 그냥 내려가자 하며 조 수경을 잡아 끌 고는 플랫 폼에 막 도착한 인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기차 안에는 등산을 다녀오는 사람들과 일반인들이 뒤엉켜 열차 안은 무척이나 혼잡하고 사람들로 붐볐다.
서울역에서 출발을 하여 영등포역쯤 지날 무렵 서 있던 우리 앞에 빈자리가 하나생겨 나는 술이 아직 덜깬 조 수경을 빈자리에 앉쳤다.
조 수경은 하루 종일 개울가에서 노느라 피곤한데다 술까지 마셔서인지 자리에 앉자마자 끄덕끄덕 졸았다.
그리고 기차가 한참을 달려 소사역쯤 지날 무렵 내 옆에 등산을 다녀오는 일행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껌 한통을 꺼내서는 자기 일행들을 하나씩 나눠 주더니 나한테도 껌 한 개를 건네주었다.
서울역에서 소사역까지 오도록 앞에서 졸고 있는 조수경과 오른쪽 창밖만 주시를 하면서 왔었는데 갑자기 껌을 받아 든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좌측으로 돌리는 순간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서울역에서 조 수경이 그렇게 꼬시자던 그녀가 바로 내 옆에 언제부터인지 서 있었던 것이다.
나는 등산객에게 받은 껌을 반을 잘라 그녀에게 씹으라고 건네주자 그녀는 빙긋이 웃으며 괜찮다고 사양을 하는 거였다.
나는 그녀에게 넌지시 웃으며 군인 아저씨가 주는 것이니 괜찮다고 먹으라고 하자 그녀는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내가준 껌을 받아 입에 넣었다.
나는 그녀에게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동인천 까지 간다고 하는 거였다 나는 마치 적지에서 동지라도 만난 듯이 반색을 하며 그녀에게 나도 동인천 까지 간다고 하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조금 전까지 앞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조수경이 언제 잠이 깼었는지 눈을 뜨고 보니까 바로 눈앞에 자기가 서울역에서 꼬셔보자던 그 미모의 여성과 내가 아주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는지 눈을 비비적 거리며 나에게 어디쯤 왔냐며 말을 건넸다.
나는 제물포를 통과 했으니까 거의 다 왔다고 말하자 조 수경은 흐트러진 군복을 고쳐 입으며 내릴 준비를 하였다.
동인천역에 도착한 나는 대합실을 빠져나와 광장에서 그녀에게 차 나 한잔 하자고 하였더니 그녀는 집에서 언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빨리 가봐야 된다고 하는 거였다. 나는 그녀에게 그럼 기차가 연착이 되어 조금 늦었다고 핑계를 대면 되지 않겠냐고 웃으며 그녀에게 말을 건네자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이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하냐고 하는 거였다.
나는 그런 그녀가 보기 보다는 무척이나 순진하고 순수하게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그럼 거짓말 하지 말고 솔직하게 기차에서 군인아저씨를 만났는데 군인 아저씨가 차 한 잔 사 준다고 해서 차 한 잔 얻어먹고 오느라 늦었다고 사실대로 말을 하라고했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 대한 반감이 없었는지 웃으며 나를 따라왔고 조수경은 그러한 상황이 전혀 믿어지지 않았겠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에 조수경은 아무 말 없이 나와 그녀를 따라 대한서림 뒤에 있는 호수다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나는 그녀에게 차를 주문하라고 하자 그녀는 우유를 시켰다.
사실 다방에서 우유를 시키는 것은 의외 였는데 그녀가 하는 말이 자기는 다방이 처음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지금 언니가 분식집을 하고 있는데 언니네 집에서 밥을 해주고 있다고 하는 거였다.
나는 그녀의 너무도 솔직한 말에 그녀가 정말로 외모와 달리 순진하고 청순해 보였다. 설사 그녀가 언니 집에서 밥을 해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밥을 해주고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그녀는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말을 하는 거였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웃으면서 내가 지금 휴가 중인데 나중에 언니가게로 분식한번 먹으러 가야겠다고 하자 그녀는 웃으면서 한번오시라고 하면서 그럼 언니가게 전화번호를 일러드릴 테니까 전화를 하고 자기를 찾으면 된다며 자기 이름은 박 숙자라고 소개를 하는 거였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조 수경은 오늘 하루 송추 유원지에서 있었던 일이나 조금 전까지 자기 눈과 귀로 확인 하였듯이 숙자 씨와의 관계 등 그 모든 것이 도저히 미끼지가 않았을 것이며 조수경이 볼 때 정말로 내가 여복이 많은 건지 아니면 여자를 잘 꼬시는 건지 아무튼 그날 조수경은 두 번 씩이나 입이 벌어졌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학창시절에 운동부에서 야구를 하였지만 여자 꼬시는 것은 고사하고 멀리서오는 여학생만 보아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말 한마디 못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고개를 푹 숙이고는 여학생이 내 옆을 지나갈 때 까지 나는 땅만 보고 걸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때는 오히려 여학생이 그런 나를 일부러 툭 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랬던 내가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사실 나는 학창시절보다는 군에 있으면서 그것도 말년에 무더기로 여자 복이 터졌던 것이다.
나는 그날 그렇게 그녀와 헤어지고는 3일차 되던 날 그녀의 언니가 경영한다는 분식가게로 전화를 하였다.
전화를 받은 그녀에게 나는 기차에서 만났던 군인 아저씨라고 말을 하고는 분식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가게 위치가 어디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주 반색을 하며 주안동에 있는 5공단 내 복지회관 휴게실로 오라고 일러주는 거였다.
나는 생각보다 가게를 쉽게 찾아 갈수가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공단 내 모든 공장들이 수출이 잘되어 경기가 좋아서인지 공단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많았고 공단 내 복지회관도 활기가 넘쳤다.
복지회관에 있는 휴게실이라고는 하지만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되어있어 그런대로 고급스러운 카페 같았다.
그런데 막상 생각지 않은 군인이 찾아가서인지 가게에는 언니라는 분과 다른 여직원 그리고 숙자 씨까지 세 사람이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숙자 씨를 통하여 나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대충 들었는지 처음 대하는 나였지만 그녀들은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주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곳의 언니는 숙자 씨의 친언니는 아니고 같이 근무하면서 편하게 친 언니처럼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어디를 가나 인복은 있는 모양이다.
그녀 들은 처음 대하는 나를 편안하게 맞이해 주었고 그곳에서 취급하는 메뉴에는 여러 가지 차 종류와 분식 및 양식이 있었는데 나는 그날 그들이 만들어준 돈가스 와 커피를 맛있게 먹으며 이런저런 군 복무 중에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시간이 다 되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마무리하고는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려고 하자 그녀들은 내가먹은 식대계산을 사양하였다.
군인이라는 이유로 그날도 나는 넉살좋게 공짜로 대접만 받고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 나는 틈만 나면 그곳을 찾아가게 되었고 숙자 씨뿐만 아니라 같이 있는 언니도 나를 친절하게 대해주어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그곳을 찾아가고는 하였다.
숙자 씨도 가끔은 시간을 내어 내가 근무하는 월미도 부대에 면회를 왔다.
불과 얼마 전에 명신 씨가 부대를 다녀가 이미 동료대원들은 나에게 멋진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국적으로 생긴 숙자 씨가 면회를 오자 대원들로부터 많은 부러움을 샀는데 그것도 모자라 또 한 번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영주 씨가 서울에서 면회를 왔다.
송추 유원지에서 사진 한장 같이 찍은 인연으로 설마 그녀가 인천에 있는 부대까지 찾아오리라고는 나 역시 상상도 못하였지만 그녀는 자기가 말한 것처럼 약속대로 부대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녀는 그 당시 서울에 있는 동덕여대를 다니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그런 그녀에게 대화중에 동덕여대라는 데도 있냐고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실언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언짢은 기색도 없이 오히려 웃으면서 미안해하는 나를 편하게 감싸 주려고 했다.
아무튼 부대에서 후임 병들이 또 한 번 놀랐을 것이다.
그동안 면회를 왔던 명신 씨는 말할 것도 없으며 그 후 면회 온 숙자 씨나 영주 씨에 모습 또한 너무나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나는 부대에 찾아온 영주 씨를 데리고 부대 구경을 시켜준 다음에 배웅을 하기 위하여 우리부대 정문 옆에 있는 해역사 정문 앞을 지나치는데 때마침 정문에 서있던 서너 명의 해병대원들이 영주 씨와 나를 보고는 야 멋지다 하면 탄성을 보내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분명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아니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하였지만 영주 씨 또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영주 씨는 고향이 대구라고 하였다.
서울에 시집온 언니 집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형부는 인사동에서 골동품가게를 한다고 하였다.
언젠가 영주 씨 집에 전화를 하였는데 영주 씨 어머니께서 올라오셨는지 전화를 받으셨는데 어찌나 사투리가 심한지 나는 말소리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영주 씨는 일찍이 서울서 학교를 다녀서인지 그렇게 사투리를 심하게 쓰지는 않았다. 그런 영주 씨와의 만남도 그녀는 대학을 다니고 나는 고등학교밖에 못나온 처지라 자신 있게 그녀를 만난다는 것이 내 스스로가 허락 하지를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