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궁일(合宮日)
사주팔자에서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양대 요소는 입태일(入胎日)과 출태일(出胎日)이다. 입태일(入胎日)은 정자와 난자,
그러니까 부정(父精)과 모혈(母血)이 결합되는 날짜로 합궁일이 된다. 출태일(出胎日)은 그 사람이 태어난 날, 정확하게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탯줄을 가위로 자른 시각을 말한다. 탯줄을 자르는 바로 그 시각에 천지의 음양오행 기운이 아이에게 순간적으로
들어온다.
사주팔자는 바로 그 탯줄을 자르는 시각에 들어온 음양오행 기운의 성분을 10간 12지로 인수분해한 것이다. 입태일은 ‘IN PUT’되는
시점이고, 출태일은 ‘OUT PUT’되는 시점이다. 문제는 출태일 못지않게 입태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원료를 투입할 때
과연 어느 시점에 투입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질이 결정되게 마련이다. 그 투입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방정식의 핵심은 아이의 부모가 될 사람 사주를 먼저 본 다음 그 부모 사주의 약점과 강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아버지 될 사람의 사주가 불(火)이 지나치게
많은 사주라고 하자. 사주에 불이 많은 기질은 엔진은 좋은데 브레이크가 약해 오버하는 수가 많다. 그러므로 브레이크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그 브레이크는 물이 된다. 그러므로 화(火)가 많은 사주는 반드시 수(水)가 보강되어야 한다. ‘수’가 많은 달은
1년 중에서 음력으로 10월·11월·12월이다. 이 3달은 해·자·축(亥·子·丑)으로 상징되는데, 공통적으로 수(水)를 나타낸다.
‘화’가 많은
사람이 합궁할 때는 기왕이면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날짜도 같은 원리다. 음력이 표시되어 있는 달력을 보면
날짜마다 10간 12지가 표시되어 있다. 이 가운데 뱀(巳)·말(午)·양(未)의 날 일(日)은 화에 해당한다. 화가 많은 사람이
합궁할 때 가능하면 날짜는 피한다. 대신 수가 많은 돼지(亥)·쥐(子)·소(丑)의 날(日)을 택한다. 음양오행의 패러다임에 의하면
지구의 자전과 공전주기에서 이 날짜가 수의 기운이 많다고 보는 것이다.
날짜 다음에 시간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루 12시간(24시간) 중에서 해시(亥時)는 밤 9시에서 11시이고, 자시(子時)는 밤
11시에서 새벽 1시이고, 축시(丑時)는 새벽 1시에서 새벽 3시까지다. 화가 많은 사람의 합궁 타이밍을 잡을 때는 기왕이면 이
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고 본다. 결혼한 공주나 왕자가 첫날밤을 치를 때는 명과학 교수가 잡아준 날짜와 그 시간에 맞추어 성교를
했다는 이야기이다. 요즘에도 결혼할 때 신랑의 사성(四星·사주팔자)을 한지에 적어 신부집에 미리 보내는 풍습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출생시간을 조절하는 제왕절개를 하면 어떻게 되는가.
사주란 태어나면서 처음 호흡하는 순간, 즉 천지의 음양오행 기운의 성분이 태아의 몸속으로 흡입되어 들어오는 바로 그 시각을 10간 12지로 문서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호흡하는 시점은 차이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출산택일이란 명리학에 근거한 사주팔자, 즉 연월일시가 음양오행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찾는 작업이다. 좋은
사주는 음양오행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울 때는 따뜻한 것이 좋고 더울 때는 서늘한 것이 필요한
까닭이다.
하지만 출산택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각에 맞춰 출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제왕절개로 수술을 하는 경우
시간뿐 아니라 날짜조절도 약간은 가능한데도 야간에는 안 되며 또 무슨 이유로든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춰지질 않는 것을 보면 태어나는 것도 숙명일수 밖게 없는 것이다. 자녀의 좋은 사주를 위해서는 입태일(入胎日-합궁일)을 조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계산해보면 얼마든지 길일(吉日)을 만들 수 있다.
조선시대의 출산 타이밍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단종 때 사육신으로 유명한 성삼문(成三問,1418~1456)의 출산에 관해 구전으로 전해지는 비화다. 성삼문의
어머니가 성삼문을 임신하자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갔다. 딸의 진통이 시작되자 이제 막 산실에 들어가려는 부인에게
친정아버지(성삼문의 외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였다. “자네 산실에 들어갈 때 다듬잇돌을 들고 가소. 아이가 나오려고 하거든 이
다듬잇돌로 산모의 자궁을 틀어 막아 아이가 나오지 못하게 막아야 하네. 다듬잇돌로 막고 있다 내가 ‘됐다’고 신호를 보낼 때
아이가 나오도록 해야 하네.”
다듬잇돌이란 옛날에 빨래를 두드릴 때 사용하던 직사각형의 넙적한 돌을 말한다. 성삼문의 외할아버지는 명리학에 깊은 조예가 있었던
인물이었다. 외손자가 태어나려고 하는 사주팔자를 계산해 보니 예정보다 2시간 정도 늦게 태어나야만 외손자의 사주가 좋다는 것을
감지했던 것이다. 산모의 진통이 극심해지면서 아이의 머리가 조금씩 나오려고 하였다.
그러자 친정어머니(성삼문의 외할머니)가 산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편에게 “지금이면 됐습니까?”하고 물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었다. 얼마 있다가 다시 “지금이면 됐습니까?”하고 또 물었다. “조금만 더 참아라.” 다듬잇돌로 아이가 못나오게
막고 있던 성삼문의 외할머니가 세번째로 외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밖에서 ‘더 참아라’했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산모는 성삼문을
낳고야 말았다. 산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성삼문의 외할아버지에게 ‘3번 물었다’(三問)고 해서 이름을 성삼문(成三問)이라
지었다고 한다. 만약 산모가 더 참고 기다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성삼문은 39세에 죽었는데 1시간만 늦게 태어났더라도 환갑까지는 살았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성삼문의 외할아버지가 그나마 다듬잇돌로
막는 처방을 한 덕택에 39세까지 살았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10대에 요절하고 말 운명이었다고 한다.
어느 시간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명리학에서 팔자(八字) 가운데 두자(二字)가 바뀐다. 특히 태어나는 시(時)의 간지(干支)는 그 사람의 말년
운세와 관련된다고 해석하므로 매우 중요하게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