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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할 정도로 제철 주꾸미는 쫄깃하고 맛깔스럽다.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산란기를 맞아 알을 밴 주꾸미가 통통하게 살이 오르기 때문이다. 얼추 작은 문어만한 녀석이 흐물흐물한 낙지보다 야무지고 탱탱한 몸을 자랑한다. 주꾸미란 녀석, 생김새는 낙지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작고 다리도 짧다. 전체 길이는 길어야 20cm 남짓이다. 낙지보다 덜 질기고 오징어보다 감칠맛이 풍부한 주꾸미는 영양도 만점이다. 칼로리가 낮으면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주꾸미는 그야말로 웰빙 해산물이다. 특히 주꾸미 먹물에는 타우린이 풍부해 기력회복과 간장 해독, 당뇨병 예방, 시력보호에 도움이 된다. 또한 비타민 B2와 무기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DHA는 물론 다량의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빈혈에도 도움이 된다. 주꾸미는 지방 성분이 거의 없어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주꾸미는 주로 서해안에서 잡힌다. 제철을 맞아 충남 서천과 보령, 전북 군산 등에서 주꾸미 축제가 한창이다. 봄나들이 길에 충남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에서 열리는 주꾸미 축제에 가보시라. 선홍빛 동백꽃에 취하고,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주꾸미의 감칠맛에 반하고 말 것이다. 주꾸미는 그물로 잡기도 하지만, 소라껍데기를 줄에 메는‘소라방’을 이용한다. 소라껍질은 전통적인 주꾸미 잡이의 요긴한 장비다. 긴 밧줄에 소라껍데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 바다 밑바닥에 가라 앉혀 놓는다. 알 낳을 곳을 찾아 헤매던 주꾸미는 자연스럽게 들어 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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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물 좋은 주꾸미를 골라 보자. 주꾸미 눈과 눈 사이에는 금색 동그라미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선명한 것이 싱싱한 것이다. 만져 봤을때 살이 눌리지 않고 탄탄한지, 몸통이 통통한지도 살필 것. 이제 제대로 손질할 차례다. 먼저 주꾸미 몸통에 세로로 가위집을 한번 넣고 자른 다음 뒤집어 내장과 알, 먹물을 가위로 떼어 낸다. 선도가 좋은 것은 내장과 먹물을 그대로 익혀 먹어도 된다. 주꾸미 빨판에 붙어 있는 뻘이나 미끈미끈한 진액을 제거하기 위해 밀가루와 굵은 소금을 뿌려 바락바락 주무른다. 그래야 나중에 비린내도 안 나고 살도 탱글탱글해진다. 밀가루와 소금으로 제거한 이물질이 잘 씻겨 나가도록 흐르는 물에 주꾸미를 바락바락 헹군다. 주꾸미를 숙채나 볶음으로 먹을 때는 쌀뜨물에 살짝 데쳐야 비린 맛도덜하고 달달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주꾸미는 오래 데치면 질겨지므로 살짝만 데치는 것이 포인트다.
주꾸미, 어떻게 요리해 먹는 게 맛있을까. 바닷가 사람들과 미식가들은“익혀 먹는 것보다는 산 주꾸미를 초장에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사실 맛에서는, 낙지에 비할 때 한 수 아래로 쳐온 해산물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숯불구이, 전골, 볶음, 샤브샤브 등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면서 주꾸미 인기가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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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꾸미집에서는 숯불구이와 쭈삼불고기가 단연 인기다. 칼칼한 고추장 양념을 듬뿍 발라 석쇠에 얹어 굽는 숯불구이는 술안주로 제격이다. 고추장에 다진 마늘, 생강, 물엿, 간장 등을 넣은 양념장을 주꾸미에 잘 발라 굽는다. 쫄깃거리면서 연한 살집이 매콤한 양념과 어울려 입안에서 살살 녹아든다. 주꾸미와 삼겹살을 화끈하게 매운 고추장 양념으로 볶은 쭈삼불고기도 밥반찬과 술안주로 제격이다. 주꾸미 고유의 맛을 느끼기에는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 게 좋다. 또 매콤한 양념을 버무려 살짝 볶아 먹기도 하며, 콩나물찜, 간장불고 기찜 등의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주꾸미를 어떻게 요리하든 맛의 백미는 바로 알. 미식가들은 주꾸미 알을 봄철 최고의 별미로 친다. 봄 주꾸미 머리에 잘 익은 밥알과도 같은 알이 들어 있다. 바닷사람들은 이를‘주꾸미 쌀밥’이라 부른다. 몸통을 잘라 통째로 입에 넣어 씹으면 마치 차진 쌀밥을 씹는 느낌이다. 또 하나의 미식 포인트는 먹물. 이 먹물이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흔한 볶음이나 구이가 아닌, 주꾸미 별미요리로 근사한 저녁 만찬을 즐겨보시라. 주꾸미로 만든 샐러드, 파스타, 오므라이스, 피자는 입이 짧거나 해산물을 싫어하는 아이들 입맛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주꾸미 모시조개 파스타는 어떤가. 크림이나 토마토소스보다는 바질, 파슬리 등 허브와 견과류, 올리브 오일을 이용해 만든 페스토 소스로 맛을 내면 칼로리는 낮고 심장과 두뇌 건강에 좋은 건강식이 된다. 봄나물이나 새싹채소, 샐러드용 채소에다 살짝 데친 주꾸미를 얹고 오리엔탈드레싱이나 프렌치드레싱을 뿌려 먹으면 잃었던 입맛도 살려준다. 주꾸미를 튀겨 탕수 소스를 뿌려 먹어도 별미다. 물오른 제철 주꾸미로 차린 식탁이라~ 봄 입맛도 살리고 가족건강도 챙겨주니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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