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칸이나 무소 소세키처럼
막부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권세를 누린 '관승'들이 활약한 한편
그들을 비판하면서 다른 길을 걸었던
스님들도 있었다.
“풍광(風狂)의 잇큐 소쥰(一休宗純)”
잇큐- 소-쥰(いっきゅうそうじゅん, 1394~1481)을 소개하는
마츠오 겐지 선생의 표현이다
(『인물로 보는 일본불교사』 (松尾剛次 지음/김호성 옮김, 동국대학교출판부, 2005)
---이하 잇큐 스님 소개는 위 책에 나온 대로임---
무로마치 시대의 선승(임제종)
도호(道號, 字) : 잇큐(一休)
법명 : 소쥰(宗純/宗順)
6세 때 교토 안국사(安國寺)로 출가하여 조게 슈칸(象外集鑑)에게 사사하고
슈켄(周建)이라는 법명을 받는다.
15세 무렵 시재(漢詩)로 평판이 자자할 정도였다.
16세 때 안국사를 떠나, 카소 소돈(華叟宗曇, 1352~1428)의 제자가 된다.
카소 소돈은 임하(林下(임하)인 다이토쿠지(大德寺(대덕사)파의 선승이다.
잇큐(一休)는 스승 카소가 내린 도호다.
이후 곤궁한 생활 속에서도 수행에 힘써, 호수 위를 날아 건너는 까마귀를
바라보다가 깨달음을 얻는다(27세).
이후 도처에 유행하면서 저잣거리를 떠돌면서도 禪을 구하고, 禪을 설한다.
막부와 결탁하여 권세를 누리던 오산파(五山派)뿐 아니라 임하(林下)의 대덕사파
선승들에 대해서도, 명리(明利)를 구하며 안일에 빠져 수행에 소홀함을 공격한다.
커다란 나무칼을 허리에 차고 퉁소를 불며 사카이(堺)의 저잣거리를 돌아다녔다.
나무칼이 진검과 외견상 구분되지 않듯이 선(禪)의 세계에서도 진실한 스승은 적고
가짜 승려가 세상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뜻이었다고...
이처럼 허식과 위선을 혐오하며 자신의 있는 그대로에 솔직하게 살았으며...
공공연히 술을 마시고 몇 명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범(女犯)을 일삼았으며
70세 넘은 나이에도 젊고 아리따운 눈 먼(森侍者) 여인을 사랑했는데
88세에 입적할 때까지 옆에 두었는데, 그녀를 향해 쓴 여러 편의 연시(愛情詩)가
시집 『狂雲集』에 남아 있다[잇큐의 호가 '광운자(狂雲子)'].
* 풍광(風狂) : 파계(破戒)라는 네거티브한 의미로 쓰이던 이 말은 禪불교에 수용되면서
전혀 상반되는 용법으로 쓰이게 된다. 엄격한 계율과 수행을 초월한 위의(威儀)없고,
풍류를 즐긴다고 할까...자유로운 자기만의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잇큐 관련 이야기나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재치와 해학, 똘끼 넘치는...일본에서 이 '풍광'이라는 형용사로 주목받는 인물로 단연 잇큐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동자승 시절, 큰스님이 감춰두고 드시던 아끼는 꿀단지에서 꿀을 훔쳐먹다가 꿀단지를 깨뜨려 놓고는 "큰스님께서 먹으면 죽는 거라서 하셔서 먹고 죽으려 했다"던가 했다는 에피소드로 그려지는 만화주인공 잇큐가 있는가 하면,
有漏路より無漏路へ帰る一休み
雨ふらばふれ風ふかば吹け
번뇌에서 벗어나 깨달음으로 돌아가는
잠깐의 쉼이 있는 지금 이 순간
비 오면 비 맞고 바람 불면 바람부는 대로
-----15세 무렵에 이런 시를 썼는데, 잇큐(一休)'라는 도호가 바로 여기서 따온 것.
有漏路(うろじ) : 번뇌와 미망에 사로잡힌 모습
無漏路(むろじ) : 깨달음, 해탈의 상태
一休み(ひとやすみ) : 잠깐 한숨돌린다, 잠깐 쉰다는 뜻으로 호텔 등 숙박업소 관련 상호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번뇌와 깨달음 사이에서 '잠깐 쉰다'는 의미" 마츠오 겐지 《인물로 보는 일본불교사》p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