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도 위천중학교19회 동창사이트에 올렷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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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중독된 내게 한가위에 찾은 고향이라고
달리기를 멈출순 없었다.
흐르는 물처럼 나는 새처럼 고향의 가을 산하를
달리면서 즐기고 싶은 마음이 추석전날 새벽잠을 깨운다.
고향의 산하에 아침이 밝아온다
노오란 색이 들판 나락 논에 가지런히 널러져 있고,
그 위를 질 좋은 망사 같은 새벽안개가
널어놓은 홑이불처럼 넓게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그 망사 홑이불 밑에 눈이
시리게 맑은 월성께곡의 성천이 흐르고...
향긋한 흙냄새 코스모스 꽃 향기를 아름으로 안으며
조금 달리니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에 이르고
이슬먹은 황금들판에
찬란한 광채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달린다. 성천을 따라 굽이굽이 월성계곡을 달린다.
등 뒤 어께에서 가슴으로 장검 하나 달랑 메고
갈대 숲 헤집고 강변으로 다가가는 검객의 흉내를 내며,
고향의 품에 안겨 단잠에 빠져있을 가래올의 김영호,
창선마을의 김열우, 박흥순 친구의 집앞을 차레로 지나며
이 얼뜨기 뜀 객,숨소리 삼키며, 구비구비 계곡을 거슬러
바람처럼 간다. 마라톤이 달린다.
길 가 코스모스는 시집가는 날 새색시의 연지 곤지 색보다 더 곱다.
마을 동구 밖, 혹시 친구 어머니일지도 모르는 할머니의
빛바랜 꽃무늬 몸빼 바지가 정겹다.
할머니는, 이른 아침 이 얼뜨기 뜀 객의 출현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신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하늘은 바라보기가
미안 할 정도로 푸르렀다.
콧속의 날숨은 들숨 보다 더 상쾌해서 달리는 내 몸뚱이에
질주 욕구를 쏟아 퍼 붓는다. 아, 월성계곡! 내 고향 산하가 이렇듯
아름다운 곳 이었더란 말인가!
바라보기 조차도 아까운 하늘이, 들쉬기가 아까운
공기가, 먹지 않아도 배부른 황금 들녂이 있었다니....
너무나 아름다워 나는 이 순간이 탈취될까 두렵다.
누군가가 이 강산, 이 가을을 앗아갈까 무섭다.
아니, 이미 앗아갔었던 그 자들에게 분노의 활줄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진다.
어깨에서 장검을 쑤욱 빼들고 있을지도 모를 침입자를
찾는다. 침략자를 찾아 두 눈을 번뜩인다.
눈이 시리게도 아름다운 내 조국, 이 강산을
유린했던 왜인의 잔당을 찾아 역사를 거슬러 쉬지 않고 달린다.
바위들이 마치 눈이 흩날리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분설담,
장군바위, 사선대의 비경을 즐기며
하늘이 아름다워, 들이 아름다워, 산이 아름다워,
굽이굽이 금 비늘 같은 물 반짝거림으로
환장하게 아름다운 물길 따라 얼뜨기 뜀 객은 달린다.
3시간여 농산에서 황점을 왕복한 나홀로 치러낸
장장 50리, 내뜀길의 여운을 되새김하며
시원한 지하수에 몸을 씻고, 보들보들한 면셔츠로 갈아입고
마당 구석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늙은 호박이
가을 햇살에 샤워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울안 곳곳 꼭지마다 잠자리가 날아와 자리를 잡는다.
빨레줄을 지지하는 대나무 꼭대기에도, 말라 비틀어져 가는
옥수수대 끝에도, 잠자리가 날아와 숨을 헐떡인다.
고놈 참, 그것 좀 몇 바뀌 마당돌아 다녔다고 저리 숨을
헐떡이는지 잠자리는 엄살이 보통이 아닌가 보다.
남새밭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꽃힌 녹슨 쇠 철심 지지대에
또 한마리의 잠자리가 날아와 사뿐히 자리를 잡는다.
뜀질후에 가져보는 ,맑은 가을날 고향집 마당 의자에 앉아
가져보는 작은여유, 방금 지나간 실바람에 몸을 한 번 떨며,
깊어가는 가을 풍경이 참으로 기가막힌 지금 이순간
친구들, 나는 친구들을 생각해보며 이 글을 쓴다.
(농산 조상수)
첫댓글 아구...........감사 ...벅차서 ..고마워서.....다시오겠습니다
바위들이 마치 눈이 흩날리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분설담, 장군바위, 사선대의 비경을 즐기며 하늘이 아름다워, 들이 아름다워, 산이 아름다워, 굽이굽이 금 비늘 같은 물 반짝거림으로...... /난 창선이 내고향인지라 늘 이 분설담을 마음에 눈에 넣고 살았는데 ...그아름다움을 잊지않으려 했었는데 ...이 대목에선 한방울 쪼르륵 흘리게 됩니다.어쩜 잠자리의 숨 헐떡임까지 표현을 할수 잇는지 .....과연 북상이 낳은 아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감사 많이
보고 느끼는 것을 이렇게 훌륭하게 표현할수 있다니! 표현력이 이보다 더 훌륭할수 있을까요? 마치 마라톤과 자연이 조화의 극치에서 살아 숨쉬는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