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비행기를 탈 때 마다 항공사가 고객에게 일정 부분 제공하는 것, 바로 마일리지입니다.
소비자는 마일리지가 어느 정도 쌓이면 항공사 규정에 따라 항공권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항공사 제휴 상품으로 쌓이는 마일리지는 많아졌는데 과연 소비자들이 쓸 수 있는 마일리지도 그만큼 늘었을까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마일리지의 활용도를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오는 9월 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가려던 회사원 이모 씨. 이 씨는 출발 예정 석 달 전인 지난 달부터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 예약을 시도했습니다. 처음으로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해 볼 계획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모 씨(회사원) : "항공기를 탑승하기도 했고 신용카드 마일리지 제공하는 신용카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카드 3년간 이용하고 탑승 몇 번 했더니 9만 마일 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당초 계획했던 9월은 물론 내년 2월, 심지어 내년 5월에도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할 수 있는 좌석은 단 한 석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예약센터에 문의도 해 봤지만 10개월 뒤의 항공권까지 벌써 동이 난 이유를 속시원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모 씨(회사원) : "자리가 너무 부족한 게 아니냐고 문의를 했을 때 어떤 분들은 10-15%를 항상 배정한다...그럼 지금까지 예약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 수 있느냐 물었을 때 그건 알 수 없다 라고 계속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 씨는 다시 예약센터에 전화를 걸어 같은 일정의 보너스 항공권에 대해 물었습니다.
<녹취> 아시아나항공 예약센터 : "마일리지는 지금 가실 때는 다 만석이시고요. 오시는 것도 비즈니스만 가능하시고요. 보통 저희가 좌석은 20%나 30% 정도 오픈이 되거든요."
이번에는 전체 좌석의 20-30% 정도를 마일리지 이용 승객들에게 배정한다는 또 다른 답이 돌아왔습니다.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로 부모님이 계시는 제주도에 가려던 이기철 씨. 회사원인 이 씨가 제주도에 갈 수 있는 주말은 보너스 항공권 좌석이 대부분 남아있질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기철(회사원) : "300일인가 350일 후 까지 예약이 가능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진짜 빠른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예약을 한 대요."
그런데 누가 상식적으로 내가 300일 후에 어디를 갈 것이나 그렇게 계획을 잡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마일리지가 아닌 돈으로 항공권을 산다면 좌석이 남아있다는 설명에 결국 가족 3명의 왕복 항공권은 50여 만 원을 주고 구입해야 할 상황입니다.
<인터뷰> 이기철(회사원) : "9만 8천 마일이잖아요. 그러면 제가 9천 8백 만원을 카드로 썼다는 얘기죠. 화가나죠. 제 돈 주고 제가 그렇게 악착같이 포인트를 모았는데..."
운항 항공기 수와 노선 수가 아시아나항공의 2배 정도 되는 대한항공에서는 마일리지로 좌석을 구할 수 있을까. 국내외 노선 모두 내년 초 까지 대부분 1석 이상의 보너스 항공권 좌석이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좌석을 구하지 못해 예약 상황을 알아보려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아시아나항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녹취> 대한항공 예약센터 : "(보너스 마일리지로 가는 건 얼마 정도나 되는 건가요?) 항공기 여유좌석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성수기 기간에는 좌석 이용이 어렵습니다. 오픈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고요."
또 다른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역시 예약에 도움이 될 만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녹취> 대한항공 예약센터 : "(제가 일정을 짜야 되니까 만약 이게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항공편 알아보든지 해야돼서) 아 그러세요. 대기 순번은 자동으로 설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확인을 할 수 없거든요."
지난 1월까지 우리나라에서는 9400만 장이 넘는 신용카드가 발급됐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회원이 늘어난 건 바로 항공사 제휴 신용카드입니다.
신용카드 결제액 1000원, 1500원 마다 1~2마일리지 정도를 적립해 주는 형태입니다.
회사원 오지훈 씨 역시 항공사 제휴 카드만 2개를 사용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오 씨에게는 다른 할인 혜택 보다 항공 마일리지를 쌓는 것이 우선입니다.
<인터뷰> 오지훈(회사원) : "천원당 1포인트 씩 쌓이는데요, 처음에는 얼마나 많이 쌓일까 의아했는데 벌써 3만 포인트 가까이 쌓였고요. 3만 포인트면 일본 정도 갈 수 있는 수준이고...많이 고무가 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에서 선물할 장미꽃을 산 오 씨.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항공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고 결국에는 보너스 항공권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만 원에서 최고 3만 원까지의 연회비를 내면서도 소비자들이 항공사 제휴카드를 찾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최하정(회사원) : "일부러 항공사 마일리지가 되는 카드로 바꿔서 현금이 있더다도 마일리지 쌓으려고 슈퍼마켓 가서 5천원 이상만 되면 전부 다 카드 결제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인터뷰> 김영진(회사원) : "쓸 기회가 있어서 비행기를 탄다든지 마일리지로 했을 때 그 쪽에서 이런이런 문제가 있어서 티켓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면 되게 어처구니가 없겠죠."
게다가 지난 연말부터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통화요금 1000원 당 최고 17마일리지를 쌓아주는 아시아나항공 제휴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이 서비스의 가입자는 현재 90만 명에 달합니다. 학생인 박희준 씨는 2년 정도 통화요금으로 마일리지를 모아 친구들과 여행을 갈 계획입니다.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꼬박꼬박 쌓이는 이 마일리지. (사실은) 카드사와 이동통신사가 제휴관계를 맺은 항공사에서 구입한 것입니다.
<인터뷰> 황명희(여신금융협회 홍보팀장) : "제휴카드를 발급받은 회원들이 사용한 카드 사용액에 대해 마일리지가 쌓인 만큼 마일 당 얼마의 정액을 갖다가 매월 정산을 해서 항공사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마일리지를 사용하든, 하지 않든 돈은 항공사에 먼저 지급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2003년 8개 카드사가 두 항공사에 마일리지 구입비용으로 낸 돈은 968억 원.
그런데 이 후 마일리지 단가는 항공사 측의 요구로 두 번이나 인상됐고 지금은 2003년의 2배 수준입니다. 또 항공사와 제휴하고 있는 카드사도 현재는 대한항공 14개사, 아시아나항공 11개 사에 이릅니다. 이동통신사 측도 카드사와 비슷한 단가로 항공사로부터 그 때 그 때 마일리지를 사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제휴사의 마일리지 구입비용은 고스란히 항공사의 수익이 되고 있습니다. 마일리지 권리를 찾고자 모인 소비자들.
<인터뷰> 김영숙(회사원) : "외국항공사였는데 성수기도 너무 어렵지 않게 크리스마스 연휴 때 였는데 뉴욕 갔는데 바로 됐어요. (우리나라 항공권 사용 경험은?) 네, 하려다가 실패를... 그냥 불가능합니다. 제가 그러면 다음 달에 가능할까요? 그랬더니 내년이라도 좀 힘들지 않을까요..."
<인터뷰> 김명수(학생) : "항공사에 물어보면 두 세달 전에 모든 예약을 자기가 원하는 희망 일자에 2-3주 것을 다해놔야 한 대요. 그래서 어차피 예약을 해도 취소를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늘어나는 항공사의 수익만큼, 쌓여가는 마일리지만큼, 소비자 혜택도 커졌다고는 좀 처럼 실감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을 더 화나게 하는 건 항공사 측의 형식적인 정보 제공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회원안내서에서는 보너스 항공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알리는 폐쇄적인 정보만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인터뷰> 장진영(변호사) : "규정이라는 것을 대충 해놓기는 했는데 결국 따지고 보면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그 기준에 의해서 정하겠다.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고 심지어 어느 항공편에 관해서는 한 좌석도 공급하지 않더라도 알 수가 없으니까 이의제기도 못 하겠죠."
소비자들이 약관을 두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장진영(변호사) : "이것도 계약인데 계약의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 특히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보다 잘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데 그런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좌석이 제한된 보너스 항공권 말고는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별로 없다는 것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만입니다. 일부 외국항공사의 경우 마일리지로 인터넷 쇼핑을 하고 기내 면세품을 사거나 기부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화준(회사원) : "당연히 우리는 그 마일리지 때문에 그 항공사를 이용했을 수도 있는데...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거나 여행을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특히 여행상품에 관련된 것들 마일리지로 공제해서 그런 것들을 만들었으면 좋겠죠."
항공사 측은 각종 제휴가 고정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보너스 항공권 좌석 배정에 대해서는 연평균 10% 정도를, 성수기 때도 5% 정도는 꾸준히 배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이승렬(대한항공 홍보팀) : "큰 로열티 있는 고객들이 생기는 부분이니까 그걸 저희 항공사가 책임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게 좋은 거죠."
<인터뷰> 두성국(아시아나항공 로열티마케팅팀) : "카드로 마일리지 많이 쌓으신 분들이 비행기 이용도 많이 하십니다. 왜녀면 서로 마일리지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누적하는게 나중에 보너스 상품을 탈 수 있는 마일리지를 누적하기 쉽기 때문에..."
하지만 누적마일리지가 얼마인지, 그 가운데 얼마가 사용되는지는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대한항공은 50% 안팎, 아시아나항공은 20-30%가 넘는 마일리지가 소진되고 있다고만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마재영(아시아나항공 홍보팀) : "마일리지 판매로 수입이 증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항공사 입장에서는 부채의 성격이 더 강하고 회원 확보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열(대한항공 홍보팀) : "탑승마일 대 제휴마일을 봐서는 8:2 정도로 보시면 되세요."
실시간으로 변하는 좌석 예약률을 고객들에게 세세히 알리기는 힘들지만 마일리지 사용에는 좀 더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적립 따로, 사용 따로인 항공사의 마일리지 서비스.
큰 힘들이지 않고 고정 고객을 확보하면서 대가를 돌려주는데는 인색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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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영숙님이 비냐, 김명수님이 열정, 장화준님이 신장개업이십니다.ㅎㅎㅎ
앙....대한보다 아시아나가 더 마일리지 쓰기 힘들다구 하던뎅...정말 이러다가 정작 쓸때 못쓰는건 아닐런지..
헉..이건 누가 누구라는거까지 말씀하실거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