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림사, 낙영산 절경 속 단아한 절.
공림사는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에 있는 절이다. 절 뒤로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낙영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돋보이고 앞으로는 산들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하늘과 닿아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서 보이던 낙영산은 마치 백마를 보는 듯 산 전체가 온통 흰바위였다.
“낙영산은 산 전체가 깨끗하고 묘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웅장하게 골을 형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관이 매우 뛰어난 곳이다. 특히 바위틈에서 자생하고 있는 소나무와 들꽃과 들풀은 뛰어나 생명력과 더불어 이곳의 경지를 아름답게 만든다. 한편 산기슭에 천년고찰이 자리를 잡아 의미를 더해주고 있는 ‘충북의 자연환경명소’중의 한 곳이다.” 공림사 주차장에 있는 낙영산을 소개하는 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공림사의 창건에 대한 것은 요사 뒤편 ‘낙영산공림사사적비’에 실려 있는데, 이 내용은 1688년(숙종 14)에 경일스님이 찬술하였다고 한다. 비의 내용에 따르면 신라 경문왕 때 고승 자정(慈淨)이 있었는데, 그는 도덕과 수행력으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왕도 그의 명성을 듣고 국사로 모시고 여기에 ‘벽상삼한삼중대광’ 이라는 자리를 더해주고자 하엿으나 그는 거절하고 이곳에 들어와 띠집을 짓고 숨어 살았다. 왕이 이를 전해듣고 보방(寶坊, 사찰)을 지어주고 ‘공림사’라는 사찰명도 내려주었다. 이후 명나라 건문(建文) 연간에 이르러 함허당 득통화상이 자정 스님의 자취를 흠모하여 절의 면모를 일신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자정스님이다. 불교사에 있어 자정이라는 이름은 단 한분 뿐이다, 고려시대 자정국사, 국사는 법주사와 동화사에 머물기도 하였는데, 법상종(자은종)의 고승이다. 신라 경문왕 때 자정스님이 있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고려시대 자정국사 미수스님이 절을 창건한 것으로 보인다. 법주사와 공림사의 지리적 연계성 등을 고려해볼 때 더욱 그러하다.
공림사는 조선초기 함허당 득통스님의 중창으로 사람들은 ‘함허의 도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공림사를 이야기할 때 또 한가지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자복사(資福寺) 지정이다. 조선시대 들어 사찰을 정리하는 과정에 자복사라는 절을 별도로 지정하였는데 지정되지 못하면 대부분 폐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림사는 처음 1406년도에는 자복사로 지정되지 못하였다가 1407년 12월 2일 자복사를 대규모로 교체하는 조치 때 새롭게 자복사로 지정된다. 공림사의 역사성을 고려한 때문이다.
이후 공림사는 세조가 와서 부처님께 절을 올렸는데, 그 장소가 사적기를 지을 무렵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림사는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의해 대웅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타는 시련을 겪고 다시 중창을 하였다가 1950년 한국전쟁 때 또 전소되는 시련을 겪는다. 그래서 지금 공림사에서 보는 모든 건물들은 그 이후에 지어진 것이다. 특히 1981년 탄성스님의 주관으로 13년 동안 대규모 불사로 이루어진 것이다. 대규모 불사라고 해도 그렇게 번잡하거나 무질서하지는 않다. 절은 낙영산처럼 깨끗하고 천년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단아하다.
건물은 최근에 지어진 것이지만 그래도 공림사의 동종만큼은 1776년(영조 52)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삼성각 오른쪽 30m 지점의 조선시대 부도도 있다. 절 앞이 그래도 트였으면 어쩌면 허할 것도 같은 곳에 고목들이 줄을 지어 더운 날씨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있다. 절에 들어서서 처음대하는 축대에 종각이 있다. 축대를 올라서면 넓은 마당에 경천사지십층석탑을 옮겨놓은 듯한 ‘적광탑’이라고 부르는 탑이 있다. 그리고 다시 한 축대를 오르면 대웅전이 있다. 이 대웅전 오른쪽으로 관음전과 삼성각이 있다. 공림사의 제일 윗단이다. 삼성각 앞에는 ‘석가탑’이라고 부른 삼층석탑이 있다. 물론 탑은 모두 최근에 만든 것이다.
공림사(公林寺)는 한 때 공림사(空林寺)라고도 표기했었다. 공림사의 건물들은 모두 최근에 지어진 것이지만 천년 숨결을 느끼기에는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공림사에 머무는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공림사에서는 낙영산의 흰바위 같은 심지, 앞쪽으로 보이던 그 산들의 완만한 곡선같은 심성, 그런 것들이 저절로 사람안에 자라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