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싫증 잘 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붉고도 찬란한 옷을 스스로 벗어버린 채 나목은 벌거숭이가 되었고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신은 더욱 고결한 빛깔의 옷을 입혀 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신비로움에 감탄하며 그의 품을 찾고 있다.
겨울 설산이
차가운 그리움이 되는 이유이다.
아직은 동 트기 전입니다.
사당을 출발. 안성 휴게소에서 총무님과 합류하여 전북 무주로 달립니다.
( 김귀중. 이병헌. 김종득. 김인택. 한상현. 김혜정. 강정순. 손인숙. 김나연 )
맨 뒷자리는 베낭님들께 (^^) 양보하고 보조의자까지 펼쳤습니다.
가다가 싸운다해도 옮겨 앉을 자리는 없으니 알아서들 사이좋게 잘 가야합니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새해 덕담을 나누다보니
김귀중 산악대장님이 목디스크로 열흘 넘게 입원했었다 합니다.
산에 가기 위해 어제 퇴원했다는 말을 들으니 책임감이지 싶어 고마운 마음입니다.
집에서 각시가 걱정을 많이 할테니 오늘 산행은 조심 또 조심해야 되겠습니다.
안성으로 가는 길에 정순 친구가 준비해 온 연양갱과 따끈한 커피로 허한 속을 달랬는데
인숙 총무가 꼬마김밥과 보온병에 손수 끓인 구수한 된장국을 가져왔네요 ~^^
맛나게 먹으면서 가니까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덕유산 리조트에 도착하였습니다.
주차장도 많은데 벌써 사람도 차도 엄청납니다.
시간을 보니 9시가 넘었습니다.
와~ 스키와 보드를 타는 이들이 많습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속이 뻥 뚤리고 시원합니다.
나도 저런 거 탈 줄 알면 좋겠다 했더니 산악대장님 단칼에 벱니다.
" 우리는 저런 거 타다가 넘어지면 병원에서 살아야 돼 "
흑흑 잘 알지요~~ ( 내 뼈는 소중하니깡 ) ㅠㅠ
우리는 곤도라를 타고 오르기로 하였고 왕복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티켓을 살 때도 곤도라를 탈 때도 역시나 긴 줄이네요.
인증 샷은 필수 코스지요?
울 회장님, 지나가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자
역시나 맘 좋게 두 컷을 찍어줍니다.
곤도라의 외줄타기를 보는 일은 아찔하고 힘이 듭니다.
한참을 가니 상제루에 도착. 휴 -
지금은 내리지 않지만 지난 번 내린 눈이 남아 있어
여기서부터는 아이젠을 착용하여야 합니다.
사진 찍겠다고 장갑을 벗었더니 금세 얼어붙어버릴 것처럼 손이 시립니다.
다행히 계단은 고무로 잘 감아 놓아서 덜 미끄럽긴 한데
그래도, 조심 조심 스틱으로 꼭 꼭 찍어가며 오릅니다.
덕유산이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남한에서는 네번째로 높은 산이라는데
처음 와봅니다.
앙상한 가지에 핀 저 눈꽃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고 싶네요.
조금 힘은 들었지만 지난 해 계방산 산행에 비하면 수월하다 생각되고
곤도라 타기로 한 것은 맘 졸이긴 했지만 탁월한 선택이었어 하며 웃습니다.
산은 고요한데 사람이 시끄럽네요 ㅎㅎ
저만치 향적봉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들 걸음에 힘이 들어가겠지요?
누군가 한마디 합니다. 워 ~ 메
인증샷 찍으려고 선 줄이 100 m는 (^^) 족히 되어 보입니다.
잠시 이곳 저곳에서 몇 컷을 찍으며 다시 봐도 줄이 짧아지진 않네요.
계속 올라온 사람들이 꼬리를 잡는 까닭이겠지요?
그래도,
우리가 포기를 할거라는 생각은 안들죠?
정신차리지 않으면 다 쓸어버리겠다고 향적봉 칼바람이 우릴 협박하고 있지만
후덜덜 몸을 떨면서 한 팀씩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요렇게 찍고 조렇게 찍고 너도 찍고 나도 찍고
기다린 만큼 멋진 인증샸도 담았으니 이제 조금 아래쪽에 있는 매점에서
컵라면과 남은 김밥. 귤. 감말랭이등에 간단히
피로회복제?를 마시며 쉬기로 합니다.
산에 오면 모르는 사람끼리도 낯설지가 않나 봅니다.
먹거리도 나누고 인사도 나누고 웃음도 나누고 이러저러 쿵쿵.... ^^
이제 왔던 길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 놓쳤던 장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멈추어 하늘을 보니
말 없는 말들이 햇살에 부서지며 눈꽃이 되어 가고
산은 오늘도 맑은 이야기를 출산 중이네요.
다시 상제루에서 아찔한 곤도라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친구야 니도 무섭제 ?
우리가 서로의 모든 삶을 함께할 순 없지만
숨가쁘게 달려가는 날들이기에 잠시지만 친구의 환한 얼굴과 맑은 웃음소리가
쉼표로 있어주는 오늘 하루, 그것이면 족한 거지요.
나무의 철학 / 조병화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 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쉬임 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 두 가지겠는가
덕유산을 빠져 나와 식당을 찾아 달리고 있습니다.
불판 위에서 고기 익어가는 소리가 환상입니다.
복된 새해를 위해 건배하고 술 넘기는 친구들의 얼굴이 무척 행복해보입니다.
언제나 이런 시간은 잘도 흘러가지요 ~~
쭈욱 이대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우린 다시 올라가야 하니까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자구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병헌 회장님은 40 백두를 응원하며 기분 좋게 찬조를 해주었고
김종득 친구님은 렌트카를 반납하는 시간까지 종일 운전하는 수고를 해주었습니다.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산악대장님,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오늘 산행 추진하느라 애쓰셨습니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한 날들 보내기 바라며
2019 기해년
친구님들의 힘찬 출발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바뿐 와중에도 벌써 간결하게 잘도 저리했네
나연친구 수고했어 ~~
우리친구들 홧팅 !
복 많이 받으세요 ~
역시 글쟁이 나연친구
사진과 함께 에세이 같은 글을 읽고 있노라니
꼭 함께한 느낌에 빠졌네
몇년전에 향적봉에 갔었는데
친구의 글에서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네
향적봉의 기운을 전해준 친구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