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읽고, 꿈 먹고, 꿈꾸는' 우리 집 독서실
▶거실을 '북카페-서재'로 꾸민 주은·동규네
피아노곡 '소녀의 기도' 선율이 흐르는 거실에서 한 자매가 다소곳이 앉아 책을 보고 있다. 이따금 책장 넘어가는 소리, 찻잔과 탁자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 아이들은 책에 푹 빠져 있었다. 책에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서로 보여주며 조곤조곤 말하고 까르르 웃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언니인 주은이(서울 반원초 6)가 책을 내려놨다. 모과차 한 잔을 다 비운 주은이는 메뉴판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엄마에게 주문했다. "여기 모과차 한 잔 더 주세요!"
◆ 독서를 소꿉놀이처럼 바꿔주는 '엄마표 북카페'
음악과 차, 그리고 책이 공존하는 이곳은 주은이네 집 거실이다. 주은이의 또박또박한 글씨로 채워진 메뉴판, 열두 권의 책이 차곡차곡 꽂혀 있는 거치대, 예쁜 테이블보로 장식한 탁자까지 세심하게 꾸민 '엄마표 북카페'이다. 거실을 이렇게 바꾼 것은 책 읽기를 싫어하는 주은이를 위해 어머니 호성희(40·서울 잠원동)씨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다.
"작년 3월,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다가 '주은이는 수업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어요. 아이가 책상 앞에 30분도 앉아 있지 못한다는 걸 처음 알았죠. 어떻게 하면 주은이가 책과 친해질 수 있을까 고심했어요. 주은이가 어릴 때부터 역할놀이를 참 좋아했다는 점에 착안해서 거실을 북카페처럼 꾸몄습니다. 책 읽기를 소꿉놀이처럼 느끼게요."
독서는 얇은 책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30쪽짜리 동화책을, 책 읽기를 싫증 낼 때는 만화책도 빌려다 읽혔다. 그러자 여름방학 무렵에는 100쪽짜리 책도 거뜬히 한자리에 앉아서 읽게 됐다. 주은이는 "전에는 책을 보면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엄마·동생과 이야기하면서 책을 읽다 보니 독서가 놀이 같고, 한 시간씩 책을 읽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며 미소 지었다.
◆ 거실을 서재로… TV를 버리고 독서와 대화를 얻다
동규(서울 반원초4)네 집 거실에는 TV와 소파가 있어야 할 자리에 책이 가득한 책꽂이와 커다란 책상이 자리하고 있다. 동규와 민주(서울 반원초2), 민성(5세)이 남매는 여기에서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고, 동화 속 인물이 돼 역할극 놀이를 하기도 한다. 거실은 이들에게 독서·공부·놀이를 모두 다 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엄마 박진경(36·서울 잠원동)씨는 동규가 여섯 살 무렵, TV를 없애고 거실을 서재로 꾸몄다. 주로 집안일을 할 때 아이에게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TV를 켜놓곤 했다. 처음에는 TV에 길들여진 동규가 TV를 보여 달라며 울고 떼를 써 적잖이 고생했다. 박씨는 모든 집안일을 오후로 미루고, 최대한 동규 옆에 붙어 있기로 했다. 책을 읽어주거나 블록쌓기 놀이를 하는 등 아이와 노는 시간을 늘려 동규의 머릿속에서 TV에 대한 생각을 지워나갔다.
마침내 TV가 없는 공간에 독서와 대화가 들어왔다.
이제 동규는 하루 스무 권 정도를 거뜬히 읽어낸다. 동규와 각각 두 살, 네 살 터울인 동생들도 자연스럽게 TV가 없는 거실에 적응했다. 동규는 "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신나게 놀 수도 있는 우리 집이 최고!"라며 자랑했다.
▶엄마표 북카페 어떻게 꾸밀까?
거실을 북카페로 꾸미는 법은 간단하다. 책을 놓을 거치대, 차를 마실 탁자, 앉거나 누워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소파, 그리고 아이들의 주전부리가 적힌 메뉴판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음악을 틀 오디오 장비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1. 책은 아이가 지루하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바꿔준다.
주로 10권 내외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주기적으로 신간을 사서 놓는다. 책은 엄마와 아이가 반씩 선정한다.
2. 메뉴는 계절마다 바꿔주고, 메뉴 가격은 아이들이 정한다.
주은이는 엄마의 어깨를 안마해주고 받은 용돈으로 찻값을 낸다.
3. 음악은 긴장을 풀고 집중력을 높이는 클래식이 좋다.
편한 음악을 들으면 아이들은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하는데, 이때 지나치게 자세를 교정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서재형 거실, 어떻게 관리할까?
1. 책은 자주 바꿔주지 않아도 된다.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익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동규는 역사책을 거듭 읽다 보니 역사적 사건과 연도를 연결시켜 줄줄이 욀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행본은 한 달에 10권 내외꼴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2. 책은 위인전, 학습지, 과학도서 등 내용에 따라 구분해서 정리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읽은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정리가 생각보다 어렵다. 박씨는 “서재 관리에 아이들도 동참하게 해 규칙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라”고 조언했다.
3. 서재가 독서만을 위한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동규의 책상 위에는 색연필과 풀, 가위와 이면지 등의 공작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이를 이용해 이면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종이접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