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에 대해 그것의 객관성, 타당성, 정당성을 입증하는 논리적인 근거를 논거라고 합니다. 주장으로만 끝나는 글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믿을 수 있게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완전한 주장이 되는 것입니다. 논거가 빈약한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의견이나 주장의 타당성을 의심하게 할뿐만 아니라 주장 자체가 오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부족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논거를 사용한 논술은 객관성을 잃기 쉽습니다.
♠ 논거가 갖추어야 할 요건
∵ 논거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결코 독자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만드는 논거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출처가 명백한 것, 사실과 의견이 분명하게 구별된 것, 합리적으로 해석되어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논거를 사용해야 합니다. 또 보편적인 논리나 객관적인 사실, 공인된 통계나 권위 있는 의견 등도 좋은 논거가 됩니다. 불확실한 사실을 논거로 제시한다면 그 논술은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며 진실이 밝혀질 경우 그 논술은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책의 저자를 다르게 언급한다든지, 인용한 말의 주인공을 달리 밝힌다든지, 통계숫자의 오류 등도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 주제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것은 글의 통일성과 관계되는 것으로 주제에 어긋나거나 관련성이 없는 논거가 끼어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논거가 주장의 정당성, 타당성, 객관성을 돕는 작용을 하지 못한다면, 그 논거는 적합하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적합하지 않은 논거로 주장을 입증하려고 하면, 논리적 오류가 발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주제를 꿰뚫는 맥락에서 벗어난 논거는 논점일탈의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과학 기술의 발달과 인간 삶의 향상’ 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술할 때 단순히 '나노기술의 진보'만을 논거로 제시한다면 이는 주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나노기술의 진보'를 제시하더라도 '나노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삶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가'하는 측면을 중점적으로 기술해야 하는 것입니다.
∵ 수긍할 수 있는 논거를 사용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합당한 논거,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논거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미 검증되어 일반화된 주장이나 결론, 당연한 신념이나 일반적 원칙, 곰곰이 생각해보면 명백히 증명될 수 있는 생각, 대표성을 갖춘 논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앞서 언급한 논거와 모순되는 것, 기존의 신뢰할 만한 자료와 어긋나는 것,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가정이나 사례 등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논거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이성적인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 논거는 풍부하고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자기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모두 명쾌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한 점 의혹도 없을 정도로 논거를 충분히 제시하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논거가 부실하다면 그 주장은 정당성과 객관성 확보가 어렵게 됩니다. 자신의 주장과 논증에 대해 합리적인 반박까지도 예상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논거를 제시해야만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증명하는 논술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불충분한 논거를 사용하여 일반화시킨다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거나 논증부족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풍부하거나 다양해서 중언부언하는 논거가 되거나, 글의 흐름이 이리저리 갈라져 산만하게 되면 글의 통일성을 해치게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 필자의 해석을 거쳐 순화된 논거여야 합니다. 아무런 설명이나 해석 없이 그냥 제시되는 논거는 독자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독자들은 대체로 논거에 해학과 풍자, 기지(機智), 독창성, 희소성, 사실성, 친근감, 긴장감, 등이 드러날 때에 흥미를 갖습니다.
∵ 논거를 자기의 주장 관철을 위해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이 부분은 글의 진실성과 관련된 문제로 이러한 논거를 사용한 논술문은 나중에 진실이 밝혀졌을 때 큰 곤욕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합니다.
♠ 논거의 종류
∵ 사실(事實)논거 : 모든 사람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일반화된 지식과 정보,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 객관적인 실험 결과,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 정확한 통계 수치 등을 논거로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사실이란 누구나 인정할 만큼 구체적이고 확실하여 더 이상 검증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이 논거는 그것이 사실이냐, 믿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그 논거의 출처를 밝혀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이 아닌 논거, 믿을 수 없는 논거를 사용한다면 그 논술은 진실성이 떨어지는 논술이 되겠습니다. 논술을 작성할 때 흔히 자신이 체험하거나 보고 들은 것을 논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특수한 경험이나 사례는 일반화하여 논거로 거론하기에 곤란합니다.
∵ 소견(所見) 논거 : 소견논거란 전문가나 그 분야 권위자의 주관적 생각이나 판단으로 이루어진 뒷받침 자료를 말하는데 대개 인용문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신뢰성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나 권위자라 할지라도 그 방면의 전문가, 권위자의 의견이어야만 합니다. “문화의 상대성”에 관한 논술에서 배우 장동건의 의견을 논거로 삼으면 사람들이 코웃음 치겠지요? 또 우리 옆집 수다쟁이 아줌마의 의견은 신뢰성을 주지 못합니다. 글쓴이 자신의 의견이나 경험자, 목격자의 증언 등도 소견논거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에는 공정성에 대한 검증이 끝난 후에 인용되어야 합니다. 공정성 검증의 방법으로는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실례나 가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예시하거나, 의견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보편타당한 증거들을 제시하면 됩니다. 소견 논거의 유효성은 권위에서 나오는데, 권위는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한물 간 시대의 한물 간 사람의 의견(권위가 상실된)을 소견논거로 사용해봐야 득될 것이 없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