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의 문장은 우리가 흔히 대하는, 이를테면 신문이나 잡지 등의 문장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은 교과서에 있는 문장은 모두 옳은 문장일 뿐만 아니라 가장 훌륭한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학생들은 모르는 사이에 교과서에 있는 문장에 젖어 글을 쓸 때 교과서에 있는 그대로 쓰게 된다. 교과서의 문장은 조그마한 잘못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모범적인 문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신문이나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잘못된 표현이 나타나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흔히 잘못된 유형이라고 하는 예들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문장을 쓰는 데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을 교과서에 나타나는 예를 가지고 살펴보기로 한다.
2. 어휘의 사용
어휘의 사용에서 보이는 잘못은 먼저 해당 어휘 요소가 필요로 하는 필수 성분과 관련된 것이다. 우선 이야기할 것은 있어야 할 필수 성분이 보이지 않는 경우이다.
(1) 조화 있고 질서 있는 세계에까지 높인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국어(상)*, 304>
(2) 우리들은 목욕 재계(沐浴齋戒)하고 지극히 삼가던 마음으로<국어 1-1, 175>
(3) 붉은 물감으로 귀신을 쫓고 복을 비는 글을 써서 붙이기도 하였다.<국어 1-1, 70>
(4) 우리 민족은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 민족으로 국가 생활을 유지해 왔다. 때로는 정치적 분열과 항쟁이 없지 않았고<국사(상)-중, 9>
(1)의 '높인', (2)의 '삼가던'은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타동사이다. 그런데 목적어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높이고 무엇을 삼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3)의 '붙이기'는 목적어는 있지만 붙인 곳을 나타내 주어야 할 부사어가 빠져 있어 어디에 붙였는지 알 수 없다. (4)에서는 '항쟁'의 대상이 표현되어 있지 않다.
이와는 달리 불필요한 성분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5) 자기 부모를 공경하는 자는 감히 남에게 오만하지 않는다.<윤리, 71>
'오만하다'는 '-에게'라는 성분이 필요 없는 형용사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남에게'라는 불필요한 부사어가 들어가 있다.
필요한 성분이 있기는 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것이 들어가 있는 문장이 적지 않다.
(6) 최근에는 '컴퓨터 혁명'이나 '컴퓨토피아'와 같은 말이 유통되고 있다. <윤리, 111>
(7) 우리 가족의 손때가 어린 우리 집 대문을 … <국어 1-1, 131>
(8) 다음 문장을 어법에 맞게 바르게 가다듬어 보자.<국어 1-2, 131>
(9)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조상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역사의 발전을 바르게 추진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국사(상)-중, 5>
(10) 나이가 5년 이상 차이가 나면 서로 존대를 써야 한다.<도덕 1, 97>
(6), (7)은 주어에 대한 자동사가 잘못 쓰인 예들이다. '말'은 '유통되는' 것이 아니고 '유행하는' 것이다. '손때'는 '어리는' 것이 아니고 '묻는' 것이다. (8), (9)는 목적어가 있는 문장이고 동사는 타동사가 왔지만 목적어와 타동사가 어울리지 않는다. '가다듬다'와 잘 어울리는 목적어는 '마음'일 것이고 '문장'을 목적어로 할 때 어울리는 동사는 '다듬다'나 '고치다'일 것이다. (9)의 '추진하다'도 목적어가 '발전'일 때에는 적당하지 못하다. (10)에서는 목적어를 '존대'로 둔다고 하면 동사는 '하다'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동사를 '쓰다'로 한다면 목적어는 '존댓말'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계는 주어나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성분 사이에도 서로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음이 있다.
(11)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사회, 53>
(12) 당사자 중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 때문에<사회, 46>
(13) 돈을 번 사람들에 대해 존중보다는 냉소의 눈길을 보내는 경우마저 생겨났다.<도덕 3, 199>
(14) 몇십 년 이래의 가뭄이라고 합니다. <국어 1-1, 174>
(11)은 목적어와 타동사 관계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폐기물'은 '처분하기'보다는 '처리해야' 하는 것이니까 '처분장'보다는 '처리장'이 나을 것이다. (12)에서는 뒤에 부정 표현이 오면 '누구'보다는 '아무'가 더 좋다. (13)에서는 문맥으로 보아 '존중'보다는 '존경'이 어울릴 것이다. '이래'는 어느 한 시점으로부터를 이르는 말이고 '몇십 년'은 시점을 이르는 말이 아니므로 '이래'가 아닌 '만'을 써야 옳은 문장이 된다.
어떤 조사를 쓸 것인가 하는 것도 뒤에 오는 동사나 다른 요소, 앞에 오는 명사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15) 1회용 접시는 플라스틱에 염화플루오르화탄소와 섞어서 만든 것이다.<환경, 149>
(16) 그러면 우리는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국어 1-1, 153>
(17) 물이 산성화 정도에 따라서 죽는 생물의 종류가 달라진다.<환경, 103>
(18) 컴퓨터에게 일의 처리를 지시하는 명령<컴퓨터, 112>
(15), (16)의 조사는 뒤에 오는 동사가 결정해 주는데, 다른 조사를 써서 잘못된 예이다. '섞다'는 '-와 -을/를 섞다'로 쓰이거나 '-에 -을/를 섞다'로 쓰이는 동사이고 앞에 '에'가 왔으므로 다른 명사에는 '을/를'이 와야 한다. '대처하다'는 '-에 대처하다'의 형식으로 쓰는 동사이니까 '문제를'은 '문제에'로 고쳐야 한다. (17)은 뒤에 '산성화'라는 명사구가 오므로 앞의 구성은 관형 구성이 와야 한다. 따라서 '물이'는 '물의'가 되어야 한다. (18)에서 '컴퓨터'는 유정물이 아니므로 '에게'가 아닌 '에'가 와야 한다.
어휘에 따라서는 다른 요소의 모습에 간섭을 하는 것이 있다.
(19) 부지런하기로 널리 알려진 우리 민족<윤리, 293>
동사가 '소문나다'이었다면 '부지런하기로'가 옳겠지만 '알려진'이 오면 '부지런한 것으로'가 되어야 옳은 문장이 된다.
어휘 하나를 잘못 씀으로써 의도하는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20) 김조순은 딸을 왕비로 들임으로써 그의 정치적 기반을 한층 더 굳히고, 그 일가인 안동 김씨에게 정부의 요직을 안배하여 안동 김씨의 세도 정치가 전개되었다.<국사(하)-고, 20>
(20)에서는 김조순을 '그'로 받은 것이다. 그러나 김조순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확실히 하는 방법은 '그'를 '자신'으로 바꾸는 것이다.
교과서에 많이 쓰는 표현으로 접미사 '-시키다'와 부사 '보다'가 있다. '-시키다'는 잘못 쓰는 경우가 많고 '보다'는 '더욱'보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키다'를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하도록 하는 경우에 쓴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시키다'를 '-하다' 대신 쓰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21) 신라는 … 국력을 정복 사업에 집중시켰다.<국사(상)-고, 60>
(22) 의장은 회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회의를 원만하게 진행시켜야 한다.<국어 3-1, 130>
(23) 우리는 남북 통일을 빠른 시일 안에 성취시켜야 하겠다.<국사(하)-고, 194>
(21)에서 국력을 정복 사업에 집중한 것은 다른 나라에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이 아니고 신라 스스로 한 것이므로 '집중시켰다'가 아닌 '집중했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 (22)에서도 의장이 다른 사람에게 회의를 진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진행시켜야'가 아닌 '진행해야'로 하는 것이 정확한 것이다. (23)에서도 통일을 다른 나라 사람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성취한다는 의미일 것이므로 '성취시켜야'는 '성취해야'로 해야 할 것이다.
'보다'는 조사로 쓰이던 것이 일본어의 영향을 받아 부사로까지 쓰이게 되었다고 하는 것인데 같은 문맥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더욱'을 쓴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24) 보다 높은 복지 추진을 위하여<사회, 154>
(25) 그들이 사용한 토기도 보다 다양해졌다.<국사(상), 22>
신문, 잡지에서 명사나 어근이 '-하다'나 '-되다' 등의 접미사 없이 쓰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도 이런 모습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26) 비교,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국어(상), 393>
(27) 통찰, 분석, 탐구하는 데<국어(상), 428>
(28) 내용이 복잡 다양하며<정치, 180>
(29) 국어를 정화 혹은 순화하기<국어(하), 46>
(30) 혼합 또는 유형화한다<국어(하), 32>
(31) 약사회측은 보사부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진정에 항의, 한의사회 회장을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등<정치, 126>
(32) 작성된 계산표의 자료를 수정, 추가, 삭제 등의 편집 작업을 통하여 계산표의 내용을 변경시킬 수 있다<컴퓨터, 100>
가장 흔한 모습은 (26)에서와 같이 접미사 '-하다'와 그 활용 어미가 들어갈 자리에 쉼표를 쓰는 것이다. (27)은 이런 것이 하나에 그치지 않고 두 개가 쓰인 것이다. (28)은 쉼표도 없이 쓰인 것이다. '내용이'는 주어이고 '다양하다'는 형용사이니 그 사이에 들어 있는 '복잡'은 부사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부사가 아니다. 간편하게 쓰고자 한 것이 문법적인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29), (30)은 쉼표가 아닌 접속어 '혹은', '또는'이 쓰인 것으로 이것도 역시 문장 구성에 있어 문제를 보이고 있다. 접속되고 있는 두 대상이 동질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어미 '-거나'를 써서 피하는 것이 좋겠다. 즉 (29)의 '정화 혹은'은 '정화하거나'로, (30)의 '혼합 또는'은 '혼합하거나'로 바꾸면 된다. (31)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26)∼(30)의 예는 쉼표나 '혹은', '또는' 앞뒤의 동사가 앞에 오는 요소를 공유하고 있지만 (31)은 각기 다른 요소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항의'와 '맞고소하는'이 각각 다른 요소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의 극단은 (32)일 것이다. 목적격 조사를 취한 목적어가 있는데 마지막 명사에 와야 할 '-하다'와 그 활용 어미가 없어 명사가 타동사 역할을 하고 있는 아주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명사나 어근이 조사나 다른 요소가 붙지 않은 채 부사처럼 쓰이고 있는 예를 볼 수 있다. 물론 구어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느 사전에도 이런 것들에 부사의 용법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33) 쿠웨이트를 기습 침공하여<정치, 221>
(34) 외화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경제, 150>
(35) 개별 상품의 가격 변동률을 단순 평균하는 경향이 있다.<경제, 179>
(36) 서양 상품이 불법 유입되고 있었다.<국사(하)-고, 71>
'기습적으로', '집중적으로', '단순히', '불법적으로'로 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3. 나열과 접속
단어나 그 이상의 단위를 나열하고 접속하는 데에도 신문, 잡지의 특징적인 모습이나 잘못 쓰이는 모습을 교과서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먼저 이야기할 것은 두 단어를 가운뎃점을 이용하여 줄이는 예인데 이 가운데에는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어 굳이 가운뎃점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 있는가 하면 말로는 그렇게 줄여 말할 것 같지 않은 예들도 있다.
(37)의 예들은 하나의 단어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가운뎃점을 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38)의 예들은 구어에선 쓰지 않을 듯한 예들이다.
둘 이상을 접속하거나 나열할 때에는 그 대상이 동질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39)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경제, 248>
(40) 생산 및 수출국<경제, 246>
(41) 청년, 지식인층<국사(하)-고, 162>
(42) 경기, 충청, 전라도<국사(상)-고, 53>
(39)∼(42)의 예들은 가운뎃점을 써서 나타내던 것과 같은 모습이지만 이 예들을 인정하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또는', '및', 쉼표 앞뒤가 동질적인 것이 되도록 각각 (34')∼(37')과 같이 고쳐야 한다.
(39')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40') 생산국 및 수출국
(41') 청년층, 지식인층
(42')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내용은 동질적이지만 구조가 동질적이지 못한 예도 볼 수 있다.
(43) 북한의 개방과 대남 자세가 개선되면<경제, 242>
(44) 구성원들은 소외 의식을 느끼지 않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문제 해결과 한번 결정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사회 3, 19>
(43), (44)는 명사구와 절이 접속되어 있다. 따라서 앞의 명사구를 절로 바꾸어야 한다. 각각 (43'), (44')와 같이 고칠 수 있다.
(43') 북한이 개방되고 대남 자세가 개선되면<경제, 242>
(44') 구성원들은 소외 의식을 느끼지 않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번 결정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사회 3, 19>
(43), (44)와는 달리 앞에 동사구나 절이 오고 뒤에 명사구가 오는 경우도 볼 수 있다.
(45) 우리나라도 국제 환경 회의에 참여하고, 환경 협약 가입 등을 통해 지구 환경 문제의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환경, 200>
(46) 농민들은 이전부터 귀족에게 토지를 빼앗기고, 과중한 수취로 유민이 되거나 때로는 도적이 되기도 하였다.<국사(상)-중, 118>
(47) 어휘 변동의 폭이 엄청나게 크고,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국어(하), 45>
(48) 60대의 노년층이 쓰는 말과 청소년층의 말을 비교해 보면<문법, 4>
나열되거나 접속되는 것은 동질적인 것이지만 공유하고 있는 요소와의 관계에 차이가 있어 자연스럽지 못한 예도 볼 수 있다.
(49) 우리는 한 개인으로서 사양, 관용, 사랑을 베풀어야 하겠지만,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윤리, 82>
(50)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적응하기에는<사회, 112>
(49)에서 '사양, 관용, 사랑'은 같은 명사이고 내용도 어느 정도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관용, 사랑'에 대해서는 '베풀다'를 쓸 수 있지만 '사양'에 대해서는 '베풀다'를 쓸 수 없다. (50)은 '유지하다'나 '적응하다'가 모두 동사이기는 하나 '유지하다'가 타동사이고 '적응하다'는 '-에'라는 부사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이 되었다.
4. 그 외의 예
일반적인 간소화 추세와는 달리 거의 비슷한 내용의 말을 불필요하게 반복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51) 사회 활동에서 각종 제한이 많았다.<국사(하), 39>
(52) 윤리적인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더욱 질서가 확립되고 인간미 넘치는 사회가 될 수 있으며<윤리, 17>
(53) 잦은 개헌과 정권의 변동이 계속되면서<정치, 49>
(51)에서는 '많다'가 있으므로 '각종'은 불필요하고 (52)에서는 '사회'를 두 번 반복할 필요가 없으며 (53)에서도 '계속되다'가 있으므로 '잦은'은 불필요하다.
문법적인 면에서 잘못을 보이는 예를 볼 수 있다.
(54)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의 철수 및 이란-이라크 전쟁에서의 휴전 성취<정치, 233∼234>
(55) 국제 경제 기구에 주도적인 참여국이 되기 위해서<정치, 234>
(54)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가 수식하는 것은 '철수'라는 명사이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부사어이다. 부사어가 명사를 수식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둘 중 하나를 고쳐야 하고 나머지 부분도 그에 따라 적절하게 고쳐야 한다. (55)에서도 '국제 경제 기구에'가 수식하는 것은 '참여국'이 될 수밖에 없다. 역시 둘 중 하나를 고치고 나머지 부분도 그에 맞게 고쳐야 한다.
다음의 예들은 띄어쓰기에 문제가 있는 예들인데 이와 같이 띄어쓰기를 하면 문법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
띄어쓰기를 한 다음의 요소들은 동사나 형용사이니 앞에 오는 요소들은 이들의 주어가 되거나 목적어가 되거나 부사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하나도 이렇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 단어로 보아 붙여 쓰는 것이 문법적으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동사구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명사구를 사용하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57) 부단한 언어 훈련을 해야 한다<문법, 146>
(58) 자율 학습의 원활한 성취를 위하여<국어(하), 282>
(59) 비록 어렵다 하더라도 장기 계획 아래 그러한 개선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국어(상), 318>
(57)∼(59)에서는 명사구로 하려다 보니 동사나 형용사를 부사나 부사형으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관형사형으로 만들어 명사를 수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어+(목적어)+서술어' 구성으로 하면 자연스러울 문장을 '-에 의해' 구문으로 만든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60) 시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사람들로<정치, 4>
(61) 순조가 즉위한 이후 철종 때까지 … 외척 세력에 의하여 세도 정치가 실시되었다.<국사(하)-중, 30>
(60'), (61')과 같이 고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60')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사람들로
(61') 순조가 즉위한 이후 철종 때까지 … 외척 세력이 세도 정치를 실시하였다.
문단을 나누는 데에서도 주의가 부족한 점이 보인다. 중간에 엉뚱한 문장이 들어가 통일성을 깨트리는가 하면 문단에 대한 생각 없이 한 문장을 그대로 한 문단으로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62) 둘째, 높임법의 발달을 들 수 있다. 높임법은 상하 관계를 존중하던 사회 구조의 영향으로 발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침묵은 금'이라고하여 말을 삼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는가 하면, 높임법과 높임말이 다음과 같이 발달하였다. <국어(상), 102>
(62)의 문단은 높임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문단인데 엉뚱하게 말에 대한 조상들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5. 맺 음 말
교과서의 문장의 모습은 우리 문장의 모습을 그대로 말해 준다. 교과서는 그래도 다른 것에 비해 관심을 많이 쏟은 경우일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는 가운데 다듬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그런 노력이 덜 들어갔을 교과서가 아닌 다른 곳의 문장은 어떠할 것인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글을 쓰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 교과서에 실리는 글일 때에는 그 중요성을 생각하여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는 문장의 오류 유형이나 바른 문장에 대한 연구가 진척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계속 지적되는 내용이 반복하여 지적되고 있는 정도이며 어떤 잘못된 문장이 있을 때 왜 그 문장이 잘못된 문장인지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잘못된 문장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어떻게 쓰는 것이 바른 문장을 쓰는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축적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 출전 : 새국어생활, 1999 겨울호. 국립국어연구원.
이현우/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
1. 머리말
교과서의 문장은 우리가 흔히 대하는, 이를테면 신문이나 잡지 등의 문장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은 교과서에 있는 문장은 모두 옳은 문장일 뿐만 아니라 가장 훌륭한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학생들은 모르는 사이에 교과서에 있는 문장에 젖어 글을 쓸 때 교과서에 있는 그대로 쓰게 된다. 교과서의 문장은 조그마한 잘못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모범적인 문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신문이나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잘못된 표현이 나타나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흔히 잘못된 유형이라고 하는 예들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문장을 쓰는 데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을 교과서에 나타나는 예를 가지고 살펴보기로 한다.
2. 어휘의 사용
어휘의 사용에서 보이는 잘못은 먼저 해당 어휘 요소가 필요로 하는 필수 성분과 관련된 것이다. 우선 이야기할 것은 있어야 할 필수 성분이 보이지 않는 경우이다.
(1) 조화 있고 질서 있는 세계에까지 높인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국어(상)*, 304>
(2) 우리들은 목욕 재계(沐浴齋戒)하고 지극히 삼가던 마음으로<국어 1-1, 175>
(3) 붉은 물감으로 귀신을 쫓고 복을 비는 글을 써서 붙이기도 하였다.<국어 1-1, 70>
(4) 우리 민족은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 민족으로 국가 생활을 유지해 왔다. 때로는 정치적 분열과 항쟁이 없지 않았고<국사(상)-중, 9>
(1)의 '높인', (2)의 '삼가던'은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타동사이다. 그런데 목적어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높이고 무엇을 삼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3)의 '붙이기'는 목적어는 있지만 붙인 곳을 나타내 주어야 할 부사어가 빠져 있어 어디에 붙였는지 알 수 없다. (4)에서는 '항쟁'의 대상이 표현되어 있지 않다.
이와는 달리 불필요한 성분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5) 자기 부모를 공경하는 자는 감히 남에게 오만하지 않는다.<윤리, 71>
'오만하다'는 '-에게'라는 성분이 필요 없는 형용사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남에게'라는 불필요한 부사어가 들어가 있다.
필요한 성분이 있기는 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것이 들어가 있는 문장이 적지 않다.
(6) 최근에는 '컴퓨터 혁명'이나 '컴퓨토피아'와 같은 말이 유통되고 있다. <윤리, 111>
(7) 우리 가족의 손때가 어린 우리 집 대문을 … <국어 1-1, 131>
(8) 다음 문장을 어법에 맞게 바르게 가다듬어 보자.<국어 1-2, 131>
(9)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조상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역사의 발전을 바르게 추진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국사(상)-중, 5>
(10) 나이가 5년 이상 차이가 나면 서로 존대를 써야 한다.<도덕 1, 97>
(6), (7)은 주어에 대한 자동사가 잘못 쓰인 예들이다. '말'은 '유통되는' 것이 아니고 '유행하는' 것이다. '손때'는 '어리는' 것이 아니고 '묻는' 것이다. (8), (9)는 목적어가 있는 문장이고 동사는 타동사가 왔지만 목적어와 타동사가 어울리지 않는다. '가다듬다'와 잘 어울리는 목적어는 '마음'일 것이고 '문장'을 목적어로 할 때 어울리는 동사는 '다듬다'나 '고치다'일 것이다. (9)의 '추진하다'도 목적어가 '발전'일 때에는 적당하지 못하다. (10)에서는 목적어를 '존대'로 둔다고 하면 동사는 '하다'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동사를 '쓰다'로 한다면 목적어는 '존댓말'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계는 주어나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성분 사이에도 서로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음이 있다.
(11)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사회, 53>
(12) 당사자 중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 때문에<사회, 46>
(13) 돈을 번 사람들에 대해 존중보다는 냉소의 눈길을 보내는 경우마저 생겨났다.<도덕 3, 199>
(14) 몇십 년 이래의 가뭄이라고 합니다. <국어 1-1, 174>
(11)은 목적어와 타동사 관계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폐기물'은 '처분하기'보다는 '처리해야' 하는 것이니까 '처분장'보다는 '처리장'이 나을 것이다. (12)에서는 뒤에 부정 표현이 오면 '누구'보다는 '아무'가 더 좋다. (13)에서는 문맥으로 보아 '존중'보다는 '존경'이 어울릴 것이다. '이래'는 어느 한 시점으로부터를 이르는 말이고 '몇십 년'은 시점을 이르는 말이 아니므로 '이래'가 아닌 '만'을 써야 옳은 문장이 된다.
어떤 조사를 쓸 것인가 하는 것도 뒤에 오는 동사나 다른 요소, 앞에 오는 명사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15) 1회용 접시는 플라스틱에 염화플루오르화탄소와 섞어서 만든 것이다.<환경, 149>
(16) 그러면 우리는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국어 1-1, 153>
(17) 물이 산성화 정도에 따라서 죽는 생물의 종류가 달라진다.<환경, 103>
(18) 컴퓨터에게 일의 처리를 지시하는 명령<컴퓨터, 112>
(15), (16)의 조사는 뒤에 오는 동사가 결정해 주는데, 다른 조사를 써서 잘못된 예이다. '섞다'는 '-와 -을/를 섞다'로 쓰이거나 '-에 -을/를 섞다'로 쓰이는 동사이고 앞에 '에'가 왔으므로 다른 명사에는 '을/를'이 와야 한다. '대처하다'는 '-에 대처하다'의 형식으로 쓰는 동사이니까 '문제를'은 '문제에'로 고쳐야 한다. (17)은 뒤에 '산성화'라는 명사구가 오므로 앞의 구성은 관형 구성이 와야 한다. 따라서 '물이'는 '물의'가 되어야 한다. (18)에서 '컴퓨터'는 유정물이 아니므로 '에게'가 아닌 '에'가 와야 한다.
어휘에 따라서는 다른 요소의 모습에 간섭을 하는 것이 있다.
(19) 부지런하기로 널리 알려진 우리 민족<윤리, 293>
동사가 '소문나다'이었다면 '부지런하기로'가 옳겠지만 '알려진'이 오면 '부지런한 것으로'가 되어야 옳은 문장이 된다.
어휘 하나를 잘못 씀으로써 의도하는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20) 김조순은 딸을 왕비로 들임으로써 그의 정치적 기반을 한층 더 굳히고, 그 일가인 안동 김씨에게 정부의 요직을 안배하여 안동 김씨의 세도 정치가 전개되었다.<국사(하)-고, 20>
(20)에서는 김조순을 '그'로 받은 것이다. 그러나 김조순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확실히 하는 방법은 '그'를 '자신'으로 바꾸는 것이다.
교과서에 많이 쓰는 표현으로 접미사 '-시키다'와 부사 '보다'가 있다. '-시키다'는 잘못 쓰는 경우가 많고 '보다'는 '더욱'보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키다'를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하도록 하는 경우에 쓴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시키다'를 '-하다' 대신 쓰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21) 신라는 … 국력을 정복 사업에 집중시켰다.<국사(상)-고, 60>
(22) 의장은 회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회의를 원만하게 진행시켜야 한다.<국어 3-1, 130>
(23) 우리는 남북 통일을 빠른 시일 안에 성취시켜야 하겠다.<국사(하)-고, 194>
(21)에서 국력을 정복 사업에 집중한 것은 다른 나라에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이 아니고 신라 스스로 한 것이므로 '집중시켰다'가 아닌 '집중했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 (22)에서도 의장이 다른 사람에게 회의를 진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진행시켜야'가 아닌 '진행해야'로 하는 것이 정확한 것이다. (23)에서도 통일을 다른 나라 사람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성취한다는 의미일 것이므로 '성취시켜야'는 '성취해야'로 해야 할 것이다.
'보다'는 조사로 쓰이던 것이 일본어의 영향을 받아 부사로까지 쓰이게 되었다고 하는 것인데 같은 문맥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더욱'을 쓴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24) 보다 높은 복지 추진을 위하여<사회, 154>
(25) 그들이 사용한 토기도 보다 다양해졌다.<국사(상), 22>
신문, 잡지에서 명사나 어근이 '-하다'나 '-되다' 등의 접미사 없이 쓰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도 이런 모습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26) 비교,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국어(상), 393>
(27) 통찰, 분석, 탐구하는 데<국어(상), 428>
(28) 내용이 복잡 다양하며<정치, 180>
(29) 국어를 정화 혹은 순화하기<국어(하), 46>
(30) 혼합 또는 유형화한다<국어(하), 32>
(31) 약사회측은 보사부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진정에 항의, 한의사회 회장을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등<정치, 126>
(32) 작성된 계산표의 자료를 수정, 추가, 삭제 등의 편집 작업을 통하여 계산표의 내용을 변경시킬 수 있다<컴퓨터, 100>
가장 흔한 모습은 (26)에서와 같이 접미사 '-하다'와 그 활용 어미가 들어갈 자리에 쉼표를 쓰는 것이다. (27)은 이런 것이 하나에 그치지 않고 두 개가 쓰인 것이다. (28)은 쉼표도 없이 쓰인 것이다. '내용이'는 주어이고 '다양하다'는 형용사이니 그 사이에 들어 있는 '복잡'은 부사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부사가 아니다. 간편하게 쓰고자 한 것이 문법적인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29), (30)은 쉼표가 아닌 접속어 '혹은', '또는'이 쓰인 것으로 이것도 역시 문장 구성에 있어 문제를 보이고 있다. 접속되고 있는 두 대상이 동질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어미 '-거나'를 써서 피하는 것이 좋겠다. 즉 (29)의 '정화 혹은'은 '정화하거나'로, (30)의 '혼합 또는'은 '혼합하거나'로 바꾸면 된다. (31)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26)∼(30)의 예는 쉼표나 '혹은', '또는' 앞뒤의 동사가 앞에 오는 요소를 공유하고 있지만 (31)은 각기 다른 요소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항의'와 '맞고소하는'이 각각 다른 요소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의 극단은 (32)일 것이다. 목적격 조사를 취한 목적어가 있는데 마지막 명사에 와야 할 '-하다'와 그 활용 어미가 없어 명사가 타동사 역할을 하고 있는 아주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명사나 어근이 조사나 다른 요소가 붙지 않은 채 부사처럼 쓰이고 있는 예를 볼 수 있다. 물론 구어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느 사전에도 이런 것들에 부사의 용법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33) 쿠웨이트를 기습 침공하여<정치, 221>
(34) 외화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경제, 150>
(35) 개별 상품의 가격 변동률을 단순 평균하는 경향이 있다.<경제, 179>
(36) 서양 상품이 불법 유입되고 있었다.<국사(하)-고, 71>
'기습적으로', '집중적으로', '단순히', '불법적으로'로 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3. 나열과 접속
단어나 그 이상의 단위를 나열하고 접속하는 데에도 신문, 잡지의 특징적인 모습이나 잘못 쓰이는 모습을 교과서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먼저 이야기할 것은 두 단어를 가운뎃점을 이용하여 줄이는 예인데 이 가운데에는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어 굳이 가운뎃점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 있는가 하면 말로는 그렇게 줄여 말할 것 같지 않은 예들도 있다.
(37)의 예들은 하나의 단어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가운뎃점을 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38)의 예들은 구어에선 쓰지 않을 듯한 예들이다.
둘 이상을 접속하거나 나열할 때에는 그 대상이 동질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39)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경제, 248>
(40) 생산 및 수출국<경제, 246>
(41) 청년, 지식인층<국사(하)-고, 162>
(42) 경기, 충청, 전라도<국사(상)-고, 53>
(39)∼(42)의 예들은 가운뎃점을 써서 나타내던 것과 같은 모습이지만 이 예들을 인정하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또는', '및', 쉼표 앞뒤가 동질적인 것이 되도록 각각 (34')∼(37')과 같이 고쳐야 한다.
(39')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40') 생산국 및 수출국
(41') 청년층, 지식인층
(42')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내용은 동질적이지만 구조가 동질적이지 못한 예도 볼 수 있다.
(43) 북한의 개방과 대남 자세가 개선되면<경제, 242>
(44) 구성원들은 소외 의식을 느끼지 않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문제 해결과 한번 결정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사회 3, 19>
(43), (44)는 명사구와 절이 접속되어 있다. 따라서 앞의 명사구를 절로 바꾸어야 한다. 각각 (43'), (44')와 같이 고칠 수 있다.
(43') 북한이 개방되고 대남 자세가 개선되면<경제, 242>
(44') 구성원들은 소외 의식을 느끼지 않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번 결정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사회 3, 19>
(43), (44)와는 달리 앞에 동사구나 절이 오고 뒤에 명사구가 오는 경우도 볼 수 있다.
(45) 우리나라도 국제 환경 회의에 참여하고, 환경 협약 가입 등을 통해 지구 환경 문제의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환경, 200>
(46) 농민들은 이전부터 귀족에게 토지를 빼앗기고, 과중한 수취로 유민이 되거나 때로는 도적이 되기도 하였다.<국사(상)-중, 118>
(47) 어휘 변동의 폭이 엄청나게 크고,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국어(하), 45>
(48) 60대의 노년층이 쓰는 말과 청소년층의 말을 비교해 보면<문법, 4>
나열되거나 접속되는 것은 동질적인 것이지만 공유하고 있는 요소와의 관계에 차이가 있어 자연스럽지 못한 예도 볼 수 있다.
(49) 우리는 한 개인으로서 사양, 관용, 사랑을 베풀어야 하겠지만,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윤리, 82>
(50)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적응하기에는<사회, 112>
(49)에서 '사양, 관용, 사랑'은 같은 명사이고 내용도 어느 정도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관용, 사랑'에 대해서는 '베풀다'를 쓸 수 있지만 '사양'에 대해서는 '베풀다'를 쓸 수 없다. (50)은 '유지하다'나 '적응하다'가 모두 동사이기는 하나 '유지하다'가 타동사이고 '적응하다'는 '-에'라는 부사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이 되었다.
4. 그 외의 예
일반적인 간소화 추세와는 달리 거의 비슷한 내용의 말을 불필요하게 반복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51) 사회 활동에서 각종 제한이 많았다.<국사(하), 39>
(52) 윤리적인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더욱 질서가 확립되고 인간미 넘치는 사회가 될 수 있으며<윤리, 17>
(53) 잦은 개헌과 정권의 변동이 계속되면서<정치, 49>
(51)에서는 '많다'가 있으므로 '각종'은 불필요하고 (52)에서는 '사회'를 두 번 반복할 필요가 없으며 (53)에서도 '계속되다'가 있으므로 '잦은'은 불필요하다.
문법적인 면에서 잘못을 보이는 예를 볼 수 있다.
(54)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의 철수 및 이란-이라크 전쟁에서의 휴전 성취<정치, 233∼234>
(55) 국제 경제 기구에 주도적인 참여국이 되기 위해서<정치, 234>
(54)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가 수식하는 것은 '철수'라는 명사이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부사어이다. 부사어가 명사를 수식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둘 중 하나를 고쳐야 하고 나머지 부분도 그에 따라 적절하게 고쳐야 한다. (55)에서도 '국제 경제 기구에'가 수식하는 것은 '참여국'이 될 수밖에 없다. 역시 둘 중 하나를 고치고 나머지 부분도 그에 맞게 고쳐야 한다.
다음의 예들은 띄어쓰기에 문제가 있는 예들인데 이와 같이 띄어쓰기를 하면 문법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
띄어쓰기를 한 다음의 요소들은 동사나 형용사이니 앞에 오는 요소들은 이들의 주어가 되거나 목적어가 되거나 부사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하나도 이렇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 단어로 보아 붙여 쓰는 것이 문법적으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동사구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명사구를 사용하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57) 부단한 언어 훈련을 해야 한다<문법, 146>
(58) 자율 학습의 원활한 성취를 위하여<국어(하), 282>
(59) 비록 어렵다 하더라도 장기 계획 아래 그러한 개선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국어(상), 318>
(57)∼(59)에서는 명사구로 하려다 보니 동사나 형용사를 부사나 부사형으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관형사형으로 만들어 명사를 수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어+(목적어)+서술어' 구성으로 하면 자연스러울 문장을 '-에 의해' 구문으로 만든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60) 시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사람들로<정치, 4>
(61) 순조가 즉위한 이후 철종 때까지 … 외척 세력에 의하여 세도 정치가 실시되었다.<국사(하)-중, 30>
(60'), (61')과 같이 고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60')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사람들로
(61') 순조가 즉위한 이후 철종 때까지 … 외척 세력이 세도 정치를 실시하였다.
문단을 나누는 데에서도 주의가 부족한 점이 보인다. 중간에 엉뚱한 문장이 들어가 통일성을 깨트리는가 하면 문단에 대한 생각 없이 한 문장을 그대로 한 문단으로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62) 둘째, 높임법의 발달을 들 수 있다. 높임법은 상하 관계를 존중하던 사회 구조의 영향으로 발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침묵은 금'이라고하여 말을 삼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는가 하면, 높임법과 높임말이 다음과 같이 발달하였다. <국어(상), 102>
(62)의 문단은 높임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문단인데 엉뚱하게 말에 대한 조상들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5. 맺 음 말
교과서의 문장의 모습은 우리 문장의 모습을 그대로 말해 준다. 교과서는 그래도 다른 것에 비해 관심을 많이 쏟은 경우일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는 가운데 다듬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그런 노력이 덜 들어갔을 교과서가 아닌 다른 곳의 문장은 어떠할 것인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글을 쓰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 교과서에 실리는 글일 때에는 그 중요성을 생각하여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는 문장의 오류 유형이나 바른 문장에 대한 연구가 진척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계속 지적되는 내용이 반복하여 지적되고 있는 정도이며 어떤 잘못된 문장이 있을 때 왜 그 문장이 잘못된 문장인지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잘못된 문장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어떻게 쓰는 것이 바른 문장을 쓰는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축적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