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들의 일상의 변화
김상명(제주국제대학교 교수/비상임 제민논설위원)
세계경제포럼이 리서치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세계 28개국 성인(16~74세) 2만1000명을 대상으로 8월 21일~9월 4일 실시한 코로나19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변화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자의 72%는 ‘개인의 삶’도 크게 바뀌기를 원했다.
일부 언론이나 몇몇 학자들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인들의 일상을 망가뜨렸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팬데믹 시대로의 티핑포인트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전염병 경보단계를 1단계에서 6단계까지 구분하고,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를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대유행)’이라 명명하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서는 ‘팬데믹’이라는 용어를 대체할 ‘감염병 세계적 유행’이라는 말을 선정․발표한바 있다.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다.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무역장벽으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모든 일상들이 홍역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 동안 도시화, 자동화, 세계화, 기후변화로 2009년 신종인플루앤자를 필두로 메르스(2012년), 서아프리카 에볼라(2014년), 2020년 코로나19 절정에 일상 트랜드의 티핑포인트가 됐다.
코로나19가 언컨택트(Uncontact)에 가속 페달을 밟은 셈이다. 이는 노동시간의 단축과 소비문화의 변화, 자동화로 성장과 고용 없는 시대, 노동자들의 소외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팬데믹 시대 비대면 트랜드의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거부하고 때로는 친절마저도 불편하게 느끼는 우리들의 일상에 편리한 단절이 아닐까?
지금 우리는 ‘생활 속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언컨택트시대에 살고 있다. 언컨택트는 ‘비접촉, 비대면 또는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컨택트(Contact)의 반대되는 의미이다.
세상은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연결되어 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고 있는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등에서 이미 우리는 경험했다. 사람과 접촉을 하지 않는 다양한 소통 수단이 더 편리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불편한 이야기를 직접 접촉해 소통하기보다는 이러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우리들의 일상의 변화
우리들의 일상은 이미 비접촉․비대면의 온라인 구매를 더 선호하는 트랜드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의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하는 문화에서 꼭 필요한 만큼의 주문 배달문화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는 젊은 시대들이 복잡한 매장과 쇼핑의 피곤함, 시간 소비의 회피, 접촉으로부터 피하고 싶은 욕구도 한 몫하고 있다.
은행들의 비대면 금융서비스, 패스트푸드나 일반 식당에서 무인 주문시스템, 드라이브스루 주문, 배달앱, 홈쇼핑,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으로 우리들의 일상은 언컨택트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음식문화의 주문생산과 배달문화의 가속화, 대규모 모임의 동창회, 체육대회, 축제의 화상문화 가속화, 대형마트에서 편의점의 선호, 종교행사의 대면 중심에서 비대면 온라인, 사무실의 대면시설에서 비대면 공유로 변화, 경조사문화의 변화, 의료계에서 원격의료화, 주검 및 가족문화의 변화되고, 집회 및 시위문화도 바뀌고 있다.
채용방식은 ‘화상면접’으로 대체하고, 인공지능, 안면인식, 전자투표, 스마트팩토리, 로봇, 원격진료, 재택근무, 이러닝, 증강현실, 가상현실, 온라인 강의, 애자일, 디지털노마드, O2O, 화상비지니스, IoT, 리모트워크, 드론, 드라이브스루, 앱, 유튜브, 무인시스템 등이 이미 우리에게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언컨택트 수단은 향후 우리의 일상이나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불안’과 ‘편리’가 언컨택트의 삶의 흐름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런 삶의 방식 변화는 사람과의 접촉이나 교류의 단절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불안에서 벗어나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한 삶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일보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일상에서 언컨택트시대의 트랜드를 읽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