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이야기
옛날옛날에 말이여 영암골 월출산 자락에 마음씨 좋은 부부가 살았지. 그런디 얼마나 금슬이 좋았냐 허면 잠을 잘 때도 손잡고 자고 밥 묵을 때도 손잡고 먹고 나드리 갈 때도 손잡고 가고 맨날 붙어만 있는 거여. 긍게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였당께.
근디 이렇크롬 사이가 좋으면 항시 마가 끼는 뱁이여. 긍게 그 둘 사이를 하늘이 시샘했는지 슬하에 자식이 없는 거여. 긍게 정안수 떠놓고 빌기도 하고 우체통에게 절도 해 보고 절에 가서 불공도 드려도 헛탕이었지. 세월만 흘러흘러 늙은이가 되어 버렸지. 그래도 자식 낳을 궁리는 버리지 않았어.
하루는 용하디 용하다는 점장이를 찾아 갔지. 그렁게 그 점장이가 갈쳐 줬어. 월출산에 있는 마애석불에게 백일 치성을 드리면 효험을 얻는다고 그랴서 노부부는 월출산 중턱에 있는 마애석불에게 치성을 드리러 갔지.
"비나이다 비나이다 석불님께 비나이다 우리 부부에게 떡두꺼비 같은 자식 하나 맺어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를 100일 간이나 드렸지.
어느 날 부인이 냇가에서 빨래를 허러 갔어. 그런디 아 글쎄 빨간 사과가 둥둥 떠내려오는 거여.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다섯 개나 말이여.
"어매! 이게 웬 떡이여!" 허면서 사과를 허겁지겁 먹었지. 마침 배도 고프고 해서 네 개를 다 먹고는 나머지 한 개도 반 쪽으로 팍 쪼개서 먹는디 갑자기 영감 생각이 나는 거여. 병환이 나서 자리에 누워있는 영감이 말이여. 그래서 그걸 가지고 집에 가서 즙을 내서 영감에게 주웠지. 그렁게 아 글쎄 영감이 그걸 먹고는 자리에서 뻘떡 일어나는 거여. 그 사과가 보통 사과가 아니었던 거여.
그렁게 부인에게도 이상헌 일이 벌어졌지. 신통한 사과를 네 개 하고도 반쪽을 더 먹었으니 말이여.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렇지 그렇지.. 아, 글쎄 부인의 배가 남산만 허게 불러오는 거여.
"영감! 나 죽겠어. 배가 아파서...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애기 나올 것 같아.."
이럭크롬 비명 지르면서 벌러덩 누워 버렸는대 아 글쎄 애기가 나오는 거야.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하나요. 둘이요. 셋이요. 넷이요. 다섯이요. 아 글쎄 다섯 쌍둥이를 낳은 거야.
긍게로 노 부부는 너무 기뻐서 어깨춤을 들썩들썩 추웠지.
"영감, 이게 꿈이야, 생시야? 내 뺨 좀 꼬집어 봐!"
"아야! 꿈은 아니구먼... 와 이리 좋노 와 이리 좋노 와 이리 좋노.. 동지섣달 떡 본 듯이 와 이리 좋노.."
이럭크롬 경사가 났지. 그런디 말이여 막내둥이가 병신이었야. 아, 글쎄 반쪽이를 낳은 거야. 눈도 하나고 귀도 하나고 콧구멍도 하나고 팔도 다리도 하나인 거여. 아, 거시기도 반쪽이냐고? 아냐 아냐.. 그것은 그것이야. 아, 긍게 할멈이 마지막 사과를 반쪽만 먹어서 반쪽이가 태어난 거지.
그랴도 다섯 쌍둥이는 노 부부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지. 반쪽이도 한 쪽 발을 캥거루처럼 폴짝폴짝 뛰면서 잘도 다녔지.
근디 커가면서 형들이 반쪽이를 괴롭혔어. 못난이, 병신 허면서 반쪽이를 미워했어. 병신 반쪽이와 형제인 것이 챙피혔던 거지. 그래서 괜히 시비를 걸고 몽둥이 찜질하고 물속에 빠추기도 하면서 왕따를 시켰지. 그니까 반쪽이는 맨날 눈물 바람만 혔어.
하루는 형들이 또 반쪽이를 괴롭히는디 아, 글쎄 월출산 자락 느티나무에다 묶었어. 글고 실컷 때렸어. 너무 많이 때리니까 반쪽이가 소리를 버럭 질렀지. "아야! 아얐!" 그런디 이 소리가 얼마나 큰 지 천둥소리 같았어. 괴롭히던 형들이 모두 나자빠질 정도였어. 형들이 놀라서 뻥하고 일어 서는디 반쪽이가 또 한 번 악을 썼어. "왜 때려!" 하니까 형들이 귀를 막고 줄행랑을 쳐버렸지.
아 글쎄 반쪽이를 풀어 주지도 않고 도망쳐 버린 거야. 반쪽이는 밤 내내 거기 묶여 있었지.
집에 서는 난리가 났어. 반쪽이가 밤이 이슥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까 노부부가 찾은 거여. 형들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허니 큰일 났지. 동네방네 돌아 다니며 반쪽이를 찾았지.
"반쪽아! 반쪽아!" 이렇게 부르면서 눈물 바람으로 들판이고 산기슭이고 사방 간디를 찾아 다녔지. 그 소리를 반쪽이가 들었어.
"와! 엄니다 아부지다." 이러면서 힘을 한 번 팍 쓰니까 느티나무가 우지끈 뽑히는 거야. 반쪽이는 그 느티나무를 등에 달고 산을 내달려 왔지.
"아부지! 어무니! 나 여깄다."
노부부는 반쪽이를 보고 놀라 자빠졌지. 커다란 나무를 등에 짊어지고 산을 내려오니 놀라지 않을 사람 있겠어? 반쪽이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노부부는 화가 잔뜩 났지. 형제간에 우애하라고 가르쳤는데 반쪽이를 산에 묶어 놓고 거짓말까지 혔으니 말이여.
그래서 형들을 불러다 놓고 혼줄을 냈지.
"너그덜 동상을 그렇게 괴롭혀서야 쓰겄냐? 아 작것들아! 몸도 정상이 아닌디 그럭크롬 묶어 놓고 내려오면 어떡혀? 못 봤다고 거짓말까지 허고.. 종아리 걷어!"
"아야! 아야! 아야야.."
형들은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맞았지. 그렁게 반쪽이가 볼 때 지 때문에 형들이 맞는 거라고 여긴거여. 그래서 뛰어 들어서 아부지를 말렸지.
"아부지! 그만 혀요. 형들 잘못 없어요. 지가 잘못혔당게요."
이렇게 그 날 일은 거기서 끝났지. 그런디 반쪽이가 생각헐 때 병신으로 태어난 게 서러운 거여. 그래서 엄니에게 물었지.
"엄니? 지가 어쩌서 이럭크롬 못나게 태어났어요? 이런 반쪽이가 뭐예요?"
그러니까 엄니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마지막 사과를 반쪽만 먹어서 반쪽으로 태어난 거라며 그랴도 나머지 반쪽을 아버지가 먹어서 병환이 나았다고 혔지. 그러니까 반쪽이도 기분이 좋아졌지.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반쪽이가 아부지를 살렸구나"
이렇게 노래 부르면서 춤을 추는 거야.
그런 사정을 알고부터 형들이 반쪽이를 사랑혔지. 반쪽이가 하나도 챙피하지 않은 거여. 그래서 먹을 것도 많이 주고 그네도 태워주고 놀이에도 끼어 주기도 혔지.
하루는 반쪽이가 형들과 함께 월출산 구정봉으로 놀러 갔지. 그런디 백년 묵은 여우가 나타나서 반쪽이를 놀리는 거야.
"오시랑 캥캥! 저 반쪽이 좀 봐라. 너무 못생겼어. 병신도 상병신이야."
이렇게 헐 말 못 헐 말 다 허면서 놀리니까 형들이 말렸어. 그래도 여우는 "반쪽이 병신.. 니 거시기도 반쪽이니? 아, 재밌다. 반쪽이는 반쪽이야."
이렇그롬 심허게 놀리니까 형들이 화가 나서 여우에게 덤벼 들었지. 그런디 그 여우가 재주를 폴딱폴딱 넘으면서 형들을 사정없이 패는 거야. 네 명이 합심해도 여우 한 마리를 당하지 못한 거야. 입술이 터지고 머리가 깨지고 나자빠져서 초주검이 되도록 맞는 거야.
그렁게 반쪽이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소리를 빽 질렀지. 그리고 여우에게 돌진허는디 하나 밖에 없는 발이 스프링이 달렸는지 공중으로 붕 뜨더라고.. 그렇그롬 날아서 여우 목을 잡아서 빙글빙글 돌려서 벼랑바위에 패댕이를 쳐 버렸지. 여우는 비명 한 번 지르지도 못하고 죽어 버렸지.
그런디 벼랑바위가 스르렁 움직이면서 사람 하나 들어갈 틈이 벌어진 거야. 반쪽이가 그 틈새로 들어갔지. 아 긍게 거기가 딴 세상인거야. 무릉도원처럼 말이여 일년 사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새가 우는 거여. 반쪽이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찌웃찌웃 구경허고 있는디 누군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거여. 아 글쎄 미륵보살님인 거여. 거기가 미륵세상이라며 반쪽이 보고 물었지.
"반쪽이 너는 인간세상에 있어야 허는디 어떻게 여기 왔느냐?"
그래서 반쪽이가 나쁜 여우를 패댕이쳤는데 그 충격으로 벼랑바위가 열렸다고 말했지.
그러니까 미륵보살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려줬지. 반쪽이가 원래 미륵세상을 지키는 금강장사였는디 부처님 손가락에 오줌을 싸서 인간세상으로 내려간 거라고 글고 미륵세상에 다시 오려면 인간세계에서 일만갑자 동안 인연을 쌓아야 한다고 혔어. 그러면서 지금 너무 빨리 왔다며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 가라는 거야.
그러니까 반쪽이가 무릎을 팍 꿇고 말했지.
"돌아 가더라도 몸이라도 온전허게 해 주십시요. 보살님.."
그렁게 보살님이 말했지. 반쪽이가 태어날 때 아비를 살리는 공덕을 쌓았는데 그 공덕으로 세상을 뒤엎을 만한 힘을 주었다면서 그것으로 인간세상을 살피라는 거야.
그래도 반쪽이가 막무가내로 빌었지.
"저에겐 힘 같은 건 필요없습니다. 평범하더라도 온전한 몸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보살님께서 곰곰히 생각하더니만
"알았다. 그 대신 너에게 준 세상을 뒤엎을 힘은 내가 가져 간다. 이제 너는 온전헌 몸이 될 것이다."
허면서 손바닥 바람을 일으켜 반쪽이에게 보냈지. 그렁게 반쪽이가 움찔 움직였는디 아 글쎄 반쪽이가 정상인이 된 거여. 다리도 두 개도 팔도 두 개고 모두 온전허게 된 거여. 그렁게 반쪽이가 자기 팔다리를 보면서
"화.. 내가 이제 온전한 몸이 되었어. 와! 보살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러면서 펄쩍펄쩍 뛰었지. 보살님이 웃으면서 이제 인간세상으로 내려가라고 허면서 억새풀로 벼랑바위를 탁 치니까 이 글쎄 틈새가 벌어지면서 인간세상이 내려다 보이는 거야. 보살님에 반쪽이에게 말 혔지.
"반쪽아! 인간 세상에 가더라도 일만갑자 복을 쌓아야 다시 올 수 있느니라. 긍게 그것을 잊지 말아라." 반쪽이가 보살님께 작별하고 그 틈새로 나왔지. 긍게 벼랑바위가 스르렁 닫혔어. 반쪽이가 다시 이승으로 온 거야.
그 뒤로 반쪽이는 부모님 모시고 아들 딸 낳고 백살까지 살았지. 글고 죽어서는 월출산 산신령이 되어서 많은 공덕을 쌓았지. 일만갑자의 공덕이 있어야 미륵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지금도 반쪽이는 월출산의 나무가 되고 돌이 되고 물이 되어서 월출산을 지키고 있데야.
첫댓글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보다는 모든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선택한 반쪽이네요. 고맙습니다. ~*__^*
잘 읽었습니다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구수한 사투리가 참 재밌네요~ 해피엔딩!!
ㅎㅎ 재미있네요.
잘 보고갑니다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