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장미여, 누구에 항거하기 위해서, 그대는 이 가시들을 가지기로 결심했는지? 너무나 섬세한 그대의 환희가 그대로 하여금 이렇게 무장한 사물이 되지 않으면 안 되도록 강요했는지?
그러나 이 과장된 무기는 누구로부터 그대를 보호하는 것인지? 나는 그대로부터 이 무기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적들을 얼마나 많이 제거해주었는지 모른다. 반면에, 여름에서 가을에 이르기까지 그대는 그대를 보살펴주는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오 풍요의 꽃이여, 그대는 홀로 그대 자신의 공간을 창조한다. 그대는 향기로 이루어진 거울 안에 그대의 모습을 비추어본다.
그대의 향기는 다른 꽃잎들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대의 술잔을 둘러싸고 있다. 나는 너를 붙잡는다. 너는 비스듬히 눕는다. 천재적인 여배우여.
너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한다. 너는 너의 본성에 의해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존재다. 다른 꽃들은 식탁을 장식하지만 너는 식탁을 변형시킨다.
사람들은 너를 단순한 꽃병에 꽂는다. 그러면 모든 것이 변화한다 . 그것은 어쩌면 똑같은 문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사가 노래한 문장이다.
네 안에서, 너 자신보다 더욱더, 너의 궁극적인 본질을 준비하는 것은 너 자신이다. 너에게로부터 나오는 것, 이 혼란스러운 감동, 그것은 너의 춤이다.
꽃잎은 저마다 모두 동의하고 그리고 바람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로운 몇 발자국을 떼어놓는다.
온통 그들로 둘러싸인 오 눈의 음악이여, 그 한가운데에서 너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이 된다.
둥근 장미여, 너를 완성하기 위해 네 줄기 위에서 빙빙 돌고 있는 바퀴 때문에 어지럽지는 않은지? 그러나 너 자신의 도약이 너를 가득 채울 때,
너는 너의 꽃봉오리 안에 있는 자기 자신을 모른다. 세계는 둥글게 돌고 있다. 세계의 고요한 중심이 둥근 장미의 둥근 휴식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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