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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보기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매바우
“시대정신(Zeitgeist)” 라는 다소 의외의 제목이 눈길을 끈 다큐멘터리였다. 3부로 나뉘어진 영화는 과거의 시대정신(1부 : 기독교), 현재의 시대정신(2부 : 9.11 테러), 미래의 시대정신(3부 : 금융위기 및 세계정부)에 대한 통렬한 비판내용을 담고 있다. 기독교를 창시한 예수 그리스도가 실은 고대 지중해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던 메시아의 수많은 버전들 중 하나였고, 기독교 역시 새로울 게 없는 붕어빵 같은 종교였지만,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종교적 목적으로 주변 이교도신앙에 먼저 정치적으로 승리를 거둔 이후, 차츰 이교도 전통을 말살하고 유일한 종교로 계승되어 중세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과거의 인간들을 철저하게 지배했다는 내용이 1부를 과거의 시대정신으로 전개되고 나면,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미 들어보았을 9.11 테러의 내부소행음모(inside job)을 다루는 내용이, 즉 현재의 시대정신이 2부의 내용이다.
“시대정신”이 다른 음모론 다큐멘터리와 다른 점은 9.11 테러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하나씩 짚어갈 뿐만 아니라 9.11 이후 미국 전역을 휘감게 되는(지도층과 미디어가 마치 양떼를 몰듯이 한 방향으로 미국시민들과 나머지 사람들을 몰아간) 비이성적인 분노와 공포를 석유재벌과 군산복합체를 대변하고 있는 지배층의 이익과 민주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미국 지도층의 현재 모습이 적나라하게 폭로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9.11 의 성격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면 9.11 테러는 미국이 20 세기에 벌어진 전쟁에 참전하는 그럴싸한 이유가 되었던 일련의 사건들 – 독일의 잠수함 어뢰 공격에 침몰당한 루시타니아 호, 명백한 침공 경고를 무시하다가 결국 크게 일본으로부터 얻어맞은 진주만 사건,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미국의 베트남 전 참전에 빌미를 제공한 통킹 만 사건 (성격은 다르지만, 독일 판 9.11 이라고 할 수 있는 나찌 정권의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 – 과 성격을 같이 하게 되리란 것이 제작진의 시각이다.
마지막 3부는 지금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금융위기의 본질을 조명한다. 미국에서 달러를 찍어내는 연방은행(Federal Reserve Bank)이 실은 국가나 공익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프라이빗 금융집단의 컨소시엄이며,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것은 결국 연방은행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 금융기관의 컨소시엄에게 이자를 지불하고(at interest) 돈을 빌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 그리고 미국 헌법의 어느 조항에도 나와있지 않은 소득세(income tax) 징수는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린 거대 금융기관에게 이자를 갚기 위해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강제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라는 주장, 마지막으로 이러한 거대 금융기관을 움직이는 사람들(Men behind the curtain)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단일 세계 정부의 구성이며, 이는 벌써부터 유럽연합을 시발점으로, CNN이 폭로했던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의 국경개방 및 아메로(Amero)라는 공통화폐 사용 계획(미국 시민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던) 및 중국 주도하에 아시아에도 불어 닥칠 아시아 연합, 이미 형성된 남아프리카 연합의 출범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으며, 결국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몸에 RFID 라는 추적 가능한 ID (바코드보다 훨씬 더 진화된) 를 몸 속에 집어넣어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이 세계 정부를 꿈꾸는 이들의 최종목적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으로 끝을 맺는다. 조지 오웰의 “1984” 과 예브게니 자마찐의 “우리들” 을 대표로 수많은 SF 영화 및 소설들이 그리고 있는 통제된 디스토피아 사회는 결국 상상력으로 미리 써 내려간 미래의 역사였을까? 보고 나면 한동안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다큐멘타리였다. 이걸 보고 있으면서, 혹시 내가 파란 알약을 먹고 매트릭스 속에 갇힌 채로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네오(neo)가 아닐까? 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음모론에 너무 집착하면 세상을 비뚤어지고 편집증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항상 경계해 왔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는 분명히 대다수 민중들이 역사의 주인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제목처럼 우리가 당당히 시대정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사실은 소수의 숨은 사람들의 짜 놓은 각본의 제목에 불과한 것일까?
출처 : 블로그 > 인디라이터의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