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沐者必彈冠하고
신 목 자 필 탄 관
新浴者必振衣니라.
신 욕 자 필 진 의
새로 머리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고, 새로 몸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턴다.
[어구풀이]
☞ 沐(목) : 머리 감다는 의미. 뒤의 '몸 씻는다'는 浴(욕)과 함께 사용되어 현대의 목욕(沐浴)의 의미가 됨.
☞ 彈(탄) : 활의 시위를 당겨서 튕기다는 의미에서 '연주하다'와 함께, 후에 '탄환'의 의미로도 사용되는 데, 여기서는 갓을 '털다'는 의미로 사용됨.
☞ 振衣(진의) : '振'은 '떨쳐 진작시키다'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역시 옷을 '털다'는 의미로 사용됨.
[해설] -
자신의 깨끗한 지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혼탁한 상황과 접했을 때 그 지조를 유지하느냐 타협과 변절을 하느냐는 나약한 한 개인의 삶 속에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기로가 될 것입니다. 더욱이 명확한 불의(不義)의 상황이 아니라 그저 세류(世流)를 따르는 정도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바로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관행(慣行)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고 있는 불합리(不合理)와 부조리(不條理)의 상황을 대면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소 고집스럽게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지조를 지킨다면 어떨까요? 중국 고대 혼탁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지조를 꺾지 않고 끝까지 절개를 지키다가 결국 자살이라는 길을 택한 충신의 대명사인 초(楚)나라의 시인 굴원(屈原)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물론 단순한 개인적 감정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의견이 수용되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의 발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의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지조는 후대 사람들이 동경과 추모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황하(黃河) 유역 북방 문학의 대명사격인 《시경(詩經)》과 비교될 만한 장강(長江) 유역 남방 문학의 대표격으로 그의 《이소(離騷)》를 경전화하게 되고 "초사((楚辭)"라는 문학 장르를 만들게 된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고결한 절개로 인해 타협할 줄 모르던 굴원이 결국 무고에 걸려 추방을 당하고 우수에 잠겨 강가를 거닐 때, 어부를 만나 세상에 순응할 줄 아는 처세에 대해 듣지만, 굴원은 자신의 강한 지조를 꺾지 않는다고 거부하면서 금주의 명언을 제시한 것입니다. 결국 굴원에게 어부는 '창랑지수(滄浪之水 -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의 노래를 하면서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이상의 줄거리를 가진 《어부사(漁父辭)》는 혹 굴원의 작이 아니라는 설이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굴원의 성격과 심정이 서술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어 세류에 영합하지 않는 그의 심정을 엿보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아마도 고결한 지조만이 최상의 가치라고 여길 수 없는 다원화된 사회입니다..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공동체의 삶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그런데, 또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고결한 지조를 지켜온 사람들은 돌아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앞서 제기했듯이 아직 우리 사회의 산적한 불합리한 모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불의에 맞서면서 세류에 영합하지 않고 굳은 절개와 지조를 지켜간 인물들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작은 기대를 해 봅니다..
[출전] - 『초사(楚辭)』 《어부사(漁父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