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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방 스크랩 끈질긴 비 속에서.. 대관령-닭목령-삽당령 백패킹 종주산행 2014.6.19~22
성인봉 추천 0 조회 114 14.07.12 13:2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일본 남알프스 백패킹 종주산행을 위한 사전 연습 2!!

 

♣ 가는 곳 : 강릉 울트라바우길 일부구간 및 바우길 2구간 

♣ 일자 : 2014. 06. 19(목) ~ 06. 22(일) (산행 3일)

♣ 코스 : 대관령박물관 - 대관령 - 닭목재 - 삽당령 

 

♣ 일정06.19(목) 17:00 천호역 1번 출구 모임, 출발

                                     저녁매식

                            20:00 삽당령 도착, 야영(자전거셋팅)

 

             06:20(금) 06:30 삽당령-대관령박물관(차량이동)

                           07:50 대관령박물관 산행출발

                                    대관령 옛길

                           10:55-12:00  반정

                                    국사성황당

                           13:07 대관령 산행종료

                                    야영

 

             06.21(토) 06:30 대관령 산행출발

                           07:35 능경봉(1,123m)

                           10:40 고루포기산(1,238m)

                           14:20 닭목령 산행종료

                                    야영

 

             06.22(일) 06:00 닭목령 산행출발

                                     화란봉(1,069m)

                           10:40 석두봉(991m)

                                     들미재

                           13:48 삽당령 산행종료

                           15:30 차량회수(자전거)

                                     매식

                           21:00 서울 도착

 

개인일반 : 스카프, 선글라스, 신분증, 핸드폰, 휴지, 물티슈, 수통, 컵, 세면도구, 수건, 스픈세트,

                 시계, 소형의자, 솔로테이블, 쓰레기봉투  

개인목적 :  <운행장비> 운행자켓, 운행바지(반바지), 짚넥셔츠, 양말, 산행모자, 장갑, 헤드랜턴,

                                    등산화, 배낭(커버), 스틱

<비바람복> 고어텍스(또는 그에 준하는) 상의, 하의

<보온복>   구즈다운(또는 그에 준하는) 상의

<숙박장비> 텐트, 슬리핑백(하계용), 매트리스, 배개, 슬리퍼(선택)

<취사장비> 소형코펠, 버너(연료)

<예비복> 여벌옷, 양말, 속옷 (차량 별도 보관품 및 비박시 갈아입을 옷)

♣ 개인식량 : <비상식 & 간식> 빵, 양갱, 쵸콜렛, 사탕, 비타민 등 기호에 따라.. 

                  <주식> 건조비빔밥, 건조떡국, 햇반, 컵라면, 2인분 정도의 안주거리, (약간), 커피

                             예) 훈제고기, 소세지, 골뱅이, 황태채, 육포, 견과류, 말린과일, 과자 등

♣ 공동장비 : 실타프(팩), 사진기, 의약품, 지도, 나침반, gps, 수낭

 

♣ 전체 약도

* 적색선 : 산행 경로,  청색선 : 차량 및 자전거 경로 

 

 

일본 남알프스 종주를 위한 사전 연습으로 강릉 울트라바우길과 겹치는 백두대간의 일부구간을

선택했다. 대관령에서 닭목령을 거쳐 삽당령까지..  그리고 출발은 바우길 2구간인 대관령박물관

에서 대관령까지 대관령옛길을 거슬러 올라가기로 한다. 남알프스에 비하면 고도나 거리 등에서

많은 차이가 날 수는 있겠으나 사전연습으로서의 의의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체험해야 할 것들은 무엇보다도 중량에 대한 사전 적응이다.

어느 정도의 무게에서 어느 정도 움직이고 어느 정도를 버틸 수 있는지.. 그것을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남알프스에서 반드시 겪게 될 우중 산행과 야영 연습에 익숙해

지는 일이다.

 

인간의 몸은 신비로워서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불가사의한 힘이 솟구치기도 한다.

다만 대원의 연령이 모두 60대 초중후반이라 힘들긴 하겠지만 그동안의 저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을 밀어부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보이는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하늘을 건너서 구름은 가고

들을 건너서 바람은 간다

들을 건너서 가는 길손은

내 어머니의 유랑의 아들

 

거리를 건너서 이파리는 굴러가고

나뭇가지 위에서 새는 지저귄다

저 산너머 어디엔가

머언 고향이 있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

 

 

 

◐ 2014.6.19(목).. 1일차

 

어둑해질 무렵 삽당령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야영 준비를 한다. 모래가 하지이니 년중

가장 낮이 긴 시기이다. 이곳이 이번 산행에 최종 도착지가 될 것이기에 자전거를 미리 셋팅

두고 내일 아침 출발지인 저 아래동네 대관령박물관으로 이동해서 산행을 할 예정이다.

 

삽당령에는 천막으로 지은 주막 하나만이 문을 닫은 채 쓸쓸히 어둠을 맞고 있었다.

언덕을 오르며 지나가는 차들에 소음이 제법 세차서 숲속으로 조금 들어가 터를 잡는다. 

 

 

 

3일간 대장정의 무사를 빌며 건배..

 

노을님이 귀한 보드카를 가져오셔서 흥을 돋구고, 아울러 채송화님이 삼겹살과 채소 등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4.6.20(금).. 2일차

 

 

* 거리 : 대관령박물관 - 대관령 10.6km

 

 

 

밤새도록 비가 치렁치렁 내리더니 아침까지 개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보로는 산행 2일차인 토요일부터나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예상밖이라

떨떠름하다. 첫날부터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남알프스 종주라는 커다란 명제만 아니였다면 조금 딴전을 피워보겠지만..

지금 어쩌면 훈련을 위한 호기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조금 귀찮고 힘들어도 어떡하든 출발을 해놓고 보자..!

 

간밤에 적당히 쳐논 텐트도 팽팽하지 않아 물이 스며들고..

비를 완벽히 피하자면 몇군데 당김줄을 보완할 곳도 나온다.

덕분에 점검은 되었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삽당령에서 약 23km 정도 아래 떨어져있는 대관령박물관으로 이동을 한다.

 

이곳은 대관령옛길에 시발점.

이곳에서 옛길을 따라 반정을 거쳐 대관령으로 오르는 바우길 2구간이 오늘에 여정이다.

 

 

 

오른쪽부터 백호님, 채송화님, 날개님, 노을님, 산유화.

 

비에 젖은 텐트를 배낭에 집어넣으니 무게가 만만치않게 더 나간다.

처음부터 우중산행이라 제대로 훈련 한번 하게 생겼다.

 

우째.. 이런 시련을!

좀더 크게 쓰고자 하는 뜻이라고 보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늘은 어제 늦은 도착과 잠, 그리고 예기치 못한 비로 인해 출발이 8시 가까워서야 가능했는데,

앞으로의 여정은 남알프스의 시간계획과 비슷하게 운행을 할 예정이다.

 

예를 든다면,

일본은 우리나라하고 시차는 없지만 1시간 정도 일출일몰이 빠른 관계로 썸머타임 수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 아침 4시에 일어나서 침구와 텐트를 걷고 5시에 식사를 하고 6시에 출발

하는 패턴이 될 것이다.  

 

 

 

비는 내리지만 많은 양은 아니다. 바람도 불지 않고 차분하게 내리고 있다.

안개로 인해 먼 시야는 가리는데 주위 숲 속은 오히려 청량하게 빛이 난다.

대관령옛길이 호젓하게 다가온다.

 

 

 

 

 

 

 

 

 

평일 아침임에도 주막은 문을 열었다.

대관령에서 시작한 바우길 2구간을 따라 여정에 마무리 단계에서 주막을 들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옛길에 조성된 우주선화장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와 과거로 소통하라는 것인지..

과거와 미래는 어쩌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상존하는 현재일지도 모른다.   

 

 

 

우의를 ?꼭 챙겨 입었지만 이 정도의 비로는 오히려 더울 뿐이다.

숲이 짙어 떨어지는 물방울은 별로 없다.

 

 

 

 

 

 

 

 

 

 

 

 

 

 

 

 

 

 

 

 

 

비가 와서 계곡물도 생동감있게 흐르고..

비로 인해 좋은 점도 많다.

나쁜 점이 9개, 좋은 점이 1개라면 그 좋은 점 1개를 바라보면 된다.  

 

 

 

 

 

 

 

 

 

 

 

 

 

 

 

대관령까지는 완만한 오름길이다.

그 옛날 선인들이 오르내리며 애환을 다졌을 법한 그 길을 따라 우리도 묵묵히 걷는다.    

 

 

 

 

 

대관령길에 절반임을 표시하는 반정.

 

 

 

반정에서 우중 점심식사 시간을 갖는다. 

 

 

대관령 구름이 처음 걷히니

꼭대기의 눈이 아직도 남아있네

양장처럼 산길은 험난도 한데

조도같은 역정은 멀기도 하네

늙은 나무 신당을 에워싸고

맑은 안개 바다 산에 접했구나

높이 올라 글을 지으니 

풍경이 사람의 흥을 돋우네 <김시습> 

 

 

비가 오면 오는데로 경치는 그만이다.

경치 중에 최고가 우경 아니던가..

자리를 잡고 도락을 펼치면 그곳이 바로 지상최고의 레스토랑이 되고 카페가 된다.

 

비 중에서도 가장 가는 비를 안개비라고 한다.

마치 안개처럼 공중에 떠다니며 적시는 비..

지금 그런 비가 내리고 있다.

 

시인이신 백호님이 는개라는 비를 알려주신다.

안개비 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조금 가는 비.

지금 내리는 비가 안개비인지 는개인지 모르겠지만 대략 그런 수준이 아닐까..  

  

 

 

 

 

 

 

 

 

 

 

 

 

 

 

국사성황당을 지나 대관령으로 내려오는 길.

 

 

 

 

 

 

 

 

 

오후 1시 바우길 2구간을 따라 10.6km을 걸어서 대관령 정상에 섰다.  

 

 

새가 다닐 험한 길은 하늘에 걸렸고

이 길을 가는 나도 반공중을 걷고 있네

연이은 산들에는 눈이 내려 흰 빛이고

물을 붉은 해에 씻기어 붉게 비친다

훤희 트인 바다는 아득히 천리에 뻗었고

구름은 한 눈에 시원히 트였구나

평생에 품었던 온갖 뜻이

오늘에야 긴 바람을 타는구나  <대관령 / 한원진>

 

 

 

대관령휴게소로..

 

 

 

한적한 대관령휴게소에서..

 

상행쪽 휴게소는 차량도 많고 매점과 카페도 있지만 하행선 휴게소쪽은 조용하고 야영하기에

알맞는 장소다. 깨끗한 화장실도 있어 이용이 가능하고 식수는 건너편 휴게소 매점에서 구입하면

다.  

 

 

 

 

 

 

 

 

 

 

 

 

 

 

 

텐트를 설치해놓고 시간이 많이 남아 건너편 휴게소로 넘어가 식수도 구입하고 캔맥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야영지로 돌아와 본격적인 저녁시간을 갖는다.

여유로운 저녁시간이 촉촉한 비속에서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는다.

 

비가 오니 공용타프에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타프가 없다면 취사도 그렇고 짐꾸리기도 어렸웠을 것이다.

타프의 무게는 460g. 슬링과 팩을 합쳐도 채 1kg이 안된다.

폴은 2~3명 분의 스틱을 이용하면 되기에 로스가 없다. 

 

 

 

 

 

 

 

 

 

 

 

 

 

 

 

 

하루 저녁 배정된 양으로는 안주와 술에 반 정도만을 먹었어야 했는데 4/5 정도를 소모하기에

이른다. 이 저녁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일을 위해 저녁 8시에는 모두 잠자리에 든다.

이것은 철저한 훈련이요 천금같은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매서운 대관령 바람은 불지 않아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편하다.

 

 

◐ 2014.6.21(토).. 3일차

 

 

 

* 거리 : 대관령 - 닭목령 13.5km 

 

 

오늘도 비는 변함없이 내린다.

다행이라면 거친 비바람이 아니라 조용한 이슬비라는 것..

 

고마운 화장실 덕분에 짐도 잘 꾸리고..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오늘부터는 백두대간길을 걷게 된다.

대관령~닭목재~삽당령 구간은 백두대간길이면서도 울트라바우길 구간이다. 

숲과 초원 그리고 부드러운 흙길이 예상된다.

 

 

6시35분 대관령에서 능경봉을 향해..

비에 젖은 텐트와 배낭은 평소보다 어께를 더 짓눌린다. 

 

 

인풍비 비석 앞에 있는 용천수라는 샘터.

대관령에서 능경봉 오름길 초입에 있다.

어제 대관령에서 야영이 어려웠으면 이곳에서 하려고 점찍어 둔 곳이다.

 

 

대관령에서 1시간의 오름 끝에 능경봉 정상에 선다.

gps의 고도도 맞쳐보고..

남알프스에서 사용할 gps도 미리미리 점검해 둔다.

 

사실 조난을 당하는 경우를 보면 기상악화시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에다 보온복이나 비바람복이 준비가 안되어있다면 십중팔구 하이포써미어(저체온증)에

의해 순식간에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순서적으로 보면 그 다음이 비상식이다.

 

지도와 나침판은 안개나 야간에 취약하지만 gps는 제대로만 사용하면 그럴 염려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장비는 언제나 고장날 수 있고 밧데리의 수명 등을 잘 살펴야하므로 동시에 구비해서

어떤 경우라도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개스가 가득차 산은 제 빛을 잃었지만..

산천초목은 더욱 생동감을 발한다.

백두대간의 능선길은 부드럽게 감싸기도 하고 힘겹게 오르내림을 반복하기도 한다. 

 

 

 

 

 

 

 

 

 

 

 

 

고루포기산 가기 전 전망대에서..

고루포기산 오르내림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험난하고 가파랐다.

 

 

가벼운 요가로 몸을 정비하고..

 

 

 

 

 

 

 

오늘에 가장 높은 봉우리인 고루포기산에서..

 

칠십에 가까운 연세임에도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거침없이 산을 주파하시는 노을님.

평소 마라톤 100회 이상을 완주하시고 311km 한반도 횡단, 200km 제주일주 등 울트라마라톤을

해내신 분이다. 더욱이 성삼재-천왕봉 당일왕복 산악마라톤까지 주파하신 경력을 가지고 계시다.

 

성격이 치밀하셔서 철저하고 세심한 준비를 통해 완벽함을 추구하신다.

나 같은 성격은 전체적인 시간 안배상 대충 넘어가는 부분도 많은데, 노을님은 천천히 해도

철저하기에 결과적으로는 그만큼 더 빠른지도 모르겠다. 항상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특히 이번 남알프스 원정때도 현지 원본지도와 콜밴택시까지 예약을 완료해 주셔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육십 중반이신 백호님.

시인이시며 많은 산행 경력을 가지고 계신 전문가이다.

특히 히밀라야 유수의 고봉과 유럽 알프스 몽블랑 증정을 이뤄내셨다.

 

 

환갑을 넘기신 날개님.

마라톤 50회를 완주하신 ?녀 중 철녀.

작은 몸집이지만 어떤 어려운 산행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다부진 체력.

몽블랑 정상을 등정한바 있다.

 

 

육십을 바라보는 채송화님.

마라톤 수십회를 완주하고 몽블랑 정상을 등정하였다.

감탄할 만한 체력과 지혜로운 아이디어로 팀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산유화.

 

 

 

 

 

 

 

 

 

 

 

 

산행 중 총 7끼의 식사에서 절반인 4끼째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는 주로 바로비빔밥이나 즉석떡국 등 끓는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전투식량으로

해결하는데 양도 충분하고 맛있고 간편해서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자신에게서 나오는

쓰레기는 철저하게 자신의 배낭에 담아간다.     

 

 

 

 

 

 

 

 

 

 

 

 

 

 

 

 

 

 

 

 

 

 

 

 

 

 

 

 

 

 

 

 

오후 2시 20분 닭목령에 도착해 오늘의 여정을 마친다.

대관령-닭목령 구간 13.5km. 소요시간 휴식포함 약 8시간.

닭목령은 고개의 생김새가 닭의 목처럼 길게 생겨서 붙혀진 이름이다.

 

이곳도 재를 넘나드는 차소리로 인해 멀리 떨어진 숲에다 야영터를 잡았다.

노을님과 백호님이 수낭을 가지고 민가에 내려가 물을 받아오셨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비탈진 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한다.

닭목령 주위에는 조용하고 넓은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어제 대관령처럼 넓고 좋지는 않지만 아늑한 숲속에서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남은 술이 소량이라 최대한 아끼면서 마시는데 술맛은 반비례로 더 땡긴다.

타프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양치를 하고..

오늘은 별로 할일도 없어 일찌감치 오후 5시경 잠자리에 든다.

  

 

◐ 2014.6.22(일).. 4일차

 

 

 

* 거리 : 닭목령 - 삽당령 14.2km

 

 

 

아침 6시 닭목령 야영터를 출발했다.

 

칠흑같이 깜깜한 새벽 4시에 일어나 어둠 속에서 침구를 정리하고 텐트를 걷었다.

텐트 안에서는 빗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 오늘도 비가 개이기는 틀렸다고 포기를 한다.

무거운 배낭을 진 탓으로 온 몸이 두들겨맞은 듯 욱신거린다. 아픔보다는 기분좋은

근육통이라 견딜만은 하다. 

 

그래도 일어나야지..

어둠과 비 속에서도 손끝으로 전해오는 감각에 한층 익숙해져 있다.

내리 빗속에서 3일간 야영을 하니 어느 정도 이골이 난 것일까..

남알프스 대비 우중훈련은 거의 완벽한 것 같다.

 

정확히 5시에 식사를 하고..

준비를 마치니 예상했던 계획표와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서로 늦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때문이리라..    

  

 

 

오늘은 흐리긴 했지만 새벽녁에 비가 그치고 더 이상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숲은 아직 젖어있다.

 

 

 

어제 넘어 온 고루포기산.

개일 듯 말 듯한 운무 속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일요일이라 대간종주팀을 몇번 만난다.

어제는 단 한팀만을 만날 수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는 우리들에게 힘을 주려고 "멋집니다"라는 인사를 받고는 한다.

이런 곳에서는 사람이 반갑고 그립다.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품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때 / 최두석>

 

 

 

식수가 부족해 아침 커피를 걸렀는데, 오다가 보니 오른쪽 계곡에서 물 흐르는 것이 감지된다.

이번에도 노을님과 백호님이 솔선해서 경사면을 내려가 물을 받아오셔서 커피를 끓인다.

 

삽당령에서 닭목령까지는 적당한 간격으로 9개의 쉼터가 있는데 우리에게는 더 이상 고마운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내리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이런 의자와 

테이블이 여간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아니다.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더래도, 이런 숲속에서의 커피는 음미할 가치가 있다.

삼박자 커피든 원두든 에스프레소든 그 어느 것이든 어떠하리.. 

 

 

   

 

 

 

 

 

 

백호님이 발견한 산딸기군락.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고 스쳐간 자리에서 산딸기와 마주친다.

천연비타민.. 며칠 간 굶주렸던 과일을 보충하니 입안이 개운하다.

 

젊은 외국인 청년 두사람이 허리색을 차고 산악마라톤으로 앞질러가면서 인사를 한다.

탄탄한 체격의 몸매.

 

몇년전 노을님과 지리산 왕복종주 산악마라톤 할 당시가 떠오른다.

참 좋았던 시절 아닌가..

이 길은 특히 부드러워 산악마라톤하기엔 아주 적당해 보인다.    

 

 

 

 

 

 

 

 

석두봉에서..

강릉에서 홀로 오신 분이 찍어주셨다.

가끔 닭목재에서 삽당령까지 왕복으로 27km를 주파하신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이 분도 산악마라톤 대열에 올려야겠다.

 

 

 

석두봉을 내려와 한참만에야 나타난 제 4쉼터.

이곳은 두개의 밴치가 비취형으로 누워있는 특이한 구조다.

 

? 속에서 제대로 힐링을 즐기는 두 여인.

무거운 배낭을 며칠씩 메고 우중 야영을 해낸 이 분들이야말로 대단하다.  

   

 

  

삽당령을 향해 길은 이어지고..

초록빛 초원과 부드러운 흙길이 피로한 몸과 마음을 다독여준다.   

 

 

 

 

 

 

 

 

 

유월의 산길은 이름모를 야생화로 가득하다.

지금쯤 피곤에 쩔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   

 

 

나 그대만을 위해서 피어난

저 바위틈에 한송이 들꽃이여
돌틈사이 이름도 없는 들꽃처럼 핀다해도
내진정 그대를 위해서 살아가리라
언제나 잔잔한 호수처럼

그대는 내가슴에 항상 머물고

수많은 꽃중에 들꽃이 되어도 행복하리


돌틈사이 이름도 없는 들꽃처럼 산다해도
내진정 그대를 위해서 살아가리라
오색이 열롱한 무지개로

그대는 내가슴에 항상 머물고

수많은 꽃중에 들꽃이 되어도 행복하리 <들꽃 / 유익종>

 

 

  

오후 1시50분 드디어 목적지인 삽당령에 도착했다.

대관령박물관을 떠난지 3일만이다.

닭목재에서 14.2km, 휴식포함 약 8시간이 소요되었다.  

 

삽당령은 산 정상의 생김새가 삼지창처럼 세가닥으로 생겨 붙혀진 이름이다. 

 

 

 

셋팅해 둔 자전거도 잘 있고..

주막에서 직접 담갔다는 동동주를 한사발 마시니 부러울 것이 없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삽당령을 내려가 대관령박물관에서 차를 회수해 온다.

조금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천천히 내려가 차를 회수했다.

 

이번 백패킹 산행은 본의 아니게 철저한 우중산행이 되어버렸다.

힘은 들었어도 마치고나니 우중훈련이 잘된 것 같아 마음 한켠은 뿌듯하다.

모두가 남알프스를 종주하겠다는 염원으로 단합한 결과이리라..

 

특히 두 여성분의 노고가 값져보이며 의지로 승화시킨 열정적인 체력에 감동을 받는다.

아직 보완할 점은 남았지만 큰 사고없이 무탈하게 대장정을 마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남알프스를 위해 한달 후 최종훈련이 남았을 뿐이다.

 

우리는 남알프스를 백패킹으로 종주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성공여부는 신만이 알고 있다.

 

고산에서는 날씨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기에 철저한 준비는 하겠지만 결코 만용이나

고집은 부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이번 산행에서 깨달은 값진 교훈이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사진은 노을님과 공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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