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나왔다.~!ㅋ
건승하고있는 남우다.
여기 응원 받아 마땅할 또 한명의 선수가 있다. 어찌 보면 사이클 무대보다 더 외로운 곳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MTB 크로스컨트리 구남우 선수가 얼마 전 열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출전기를 전해왔다.
구남우의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출전기!
지난 7월 19~20일까지 열린 제6회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필자는 고교 3학년때 출전한 이후 오랜만에 이 대회에 참가했다. 청송대회가 있기 바로 전 주 통합 청주시 출범을 기념하는 청주대회가 있었다. 청주대회는 레이스 시간은 짧았지만 예상 외 데미지가 꽤 컸다.
새 자전거와 일심일체 되기
청주대회가 끝난 후 코메트바이시클에서 새 자전거를 지급 받았다. 새 모델은 트리곤 다크니스XC 650b. 지금까지 타왔던 자전거와 지오메트리는 비슷했지만 결정적으로 휠사이즈와 휠베이스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청송대회 참가를 위해선 이틀이라는 시간 안에 피팅을 제대로 맞추는 게 관건이었다.
노심초사, 과연 완벽한 세팅으로 청송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 고민이 꽤 깊어만 갔다. 제로 상태에서 모든 걸 새로 맞춰야 하는지라 브레이크 레버 각도와 레버감, 스템 높이, 시트포스트와 안장 높이 등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다. 여러 조건에서 주행을 거듭한 결과 피팅은 비교적 수월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대회를 코앞에 두고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7월도 끝을 향해 달려가던 시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대회 하루 전 도착해 코스 답사를 마쳤다. 청송 코스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코스 중간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는 구간이 두 군데 정도 있고, 내리막을 내려오면 어김없이 진흙 구간이 나왔다. 코스 반 이상을 차지하는 임도 구간은 특히 타이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회 당일 날씨가 쨍쨍하고 무덥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기존에 장착한 슈발베 썬더버트 2.10 튜브리스 래디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대회 당일 컨디션도 괜찮았고 자전거와 휠세트 그리고 타이어 느낌도 꽤 만족스러웠다. 기존 알루미늄 자전거에서 카본으로 바뀐 후 비로소 자전거의 충격 흡수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장마로 물 웅덩이가 곳곳에 생겼지만 묵직한 다운튜브와 단단한 BB셀 덕분에 다운힐 구간에서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신경 쓰이는 건 덥고 습한 날씨. 허나 이는 모든 선수들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조건이기에 답사 때 기억을 되살려 어떻게 하면 경기를 잘 풀어갈지에 초점을 맞췄다.
무더위 속 악전고투
출발 신호가 울리고 첫 오르막에서 선두로 올라섰다. 사전 답사 때 주행을 단 한번밖에 하지 못해 코스가 머릿속에서 가물거린다. 첫 오르막을 오른 후 다음 구간이 생각나지 않으면서 첫 바퀴 때 살짝 오버페이스를 하고 말았다. 차츰 순위를 까먹으며 어느새 전체 4위까지 떨어졌다. 이를 악물고 한명을 추월해 전체 3위, 대학부 1위로 레이스를 펼쳐나갔다.
청송대회 코스는 전국체전 다음으로 거리가 긴 대회 중 하나다. 1랩이 10km가 넘고 일반부 및 대학부는 총 3바퀴로 자그마치 30km가 넘는 싱글 및 임도 복합 코스를 돌아야 한다. 두 번째 바퀴를 끝내고 마지막 랩에 들어설 때만해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허나 첫 오르막을 오른 후 급격히 당이 떨어지면서 허기가 몰려왔다. 덥고 습한 날씨, 거기에 긴 거리를 달린 후라 마지막 바퀴를 돌 땐 앞서 썼던 힘에 비해 절반도 쓰지 못한 것 같다. 시간은 오후를 향해 가고 있었지만 내리쬐는 태양은 더 뜨거워져 갔다. 몸이 익을 것 같았다. 좀처럼 상의 지퍼를 내리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 바퀴 코스 끝 오르막에서 뒤를 돌아보니 추격해 오는 선수는 다행히 없었다. 이후 이어지는 내리막. 펑크가 나지 않도록 신경 쓰며 그렇게 무사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국 전체 3위, 대학부 1위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전국체전 앞으로
올 3월 전역 후 청송대회까지 총 5차례 대회에 출전했다. 2년이라는 공백이 컸기에 시즌 초반엔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몸 상태가 빨리 올라왔고 출전한 첫 대회부터 청송대회까지 대학부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조급함 없이 예전에 했던 훈련을 떠올리며 묵묵히 달려왔지만 시즌 중반을 넘어섰고 이제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전국체전 전까지 남은 대회는 인천과 구미대회.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더 보강해 다음 대회 땐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나 구남우에게.
words & photos 구남우
editor 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