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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0914 (월)
- 박 - 박목(目) 박과(科) 식물들 ⑤ - 식물이야기 (17)
- 지난번 “오이”, “참외”, “수박”, “호박”에 이은 글로 씨리즈 마지막입니다.
5. 박
해 저무는 저녁 무렵에 꽃을 피워서 해 뜰 무렵에 꽃이 지는 “박”은
시골 초가지붕의 정취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인데요. 그런데 요즘은 초가집이
점점 없어지고 있으니 이런 풍경은 이제 아련한 옛이야기가 되어갑니다.
옛날 우리 어른들은 덜 익은 박을 길게 오려서 “박고지”를 만들어 반찬으로 만들어
먹거나(* 마치 호박고지 처럼요) 속은 잘 긁어내서 “박나물”로 해먹고는 껍데기는
삶아서 말려서는 “바가지”를 만들어 요긴하게 사용했지요.
바가지를 일부 지방에서는 “종그락지” 라고도 하더군요.
얼마 전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음식대회에서 이 “박나물”로 상을 받았다고 하던데
음식재료가 너무 귀해서 맛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 충남 서산, 태안지방에는 “박속낙지탕” 등의 음식이 남아 있어서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도 음식점광고를 많이 봅니다.
“박고지”나 “박나물”은 단백질과 탄수화물, 칼슘이 풍부해서 어린이나 출산한
부인에게 좋은 영양식품이라고 합니다.
한여름 낮에 어른들은 모두 들일 나가시고 아이 혼자 남아 차게 식은 꽁보리밥을
바가지에 한 숟갈 떠 넣고는 찬물에 말아 열무김치와 함께 후루룩 마시듯 먹고는
남은 밥알을 숟가락으로 긁을 때 났던 그 소리는 이제 추억의 저편으로
날아갔습니다. 마지막에는 숟가락을 거꾸로 하여 손잡이 부분으로 고추장을
쿡 찍어서 빨아 먹으면 식사가 끝납니다.
* 꽁보리밥은 숟가락으로 뜨려면 다 흘러내리고 잘 떠지지 않아서
이렇게 물에 말아서 마시는 것이 더 편합니다.
왜 안사람 잔소리를 바가지 긁는다고 했을까요???
바가지는 울림소리가 좋아서 쇠숟가락이나 나무숟가락이나 아니 손톱으로만
긁어도 소리가 잘 나는데 저는 듣기 좋던데.....
전에는 결혼식전날 함질 때나 사람이 감옥에 갔다가 나올 때도 바가지를 밟아
깨뜨리는 풍습이 있었고 또 흥부전에서 박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바가지는
잡귀와 액운을 쫓아내고 그리고 또 풍요를 나타낸다고 말해왔으나 요즘은 박을
많이 심지 않으니 바가지가 귀해서 별로 볼 수가 없기는 하지만 집집마다 플라스틱
바가지가 몇 개씩 있는 것을 보면 바가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에 중요한
생활도구임이 틀림없습니다.
박은 한자로는 “포과(匏瓜)”라고 쓰고 영어로는 “Gourd" 라고 쓴다고 하는군요.
잎은 어긋나고 콩팥모양의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박은 또는 다른 말로 “호(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그루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 수꽃자루는 길고 암꽃자루는 짧고
통꽃입니다.
인도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라고 하는 박은 2,000년도 훨씬 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재배되었다고 합니다.
박 씨는 생존력이 강하고 싹이 트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바다에서 200일 이상을
떠다니고도 싹이 나왔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원산지의 씨가 바다를 건너서
세계 각국으로 퍼졌을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열매인 “박”은 지름이 30cm 까지 나가고 다 익으면 껍질이 단단해집니다.
요즘은 박 껍질에 그림이나 조각을 해서 “박 공예”를 하기도 하지요.
박꽃은 이 계통의 식물 중에 유일하게 “하얀 꽃” 인데요.
그래서 앞에 말씀 드린 대로 박꽃은 저녁에 피고 아침에 지는데 “박꽃”이 달빛에
물들면 정말 아름다운데요.
--- 그래서 “~~~~~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라는 말이 나왔나???
또 그래서 “월하미인(月下美人)”이라는 말이 나왔나 봅니다.
박을 잘라서 속을 들여다보면 속이 깨끗한 하얀색이라서 참 예쁜데요.
그래서 옛날에는 피부가 고운 여인을 보면 “박속미인”이라고 불렀습니다.
* “박속미인”이란 말은 “흥부전”에서 박을 타니까 아름다운 여인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나옵니다.
* 그런데 여기서 옛날 중국에서 내려오는 “절세가인의 조건”을 한번 훑어보고
넘어갑니다.
(1) 제1조건 : 삼백(三白) --- 손, 치아, 피부가 새하얘야 하고
(2) 제2조건 : 삼흑(三黑) --- 눈동자, 눈썹, 속눈썹이 새까매야 하고
(3) 제3조건 : 삼홍(三紅) --- 뺨, 입술, 젖꼭지가 홍조를 띄어야 하며
(4) 제4조건 : 삼세(三細) --- 발, 손, 허리가 버들가지처럼 가늘어야 하고
(5) 제5조건 : 삼풍(三豊) --- 입술, 가슴, 엉덩이가 풍만해야 한다.
----------------------- 그런데 이런 여인을 보신 적 있나요???
---- 중국의 양귀비가 미인이었다지만 글쎄요??? 이고 이 글 맨 아래에
우리나라 전통 미인의 그림을 올립니다.
--- 위에 나온 말 중에서 만들어진 것이 “단순호치(丹脣皓齒)” 인데요.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의 뜻인 이 말은 "미인“을 말합니다.
* 어느 분이 말씀하시기를 “미인박명”은 “미인은 박꽃과 같이 하룻밤 운명이다”의
뜻이라고 우기던데 맞는지요??? ㅎㅎ
⇒ “미인박명(美人薄命)”의 본래 뜻을 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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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는 무엇을 담거나 담아서 옮기는 데 사용하니까 그런 용도로 쓰는 것들은
대개 “~~박”이라고도 불러서 “두레박”, “쌀 됫박”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 조롱박 :
“박”의 일종인 “조롱박”은 통상 “호리병박”을 말하지만 또는 꼭지 부분이
길다란 박을 “조롱박”으로 따로 구분하여 말하기도 합니다.
* 호리병 박 :
열매의 중간부분이 좁고 잘룩해서 이렇게 부르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꼭지
부분이 길게 나온 것을 “조롱박”이라 부르며 구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호롱박”, “호로박“이라고도 부릅니다.
한자로는 “호(壺)”라고 쓰고 영어로는 ”Calabash"라고 말한다는군요.
* 표주박 :
조롱박이나 둥근 박을 반으로 쪼개어 만든 작은 바가지를 말하는데 작으니까
휴대할 수 있어서 물이나 술을 마시는데 사용하며 한자로는 “표자(瓢子)”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Gourd Dipper"라고 한답니다.
* 뒤웅박 :
박이나 조롱박, 호리병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손이 들어갈 만큼의 구멍을
뚫어 주로 마른 것들 즉, 보관해야 할 씨앗 등을 넣는 바가지.
“여자신세 뒤웅박신세” --- 무슨 뜻인지 아시지요?
* 두레박 : 줄을 길게 매달아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 도구, 그런데 통상 바가지를
매달지는 않는데 끝에 “박”이란 말을 붙였네요.
--- 그럼 여기서 옛날에 있었던 동요를 하나 보시지요. (초등학교 4학년 교재)
- 박 -
지붕위에 주렁박
우물가에 두레박
기둥위에 뒤웅박
방구석에 조롱박
물 떠먹는 표주박
싸전가게 쌀 됫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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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카페에도 “박(朴)”씨가 몇 분계신데요. 그 탄생설화를 보겠습니다.
⇒ 삼국사기 신라본기 제1편과 삼국유사에 나옵니다.
“박씨”의 시조는 신라 초대왕인 “박혁거세(朴赫居世)”를 말하지요.
* 박씨(朴氏) - 박혁거세(朴赫居世) :
- 왕호는 “거서간(居西干)”이고 “박씨(朴氏)”의 시조(始祖)이며 일명
“불구내(弗矩內)”라고도 한다. 비(妃)는 “사량(沙梁)” 출신의
“알영부인(閼英夫人)” 이다.
- 고조선(古朝鮮)의 멸망과 잇따른 북방의 정치적 격변 등에 따른 유이민(流移民)의
파동으로 남부지역에는 많은 소국(小國)이 형성되었는데 경주평야를 중심으로
급량(及梁), 모량(牟梁)-또는 점량(漸梁), 사량(沙梁), 본피(本皮), 한지(漢祗)-또는
한기(漢岐), 습비(習比) 등의 6족의 후예들이 사로국(斯盧國)을 형성하여 양산촌
(楊山村), 고허촌(高墟村), 진지촌(珍支村), 대수촌(大樹村), 가리촌(加利村),
고야촌(高耶村) 등 6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 어느 날 고허촌장(高墟村長) 소벌공(蘇伐公)이 양산(楊山) 기슭 나정(蘿井) 옆
숲 속의 우물가에서 이상한 기운이 번개처럼 땅에 드리워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모양이 마치 말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니 자줏빛 나는 큰 알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말은 사람을 보자 큰 울음소리를 내며 하늘로 올라가고 알속에서는 어린아이가
나와 이 아이를 길렀다.
- 이 아이의 나이 13세가 되던 해 6촌의 촌장들은 그의 출생이 신이(神異)하다고
하여 왕으로 삼았다고 하며(서기 기원전 57년) 나라이름을 서라벌(徐羅伐)이라고
하고 왕위 즉위와 동시에 알영(閼英)을 왕비로 맞아들였는데 알영(閼英)은 사량촌
(沙梁村)의 알영정(閼英井)가에 출현한 계룡(鷄龍)이 그 왼쪽 갈비에서 탄생시킨
용녀(龍女)라고 하는데 우물이름을 따서 “알영”이라고 불렀다.
- 왕은 즉위 후 왕비와 함께 6부를 돌며 농사와 양잠을 장려하였으며
서울을 금성(金城)으로 정하고 성을 쌓았다.
- 죽은 뒤에는 담암사(曇巖寺) 북쪽에 있는 사릉(蛇陵)에 장사지냈다.
(지금도 있는데 주변에는 5릉, 나정, 알영정, 포석정 등이 있음.)
- 바가지 박(호-瓠)과 같은 모양의 알에서 나왔다고 해서 “박씨” 성을 붙였으며
“혁거세(赫居世)”는 이름이 아닌 존호로서 이는 “혁(赫)”은 뜻으로 읽고
”거(居)“는 음(音)으로 읽은 ”불구내“ 와 ”세(世)“를 뜻으로 읽은 ”내“를 합친 것
으로 ”발간뉘“ 즉 “밝은 세상”의 뜻이다.
- 이때부터 신라 왕실 56왕은 박, 석, 김의 3성에 의해 교대로 반복하여 왕위에
오르게 되었는데 박씨 왕은 시조이며 제1대인 박혁거세거서간(居西干), 제2대
남해차차웅, 제3대 유리이사금, 제5대 파사이사금, 제6대 지마이사금, 제7대
일성이사금, 제8대 아달라이사금,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 및 후에
견훤에게 살해당하는 제55대 경애왕 까지 모두 10명이다.
⇒ 박씨는 이상 10명의 왕이 232년간 나라를 다스렸다.
# 지난번 말씀 드린 대로 신라 56왕 992년은 박씨가 10왕 232년, 석(昔)씨가
제4대 탈해이사금을 포함하여 8왕이 173년, 김씨가 제13대 미추이사금을
포함하여 38왕이 587년간 다스렸습니다.
# 신라왕의 호칭은 처음에는 정치적 지도자라는 뜻의 제1대 “박혁거세”의
“거서간(居西干)”과 다음에 종교적 의미로서 제사장(祭祀長) 이라는 뜻의
제2대의 “차차웅(次次雄)”에서 두 의미를 합하여 연맹장(連盟長)의 뜻인
“이사금(尼師今)”으로 발전하였는데 이 호칭은 (제3대~제18대)까지 붙였고
(제19대~제22대)는 대군장(大君長)의 뜻을 가진 “마립간(麻立干)”으로
발전하였으며 이어서 나라가 중앙집권화 하면서 제23대 법흥왕으로부터
“왕(王)”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 박씨에는 현재 밀양, 반남, 고령, 함양, 죽산, 순천, 무안, 충주 박 씨 등 총
127개 본관이 있는데 이 모든 출발이 박혁거세부터이다.
# 요즘 한참 우리민족의 뿌리를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에 따르면
“박혁거세”는 하늘에서 내려오셨고 “알영부인”은 물에서 나오셨으니
하늘과 물(땅)의 만남이라고 하는군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우리민족의
설화나 전설에 많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 뿌리를 찾아 여행을 해 보는 것도
또한 좋은 테마이겠지요. 저는 얼마 전 한참 문화재 탐방을 하다가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데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같이 가실 분들을 찾겠습니다.
필수비용은 빼고 해설과 강의는 무료입니다. ㅎㅎ
# 그런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지방이나 성(姓)이 있게 마련인데 저는 어릴 적부터
강원도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했고 또 몇몇 성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박씨”입니다. 박 씨 성을 가진 남자 분들은 대개 온화하고 예의가
바르다고 기억하고 있으며 또 여자 분들은 부드럽고 미인들이어서 얼굴을
보지 않고도 성이 “박씨”라고 들으면 그냥 좋은 감정을 가지곤 했습니다.
- 어느 분이 뭐라고 한마디 하겠습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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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꽃
--- 박
--- 박을 쪼개면~~~
--- 바가지
--- 박씨
--- 박이 있는 초가집
--- 호리병박
--- 조롱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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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인도 (춘향-이당 김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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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사진 : 현대화된 원두막
- 남양주시 농업기술원에 있습니다.
- 원두막 위의 식물이 “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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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오이편"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여러 가지 ”박“을 보시고 싶은 분은
안내해 드립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내십시오.
첫댓글 박 속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는데 안이 그렇게 생겼군요. 지금 서울집이 옛날에는 마당이 있는 일반주택이었는데 그때 누가 심지도 않은 것 같은데 조롱박이 열렸던게 기억나네요. (아버지가 심으셨나...) 뒤웅박이 박을 켜지 않고 주둥이만 따고 속을 파서 말린걸 말하는거군요. 첨 알았습니다. 여자팔자 뒤웅박팔자라는 속담도 이번에 배웠습니다. 안에 뭘 넣느냐에 따라 취급이 달라진다는 얘기더군요. 어떤 남편을 만나느냐에 따라 여자 팔자 틀려지니 발랑 맞는 말입니다. ㅎㅎ 춘향이 그림은 나름 이쁘긴 한데 입이 너무 작고 인상도 답답하게 생겨서 지금세대한테는 인기 없을것 같습니다. ㅋㅋ 미의 기준이 많이 변한거지요.
강프로님, 오랜만입니다. 요즘은 뜸하시군요.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전에는 시골에 가면 박이 많이 보였는데 박의 가장 큰 용도인 바가지가 플라스틱으로 대체되고 부터는 잘 안보입니다. 뭐 흥부전같이 돈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가 "박과 식물들" 씨리즈를 올리면서 말했지만 오이, 참외, 수박 등이 거의 비닐하우스로 들어가니까 시골에서 보이는 것은 온통 호박뿐입니다. 이것도 곧 비닐하우스로 들어가겠지요. 그래서 요즘은 조롱박 정도가 용도보다는 관상용으로 재배를 해서 그럭저럭 보입니다. 패션처럼 미인의 기준도 계속 바뀐다고 하는데 그렇겠지요. 미스코리아도 우리기준으로 뽑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