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병원 정신과 이영민교수
최근 유명연애인의 자살과 인터넷 자살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자살을 방지하려는 사회적 노력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자살에 대한 관심은 사회를 주목시키기엔 노인들의 처지만큼이나 소외된 것 같습니다. 노령화 사회와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자살은 지난 10년간 2.5배가 증가하였습니다. 한때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역이었고 대한민국이 건국 이후 가장 격동기였다는 6.25와 월남전 파견, 민주화 항쟁 등의 역사적 현장의 주인공이었던 분들이 경제적 문제와 자신의 건강문제 그리고 핵가족 등의 전통가족체계가 붕괴되면서 오는 소외감등으로 극단적인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지금 맞고 있는 경제한파와 앞으로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에 있어 노인자살문제는 사회전체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자살은 노인들에게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 간주
노인 자살은 젊은 층의 자살과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젊은 층은 일시적인 문제에 대해 주로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반면 노년층은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문제에 대해 오랜 고민과 갈등 끝에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 결과, 노인들은 흔히 젊은 층보다 더 단호한 태도로 자살을 준비하며 자살을 기도할 경우 성공률이 매우 높습니다.
노인들을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원인으로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관여합니다. 노인들이 직면하는 현실적 문제로 첫째, 경제적 상실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은퇴는 금전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기존중감과 명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합니다. 둘째로 신체적 상실감이 있습니다. 노화에 따른 건강악화는 사회 참여가 줄어들게해서 점차 고립 감에 젖어 들게 합니다. 셋째로 노년기에 겪게 되는 배우자 및 친구의 죽음과 같은 스트레스성 생애적 사건들이 있습니다.
노년기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아통합을 추구하고 죽음의 질에 관하여 생각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 노년기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 어려움으로 무기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무기력감은 노인들로 하여금 당면한 현실적 문제들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며 이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우울증이 노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동시에 어느 누구도 자신의 불행이나 고통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져들게 합니다. 자살은 이런 노인들에게 종종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 간주됩니다.
◇ 노인 우울증의 특징
노년기 우울증이 의심되는 증상을 살펴보면,
1)가슴이 답답하다.
2)두통이 심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
3)밤에 잠이 잘 안 온다.
4)살 맛이 안 난다.
5)안절부절하고 초조해한다.
6)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아진다.
7)앞날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노인자살의 특징적 증후로는,
1)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
2) 앞날에 희망이 없다
3) 개인의 업무나 신변 정리를 한다
4) 배우자의 죽음
5) 말기 중증 질환을 진단 받은 경우
6) 특별한 이유 없이 공포나 불안감을 표현하는 경우
7) 친지나 가까운 친구에게 발끈 성내기
8) 갑작스럽게 신앙에 관심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우
◇ 사회안정망 확충이 자살예방과 치료법이다!
노인자살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인의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결이 중요합니다. 경제적인 고통을 줄여주기 위하여 다양하고 효과적인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또한 신체적 질환을 줄여주기 위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도록 하고 정기적인 운동을 생활화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우울증과 같은 자살의 가능성이 높은 노인을 조기에 파악하고 평가하여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 노인자살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야……
노인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은 노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리는 것입니다. 흔히 주변에서 ‘나이가 드니 기억력도 떨어지고 몸도 여기저기 아프고 살 맛이 안 난다’는 노인 분들을 흔히 보게 됩니다. 그때 젊은 사람들은 흔히 ‘나이가 들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오해의 많은 부분이 정상적인 노화와 병리적인 노화를 혼동한 데서 기인합니다. 정상적인 노화와 병적인 노화, 그리고 성공적인 노화의 과정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 실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것들을 서로 혼동하고 그로 인한 많은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편견으로 인한 무관심 속에서 많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자살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앞으로 우리가 노인 분들에 대해서 이러한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으로 다가갈 때 노인 우울증과 나아가 노인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노인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
1)신체적 질병:
편견-흔히 노인은 아파서 병원에 많이 누워있다.
실제-노인의 1%만 아파서 누워있다.
2)성적능력
편견-노인은 성적 능력이 감소한다
실제-대부분 70대까지도 성적 활동을 할 수 있다.
3)정신활동의 감소
편견-노인이 되면 정신능력이 감소한다.
실제-노인에서 반응속도가 약간 감소하긴 하지만 많은 노인이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다.
4)정신질환
편견-노인에서 정신질환이 흔하며 잘 치료되지 않는다.
실제-노인의 정신병 유병률은 4%정도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질환은 사회적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 많다
5)일에 대한 무능력
편견-대부분의 노인은 신체적, 정신적 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다.
실제-대부분의 노인이 은퇴를 하지만 이것은 무능력이라기 보다 강제적 은퇴나 다른 압력에 의한 고용의 차별에 의한 것이다.
6)경제적 하향
편견-노인은 가난하다.
실제-노인의 16%만이 가난하다.
7)사회적 하향
편견-대부분의 노인들은 외롭고 우울해 한다.
실제-노인의 80%는 누군가와 같이 살고 있으며 75%는 외롭지 않다.
8)사기 감소
편견-노인은 시무룩하고 풀이 죽어있으며 신경질적이 된다.
실제-노인도 젊은 사람처럼 행복하고 만족하며 자기 가치감을 가지고 있다.
어느 노인이 한 말처럼 ‘나이가 들어서 서러운 이유는 몸이 늙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너무 젊어서다’ 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영민 약력
Education
부산대학교 의학과
가톨릭대학교 정신과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노인정신과학 박사과정
Licensure and Certification
의사면허증취득(No.: 65702)
정신과전문의 자격증 취득(No.: P1695)
노인정신과학 세부인정의 자격취득
Postdoctoral Training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인턴 수련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전공의 수련
성균관대학교 삼성서울병원 노인정신과 임상강사
성균관대학교 삼성서울병원 노인정신과 연구강사
Major Research Interests
1. 노인우울증
2. 노인성 치매